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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 (오락성 8 작품성 7)
더 도어 |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더 도어>는 과거로 돌아간 남자가 두 번째 삶을 산다는 이야기다. 설정 자체는 독특하다. 하지만 영화 소재로 굉장한 건 아니다. 주인공이 과거로 가는 영화는 이미 너무 많으니까.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백 투 더 퓨처> <엑셀런트 어드벤처> <터미네이터> <나비효과> 등 꽤나 많다. 하지만 <더 도어>는 기존에 나온 이야기를 지루하게 동어 반복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차별화를 위한 탈출구로 또 하나의 설정을 덧댄다. ‘나를 죽이고 내가 산다’는 다소 과격한 서브플롯이 그것이다. 이건, 이전 시간여행 영화들과는 다른 영역이다. 이전 영화들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하나라는 의미 안에서 ‘교류’했다. 과거의 몸에 현재의 정신이 깃들든, 어린 나와 나이든 나가 만나든 그들은(혹은 ‘그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깨달음을 나눴다. 하지만 <더 도어>의 키워드는 ‘단절’이다. 이 영화 안에서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양립이 허락되지 되지 않는다. 나를 죽여야 내가 사는 상황. 그러니까 이건 욕망에 관한 영화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다비드(매즈 미켈슨). 한 때는 잘 나가는 화가였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부서졌다. 5년 전의 사고.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사이, 어린 딸이 수영장에 빠져 죽는 사고로 모든 걸 잃었다. 딸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던 다비드는 밤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시간의 문을 발견한다. 그 문을 들어서는 순간, 어쩐 일인가. 5년 전, 딸이 죽던 그 날로 돌아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딸을 무사히 살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던 다비드는 마침 과거의 나와 마주치게 되고 실수로 나를 죽이게 된다. 이때부터 다비드는 과거의 나를 대신해 살게 된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다. 아니, 좋은 아이디어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더 도어>는 2001년 발표된 아키프 피린치의 소설 ‘시간의 문’에서 시작됐다. 발상이 좋은 작품을 만난 감독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 혹은 어려움이 있다. 아이디어에만 도취돼서 정작 이야기의 핵심은 풀어내지 못하는 게 하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공이 아이디어를 따라가지 못해서 그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또 하나다. <더 도어>는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안노 사울 감독은 좋은 아이디어를 제법 안정된 연출력으로 녹여낸다. 대중영화로서의 재미도 상당한데, 여기에 기존 시간 여행 영화들이 품고 있는 깨달음과 이 영화만의 철학적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서 기존 시간 여행 영화와 같은 깨달음 이라는 건, 시간을 돌리면 행복해 질 거라는 믿음이, 허상이라는 깨달음이다. 현재의 문제를 과거에서만 찾으려 하는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영화는 경고한다.

반면 이 영화만의 철학적 메시지는 나와 나 사이의 경계, 그 모호한 경계에 대한 물음에서 나온다. 더 자세히 말하면 이런 거다. 현재의 나는 나다. 과거의 나도 나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죽인다. 과거의 나는 죽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살아있다. 그렇다면 나는 죽은 것인가, 살아있는 것인가. 내가 나를 죽인 것이므로 나는 살인자인가, 살인자가 아닌가. 과거의 나를 대신해 살게 된 인생은 나의 것인가 아닌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둔중한 여운을 남긴다. 게다가 영화 마지막에는 <트루먼 쇼>를 연상시키는 반전 아닌 반전도 있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다.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환상특급>이나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류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개인적인 경험상, 국내에 개봉하는 독일영화들의 만듦새는 항상 보통이 넘었다.
-‘내가 나를 죽인다’는 설정, 신선하다.
-매즈 미켈슨, 이 배우 매력 있네. <007-카지노 로얄> <타이탄>에도 나왔었다고.
-급하게 마무리 되는 듯한 영화 마무리가 살짝 아쉽다.
-판을 조금 더 키웠어도 괜찮았을 텐데.
19 )
karmawar
하....보고 싶네..../요즘 볼영화가 없네...아저씨봤던;   
2010-09-10 02:59
gurdl3
평이 좋네요~   
2010-09-09 22:35
mvgirl
생각보다 오락성이 높네요   
2010-09-08 23:58
mimikong
원작소설도 보고파지는~   
2010-09-07 13:14
aegean
은근히 빠져드는 매력의 영화~ 배우들의 연기도 몽환적~~   
2010-09-04 17:41
ffoy
[애프터라이프]와 비슷한 삶과 죽음을 논하는데, 이 영화는 평이 좋군요;   
2010-09-03 18:20
jinks0212
오 그렇군요   
2010-09-03 14:48
kgbagency
볼만한가보네 하지만 개봉관이 없어요   
2010-09-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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