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왔노라! 보았노라! 반했노라! (오락성 9 작품성 9)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 2011년 8월 18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아, 목 끝까지 차오르는 이 포만감이라니.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막바지로 접어든 여름 극장가에 나타난 예기치 못한 선물이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로 유명한 ‘줄리어스 시저’의 이름을 딴 주인공 시저(앤디 서키스)를 보고 있자니, 이 생각이 불쑥! “왔노라! 보았노라! 반했노라!”

1968년 지구에 도착한 <혹성탈출>은 걸작이었다. 인간이 유인원의 지배를 받는다는 설정은 충격적이었다. ‘주인공이 그토록 벗어나려했던 혹성이 알고 보니 지구였더라’는 <식스센스> 뺨치는 결말도 있었다. 뜨거운 찬사가 이어졌다. 이후 많은 속편들이 원작의 영광 재현을 기대하고 개봉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원작 <혹성탈출>을 탈출하는데 실패했다. 원작의 벽이 너무 높았으므로, 감수해야 할 부담도 많았다. 2001년 팀 버튼발 <혹성탈출>마저 혹평으로 쓰러진 이후, <혹성탈출> 시리즈는 10년 동안 아무도 가지 않은 행성으로 남겨졌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찾아갈 때까지 말이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혹성탈출>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이다. 심지어 프리퀄이다. 영화는 원작에 집착하는 대신, 전작들이 손대지 않은 미지의 영역, ‘인간은 왜 침팬지에게 지배당하는가!’에 파고든다. 그 중심에 유인원들의 혁명을 이끌게 될 시저가 있다. 시저는 고도의 지능을 지닌 유인원이다.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학자 윌(제임스 프랭코)의 임상실험이, 시저를 탄생시켰다. 윌의 보호 아래 자란 시저는 초반, 침팬지라기보다 막내아들 같은 포스를 풍긴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머리가 커 가고, 질풍노도의 터널을 지나면서 시저는 고뇌하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마침 자신의 동족들이 인간의 야욕에 의해 희생당하고, 실험용 쥐처럼 염가 처리되는 비정한 현실을 목도한 시저는 자신이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걸 자각하기 시작한다. 유인원계의 모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원작 못지않은 또 하나의 걸작이다. 영화는 시저의 변화와 감정을 착실하게 스케치하면서 관객들을 강하게 붙들어 잡는다. 드라마는 탄탄하고, CG 영상은 유려하고, 연기력들은 출중하다. 특히 <반지의 제왕> 골룸과, <킹콩>의 킹콩을 거친 앤디 서키스의 감정연기는, 실제 배우들의 밥그릇을 위협할 만큼 놀랍다. “모션 캡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영상을 탄생시켰다”는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말도 괜한 허풍이 아니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웨타 디지털 모션 캡처 기술은 <아바타>의 나비족들이 보여 준 모션 캡처 보다 한 걸음 더 앞서 있다. 감정 전달 면에서 특히 그렇다.

알려졌다시피, <아바타>의 샘 워싱턴은 온몸에 각종 센서를 달고 연기하는 고생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실제 모습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졌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이번 영화의 유인원들에게도 같은 이유로 후보 지명을 거부한다면, 반란을 일으킬 관객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만큼 그들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말이다. 여러모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는 원작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될 명작이다. <혹성탈출>을 레퍼런스 삼아 속편을 제작해 온 영화들에게, 새로운 ‘레퍼런스’가 나타난 게 틀림없다.

2011년 8월 18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남들이 다 ‘YES’라 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원숭이라니! 난 네게 반했어!
-탄탄한 드라마, 유려한 CG 영상, 출중한 연기력!
-<혹성탈출> 시리즈의 진화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찰스 다윈 후예들은 관람 주위 요망! 진화론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까무라칠 스토리거든.
-발연기하는 배우들도 관람 주의! 유인원들의 우월한 연기를 보고 있으면 밥그릇 걱정에 잠 못 잘지도.
4 )
jhee65
대부분의 평론가가 호평... 지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좋으니 흥행도 성공하는 거 아니겠어? 자기가 지루하면 그게 진리냐??   
2011-09-02 22:36
nampark
뻔하게 예측가능한 스토리..심지어 진부해서...지루했는데...이정도의 스토리가 탄탄하시다 하면...요즘 영화들 넘 문제있는 거 아닐까요.....흠....   
2011-08-21 19:11
ldk209
자잘한 의문 하나... 특정한 말을 한다는 것은 구강구조와 관련이 있으니..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과 인간의 말을 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닐지... 머리가 좋아진 시저가 인간의 말을 한다는 설정은 여전히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런지....   
2011-08-20 16:20
nilikili
앤디서키스를 아카데미로~!!!   
2011-08-18 23:31
1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