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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나라를 보았니 (오락성 6 작품성 8)
도가니 | 2011년 9월 19일 월요일 | 유다연 기자 이메일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동요는 이상향의 그곳, ‘파란 나라’에 대한 갈망이 짙은 노래였다. 그리고 약간의 세월이 흐른 뒤 본 <도가니>는 어릴 적 그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무진시의 농아학교 자애원에 신임 미술교사로 부임한 강인호(공유). 그가 부임한 날 한 어린 학생이 죽는다. 그리고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인호는 학교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챈다. 가뜩이나 여린 아이들이 학교장과 몇몇 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학대와 성폭행을 당해온 것이다. 충격적인 진실과 대면한 강인호는, 무진 인권센터 간사 서유진(정유미)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건, 같은 내용물을 크기와 질감이 다른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기에 매번 한계가 있다. <도가니>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도가니>는 원작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이중 삼중으로 주의사항이 많았을 터. 광주의 실제 사건을 소설화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무대가 안개의 도시 무진으로 옮겨진 것처럼,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되 군데군데 설정을 바꾼다. 원작 속, 어린 여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강인호의 과거 일부분은 영화에 이르러 삭제된다. 지치고 상처받은 그가 소멸하듯 무진을 뜨는 장면 역시 스크린에 와선 일정 부분 각색된다. 특히 이야기 말미, 영화 속 시위 장면에선 ‘영화’라는 장르에 바라는 관객의 일반적 기대(해피엔딩, 혹은 적어도 정의의 힘이 표현되길 바라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려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도가니>는 무거운 영화다. 영화가 장애아들의 인권, 성(性), 전관예우, 종교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무게감을 자아내는 또 다른 이유로는 관객이 극에 몰입하며 느끼는 불편한 마음을 들 수 있다. 진실이(그것이 크든 작든) 힘(권력)에 의해 거짓말처럼 묻혀버리는 장면들은 현실에서도 종종 연출되고 있지 않은가. 극 후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죗값에 전혀 비례하지 않는 가벼운 형량으로 마무리 된다. 누가 봐도 이상한 판결이 이루어지는 순간, 재판장은 피해자들의 허탈함과 분노, 재판을 지켜본 청각장애인들의 울부짖음 등으로 광란의 도가니가 된다. 이야기가 실화에 근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장면은 그러한 판결이 가능한 부조리한 사회 자체로도 해석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파란 나라’는 그저 판타지로만 존재할까. 몇몇 사람만 모여도 금세 집단이 형성되고, 서열이 생겨나며, 계급사회가 돼버리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것은 곧 권력구조로 이어지며, 불합리한 시스템 안에서 특권층은 반대계층의 약점을 쥐고 흔들어댄다. <도가니>는 그러한 사회 시스템 속 구조적인 맹점을 극단적인 이야기로 보여준다. 기가 찬 건 그 이야기가 실화에 기인했다는 점.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렇기에 <도가니>는 더더욱 피해선 안 될 이야기다.

2011년 9월 19일 월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이런 종류의 영화관람 역시 “세상이 나를 바꾸는 걸 막는” 행위의 일종 일지도
-말랑한 줄로만 알았던 공유의 새로운 면모! 소설의 영화화를 제안한 것도 그라며?
-공지영 작가 트친님들이라면 당연히?
-눈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더라도 도무지 못 보겠다면
-불편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관람불가를 권할 이유를 굳이 찾아내야 할까
3 )
chorok57
모두가 봐야하는 영화   
2011-09-28 22:26
ukkim47
팩션이지만 아직은 암암리에 생기고 있는 불편한 진실의 단면을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라는게 맘에 들어요   
2011-09-22 12:06
lomomomo
마음이 많이 아픈 영화였어요. 돈과 권력의 힘으로 보호받아야하는 사람에게 인권유린을 하는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2011-09-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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