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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아프리카 선교 활동의 일환 (오락성 3 작품성 3)
하쿠나 마타타: 지라니 이야기 | 2010년 12월 6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올해 여름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된 일이 있다. 이 영화는 베네주엘라의 음악학교 ‘엘 시스테마’와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에 관한 이야기다. 35년 전에 만들어진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범죄에 찌든 베네주엘라 빈민가 출신 아이들을 모아 그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준 희망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한국에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와 같은 인물이 있다. 바로 임태종 목사다. 임 목사는 NGO 활동을 하다 케냐에서 가난에 찌들어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고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을 만들게 됐다.

국제구호 단체 NGO 활동을 하던 임태종 목사는 2006년, 우연히 방문한 케냐에서 쓰레기를 뒤져 음식을 찾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곳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고로고초 마을. 현지어로 쓰레기라는 의미를 지닌 그곳에서는 돼지, 개, 사람은 같은 쓰레기장을 뒤지며 연명하고 있었다. 임태종 목사는 이 절망의 땅에 희망을 심기 위해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을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계명조차 모르던 아이들이 점차 희망을 노래하기 시작했고, 한국과 미국 등 해외 공연을 시작하면서 희망의 메시지와 감동을 세상에 알리기에 이른다.

<하쿠나 마타타: 지라니 이야기>(이하 ‘<하쿠나 마타타>’)는 가난과 절망으로 상징되는 케냐 고로고초 마을의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영화다.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그곳에서 임태종 목사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불모의 땅으로 와 음악을 가르치려는 사람도 없었고, 음악이란 단어는 사치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임 목사는 종교의 힘으로 고난을 이겨내며 합창단을 만들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과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며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영화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희망을 얻고 그를 통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는 기존 구호단체의 다큐멘터리와는 다르게 음악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내세운다. 물론 음악 하나로 배고픔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을 요구하는 케냐 공무원과 마찰도 생기고, 아이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과정이 종교적인 힘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 감동적인 음악으로 해결된다. 아니 해결되기보다는 덮어두고 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렇듯 <하쿠나 마타타>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이상적인 가치로 대치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무릇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현실 상황을 반영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하지만, <하쿠나 마타타>는 임 목사의 종교적인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삽입하고, 어려운 순간들을 종교의 힘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교에 초점을 맞춘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아이들에게 꿈과 이상을 심어줬다는 좋은 의도가 강한 종교적인 색깔이 묻히고 말았다. 물론 선교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이 선교 활동의 도구로만 사용된 듯한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더욱 큰 문제가 보인다. 영화는 시종일관 끊기는 화면으로 관람 자체를 힘들게 한다. 30프레임과 24프레임의 충돌로 보이는 이 현상은 영화 속의 모든 움직임을 뚝뚝 끊어버려 눈을 피로하게 한다. 또한 사운드에서도 레벨 조절에 실패했다. 일상적인 사운드와 합창단의 공연 사운드의 차이가 커서, 아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감동적인 공연이 단지 귀청을 자극하는 장면으로만 기억되고 만다.

2010년 12월 6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선교 활동을 홍보하기에는 알맞다.
-절망의 땅 아프리카에 음악으로 희망을 심는다.
-종교적인 색깔이 너무 강해 비기독교인들이 보기에는 부담스럽다.
-영상과 사운드, 모두 극장에서 상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큐멘터리의 기본적인 기능보다는 선교와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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