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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도 유혹은 느낄 수 있다? (오락성 7 작품성 7)
라스트 나잇 | 2011년 4월 7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엔딩 크레딧이 오른다. 영화는 끝났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분)이다. 절정의 순간 가차 없이 막을 내리는 <라스트 나잇>은, (영화 전체가) 앞으로 펼쳐질 두 남녀의 전주곡 같다. 이후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선택과 판단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프리랜서 작가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와 능력 있는 회사원 마이클(샘 워딩턴). 연예 4년, 결혼 3년. 자타공인 잉꼬부부인 이들에게도 권태는 찾아올까. 권태까지는 몰라도, 유혹은 찾아온다. 여자의 직감은 무섭다. 마이클과 함께 간 파티장에서 남편의 직장 동료 로라(에바 멘데스)를 만난 조안나는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불안해한다. 그 불안한 마음은 마이클이 로라와 출장을 떠나면서 더 커진다. 그런 로라 앞에 옛사랑 알렉스(기욤 까네)가 나타난다.

출장길에서 매력적인 직장 동료에게 휘청거린 남편. 그런 남편이 없는 하룻밤동안 옛 사랑에게 흔들린 아내. ‘그날 밤’이 지나고, 부부는 마주한다. 마음에 커다란 비밀을 안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하지만 미묘한 공기가, 정체모를 분위기가 상대의 변화를 직감케 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의 선택에 따라 ‘Last Night’은 이들 부부의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고, 판도라의 상자에 영영 묻어 둘 ‘지난 밤’이 될 수도 있다.

마시 태지딘 감독의 <라스트 나잇>에는 세상 무수히 많은 커플이 밟고 지난 간 ‘지난 밤’들이 흐른다.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과 세련된 심리묘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잊고 살아가던, 혹은 애써 지우고 있던 기억을 기어코 끄집어내 응시하게 만든다. 그 순간 관객은 공범자가 된다. “이 영화는 나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고백처럼, 어떤 관객들은 그 비슷한 감정 앞에 당도하게 된다.

한편 그 반대편에서 영화는 공범자가 아닌 자들에게 불안함을 던진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알렉스와 함께 밤을 보내는 조안나와 로라와 함께 있는 마이클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대칭구조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로 쓰이지만, 조안나와 마이클 두 사람에게 면죄부를 제공하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그들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그들의 밤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감정 노동이 될 수 있다.

아슬아슬한 베드신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일보다, 감독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건 사랑과 신뢰와 믿음이 어떤 식으로 붕괴되고, 어떤 식으로 보존되는가다.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은, 이들의 ‘지난 밤’이 어땠는가 하는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 올 밤’이 어떤가라는 미래에 있다. 극 속에서 마이크는 내 뱉는다. “행복해도 유혹은 느낄 수 있다”고. 너무 뻔뻔해서, 그래서 얄미운 대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 그 순간만큼은 마이크가 굉장히 솔직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1년 4월 7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불륜도 감독하기 나름
-공감하기 싫은데, 공감하게 되는 그들의 지난 밤.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애인과 함께 보는 게 찔리신다고요?
-<아바타>의 샘 워싱톤, 언제 이리도 찌질하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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