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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살 수 있는 남자 (오락성 6 작품성 7)
쓰리데이즈 |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할리우드에서 폴 해기스처럼 각본과 연출력을 두루 겸비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007: 카지노 로얄> 등의 시나리오를 썼는가 하면 <크래쉬>로 2006년 아카데미 각본상은 물론 작품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4번째 연출작인 <쓰리데이즈>로 돌아왔다. 근데 이번 영화는 그동안 맡았던 작품들과는 다른 스릴러 장르다. 감독은 <쓰리데이즈>의 원작인 프랑스 영화 <애니싱 포 허>를 본 뒤 히치콕 감독의 고전 스릴러 영화의 느낌을 받았고,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듬어 표현했다.

사랑스러운 아내 라라(엘리자베스 뱅크스)와 함께 아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존(러셀 크로우). 평온하기만 한 어느날 아내가 살해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존은 아내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아내 없이 지낸 3년 동안 집안은 엉망이 되고, 존은 점점 희망을 잃어간다. 감옥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된 라라도 절망에 빠져 자살 시도를 한다. 결국 존은 아내를 탈옥시키기로 마음 먹고, 탈옥 전문가인 데이먼(리암 니슨)을 찾아간다.

<쓰리데이즈>는 분명 스릴러 형식을 취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같은 장르의 영화와는 다르다. 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탈옥 장면 보다는 존의 준비과정에 무게를 둔다. 그는 집 벽에 지도를 붙여놓고 세세하게 탈출 계획을 세우거나, 가짜 신분증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뒷골목을 배회한다. 또한 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털기로 마음먹기도 하고, 마약상과 총격전도 벌인다. 이 과정을 세세하게 다룬 영화는 다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미쳐가는 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 존이 학생들에게 ‘돈키호테’를 가르치는 도중에 나오는 “미쳐서 살았고, 정신 들어 죽었다”라는 글귀는 영화가 어떤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알려준다.

영화는 미쳐야 살 수 있는 한 남자의 초상을 보여주면서 미국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감독은 전작 <엘라의 계곡>에서 이라크 파병을 갔다가 돌아와 실종된 아들을 찾는 아버지를 통해 참혹한 전쟁으로 스스로 악마가 된 미국인들의 단상을 보여준 바 있다. <쓰리데이즈>도 경찰의 잘못된 판단에 한 가정이 파탄 나고 행복한 삶을 되찾기 위해 미쳐가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미국사회가 개인을 괴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무능한 경찰을 통해서는 공권력의 현주소도 말한다.

주연을 맡은 러셀 크로우는 133분 동안 혼자 극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장면에 출연한다. <글래디에이터>부터 최근 <로빈후드>까지 액션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액션의 힘을 빼고 가족을 위해 점점 미쳐가는 한 가장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액션 연기 외에 <뷰티풀 마인드>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감성적인 연기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미쳐가는 자신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괴물이 되어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다.

폴 해기스와 러셀 크로우의 만남은 그리 나쁘지 않다. 탈옥에 성공해 국경을 넘을 때까지의 긴박감과 한 편의 탈주극으로 미국사회를 비판하는 시선도 괜찮다. 하지만 13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것은 영화의 단점이다. 다른 스릴러 영화와는 달리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감정선을 보다 자세히 담으려 했던 감독의 욕심이 너무 과한 듯 보인다.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주인공을 통해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감독의 시선.
-러셀 크로우의 인상 깊은 원맨쇼.
-탈옥에 성공해서 미국을 떠날 때까지의 탈주극은 시선을 압도.
-러닝타임의 압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일반 스릴러 영화를 생각했다면 바로 접어라.
-5분정도 출연하는 리암 니슨. 근데 포스터에 이름이 왜 올라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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