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차갑고도 열정적인 사랑의 두 얼굴 (오락성 6 작품성 5)
두여자 | 2010년 11월 15일 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사랑과 결혼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왔던 정윤수 감독이 신작 <두여자>를 내놨다. <두여자>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아내가 결혼했다>에 이은 결혼 3부작의 마침표를 찍는 영화다. 감독은 이번에도 세 남녀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하지만 이들의 불륜관계는 스릴러 장르를 삽입해 긴박감 넘치는 관계로 탈바꿈되며, 불륜을 소재로 한 이전 작품과는 그 시작점을 달리한다.

산부인과 의사인 소영(신은경)과 건축학 교수인 지석(정준호)은 결혼 10년차 부부. 눈만 맞으면 서슴없이 사랑을 확인하는 둘은 매일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만큼 서로를 사랑한다. 하지만 너무나 완벽한 사랑이었을까? 소영은 우연히 지석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불륜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이 자신만을 사랑하는 줄 알았던 그는 배신감에 별거를 시작하고, 남편의 애인인 수지(심이영)에게 몰래 접근한다. 남편의 건축가 학생이자 요가선생인 수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을 돌싱이며 정신과 의사라고 속인 소영과 가깝게 지낸다.

<두여자>는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똑같은 패턴의 스토리를 전개를 하지 않는다. 남편의 불륜을 알아챈 아내가 그의 연인인 여자에게 접근한다는 내용은 머리채 쥐어 잡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덤비는 여타 불륜 이야기와는 다르다. 영화는 작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핀란드 영화 <블랙 아이스>를 리메이크 했다. 차가운 얼음이 폐부를 찌를 듯한 겨울을 배경으로 남편과 그의 연인을 속이며, 자신의 사랑을 재확인하려 했던 여자의 이야기는 불륜 드라마보다는 한 여자의 심리극에 가까웠다. 멜로와 더불어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매 장면은 스릴러의 느낌도 살렸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파국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반문하는 영화의 결말은 불륜 드라마와는 차별성을 뒀다.

전작을 통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진정 사랑일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던 정윤수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 겨울이라는 배경과 인물들의 성격과 직업, 기본적인 이야기 뼈대는 동일하게 갖고 간다. 다만 스릴러의 느낌보다는 사랑에 기뻐하고 동시에 상처받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소영은 갑자기 불어 닥친 태풍처럼 남편의 외도 사실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지석은 소영과 수지를 동시에 사랑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수지는 자신의 열정을 바쳐 지석을 사랑하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 아파한다.

심리극에 더 가까웠던 원작과 비교해 멜로적인 코드가 더 강한 <두여자>는 세 인물의 강렬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농밀한 베드신이 자주 등장한다. 첫 장면부터 소영과 지석의 베드신이 나오는 영화는 이후 지석과 수지의 베드신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세 인물이 나누는 엇갈린 사랑의 느낌을 강도 높게 표현한다. 워낙 베드신을 잘 찍는 감독의 연출력도 빛나지만, 시원하게 펼쳐지는 세 배우의 베드신 연기가 그 맛을 살린다. 특히 결혼 10년차 중년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신은경과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인 심이영은 각기 다른 베드신으로 서로 상반된 캐릭터의 성향을 잘 표현한다.

하지만 <두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물들의 감정선에 치우친 나머지 이야기의 흡입력이 떨어진다. 스릴러의 느낌이 강했던 원작과의 차별성을 위해 멜로와 에로틱한 장면을 돋보이게 한 감독의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점점 한쪽으로 치우친 영화는 불륜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과 차별성이 없어진다. 특히 세 명의 인물들이 한 공간에서 만날 때의 극적 긴장감은 오히려 지석에게 두 여자 중 누구를 더 사랑하냐는 수지의 질문공세로 인해 흔적 없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불륜이란 소재를 신선하게 시작한 영화는 끝내 사랑의 진부함을 걷어내지 못한다.

2010년 11월 15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불륜이라고 다 같은 불륜인 줄 아니!
-베드신 하나는 끝내줘요.
-한 우물만 파는 정윤수 감독의 뚝심.
-왠지 원작이 더 보고 싶다.
-출발은 좋았는데 마무리가 아쉽네.
-스릴러와 멜로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