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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하지 않는 솔직담백함 (오락성 8 작품성 7)
쩨쩨한 로맨스 | 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로맨틱 코미디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어떤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이 싸우다가 정들고, 어떤 사건으로 오해를 하지만 다시 화해하며 사랑을 확인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나마 배우들이 다르고 설정과 에피소드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정도가 변별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적인 코드를 섞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연애에 성적인 이야기가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끈적끈적한 에로적 감성이 아닌 솔직하고 담백하게, 가끔은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효과를 거둔다. <쩨쩨한 로맨스>도 이러한 형식을 노선을 적절히 취하고 있다. 노골적이지 않은, 하지만 적잖게 야한 성적인 코드가 성인 관객들의 입맛을 맞춘다.

그림 실력은 뛰어나지만 너무 심각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만드는 만화가 정배(이선균)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공모전에 도전하기 위해 스토리 작가 다림(최강희)을 영입한다. 만화의 주제는 성인만화. 다림은 자신이 섹스 칼럼니스트로 일했다는 경력을 내세우지만 사실 잡지나 베끼는 수준. 실제 다림은 남자 경험이 전혀 없다. 하지만 성에 관한 각종 이론과 통계를 자기 경험이라 우기며 아는 척을 한다. 정배는 이런 다림이 귀엽기만 하다. 어느 새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두 사람. 하지만 어머니의 그림을 지켜야하는 정배는 다림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다림은 정배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쩨쩨한 로맨스>는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유쾌하고 그리고 있다. 까칠하지만 다정한 만화가와 무경험에 허세만 가득한 섹스 칼럼니스트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있지만 그 근본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들과는 다른 점이 보인다. <쩨쩨한 로맨스>는 제목처럼, 쩨쩨하리만큼 사실적인 연애 감정을 다루고 있다. ‘이런 말을 하면 부끄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옹졸한 것은 아닐까’하는 혼자만의 마음을 거침없이 내보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와 오해 등 일상적인 상황들도 가감 없이 그렸다. 그래서 성적인 코드도 상당히 유쾌하게 표현된다. 또한 급정색, 급사과, 급인정, 급비굴, 급의기양양 등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상황을 뒤집는 소소한 반전들이 웃음을 준다.

<쩨쩨한 로맨스>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연애를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레는 감정이나 유치한 정서들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에 있어서 ‘~척’ 하거나 멋지게 에둘러 표현하거나 억지로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경험이 없는 섹스 칼럼니스트 다림이 성에 관해서 아는 척하는 모습이 특히 귀엽게 표현돼 웃음을 준다. 영화 속에서 배(극 중 정배는 성이 ‘정’ 이름이 ‘배’다.)와 다림이 관계를 나누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다림은 “오늘따라 가슴이 왜 이렇게 작지?”라고 혼잣말을 하는가 하면, 그동안 잡지에서 봤던 글들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등 엉뚱한 행동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말 그대로 ‘섹스를 글로 배웠습니다’를 몸소 실천한다.

설정자체보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는 영화는 배우들의 능력으로 빛을 발한다. 그동안 엉뚱한 이미지가 강했던 최강희는 엉뚱한 매력에 귀여움까지 더해 다림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실제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이렇게 높은 경우도 흔치 않다. 이선균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 가끔은 질투의 화신이 되기도 하고, 까칠하게 굴지만 사랑에 솔직하고 다정한 모습도 지니고 있어 두 사람의 앙상블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또한 섹시함에 코믹함까지 겸비한 류현경과 엉뚱하지만 배와 다림을 엮어주는 역할을 하는 오정세도 인상적이다.

섹시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은 이들이 작업하는 만화의 내용과 그 비주얼, 또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성적인 대사들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 상황이나 이야기들이 거부감 없이 유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성인 관객의 공감을 적절하게 끄집어낸 탓이다. 자신의 경험이라고 무릎을 탁 칠 정도는 아니어도,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며 교집합을 찾을만한 연애 초기의 감정들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완전 귀엽고 사랑스러운 최강희의 재발견!
-뻔뻔하지만 유쾌하고 도발적이지만 자연스러운 대사들의 즐거움.
-연애와 연애 감정에 대한 꾸밈없는 솔직함.
-연애는 폼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유치한게 진짜 연애라죠.
-빤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장면이 다소 상투적인 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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