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와 신파드라마의 익숙한 동거 (오락성 7 작품성 6)
적과의 동침 | 2011년 5월 2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킹콩을 들다>를 연출한 박건용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이 사실만 안다면, <적과의 동침>을 반쯤은 파악한 거나 다름없다. ‘전반 코미디, 후반 신파’.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 내용물만 다를 뿐이지, <적과의 동침>이 극을 운용하는 방법은 <킹콩을 들다>와 다르지 않다. 아니, 더 넓게 보면 무수히 많은 한국 영화들이 밟고 지나간 길을 똑같이 걷는다.

1950년, 전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때, 석정리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시끌벅적하다. 구장(변희봉)댁 손녀딸 설희(정려원)의 혼사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마침 정웅(김주혁)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가 나타나면서 마을의 평화는 깨질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순박한 마을사람들의 인심이 인민군을 무장해제 시키면서, 적과 동지가 서로에게 동화된다. 한편 정웅에겐 설희가 그의 첫 사랑이라는 비밀이 있다. 정웅은 얼어있는 설희의 마음을 열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자주 나오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이젠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온 바람에 어지간해서는 경쟁력을 획득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전우애와 형제애는 <공동경비 JSA>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미 사용했고, 남북분단에서 첩보물을 길어 올리는 작업은 <이중간첩> <쉬리> <의형제>가 써 먹었다. 역사의 아픔을 가벼운 웃음으로 치환하는 시도 역시 <남남북녀> <동해물과 백두산이> 같은 코미디 영화들이 이미 시도했다. 전쟁을 판타지 속에 녹인 <웰컴 투 동막골> 역시 빼 놓을 수 없겠다. 선택의 폭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적과의 동침>이 선택한건, 코미디와 비극의 동거다.

설마, 이러한 선택을 새롭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코미디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마무리 하는 건, 한국 영화들이 마르로 닳도록 구사해 온 전략이다. 익숙하고도 빤한 문법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건 <적과의 동침>의 큰 흠은 아니다. 어차피 이 영화가 ‘전쟁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주길 바라는 관객은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무난한 공식을 선택했다고 해서, 상업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수없이 봐 온 빤한 공식과 마주 하기 싫다면, 관객 스스로가 이 영화와의 동거를 거부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남은 관건은 그 공식에 동참한 관객들인데, 아쉽게도 그들을 설득하기에 영화의 힘이 다소 달린다. 웃음과 감동이 매끄럽게 동침하지 못하고, 3.8선처럼 이질적으로 갈려서 겉돈다. 극 말미에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박건용 감독이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는 방법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그것 하나로 135분이란 긴 러닝타임을 버티기엔 무료함이 있다. 특히나 걸리는 건, 영화가 북한군을 바라보는 시선. 마을 사람들과 동화되는 북한군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지운 듯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웅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에 한해서다. 그들을 제외한 북한군은 빨갱이처럼 그려졌을 뿐이다. 특히 인민군 연대장으로 등장하는 전노민의 모습은 영락없는 악인이다. 마을 사람들과 동화된 일부 북한군의 인간미를 살리기 위해 같은 인민군을 전형적인 악인으로 만들어 버린 게 아이러니다. 자가당착이랄까.

2011년 5월 2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박건용 감독이 사람 울리는 재주는 탁월한 듯.
-유해진, 김상호, 신정근의 코믹 열연. 유해진은 비극 연기까지 탁월
-<웰컴 투 동막골>을 표방한 아류작은 확실히 아닌 듯
-웃기고 울리자는 전략, 식상하지 않아?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뿐난다’는 말을 상기해 보심이.
-정려원이 문제가 아니라, 정려원이 맡은 설희 캐릭터가 문제다. 이리도 심심한 캐릭터라니.
(총 1명 참여)
adew82
새롭지 않은 스토리가 감동을 덜어낼 수밖에 없었죠. 재미는 있지만 울림은 없었달까.   
2011-05-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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