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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너른 행복을 추구하는 법 (오락성 6 작품성 8)
쓰리 | 2011년 9월 23일 금요일 | 민용준 이메일

‘셋’이란 안정적이면서도 불안정한 숫자다. ‘둘’은 무난하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결국 언젠가 권태는 밀려온다. ‘셋’은 그래서 보다 지속적인 흥미를 자극하고 보다 공고한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와 ‘하나’ 사이의 관계를 흔드는 또 다른 ‘하나’와의 유지가 요구된다. 그래서 ‘셋’은 그만큼 ‘둘’보다 심오한 숫자다. 사회의 최소단위는 ‘둘’에서 시작되지만 ‘셋’으로 넘어갈 때 본격적인 사회적 현상이 발생한다. ‘둘’이 사회를 이루는 필요조건이라면 ‘셋’은 결국 사회를 이루는 최소한의 충분조건인 셈이다.

<쓰리>는 바로 그 문제의 ‘셋’에 관한, 어느 특별한 ‘3각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베를린에 한 부부가 있다. 유명 TV앵커 한나(소피 로이스)와 아트 엔지니어로 일하는 시몬(세바스티안 쉬퍼)은 겉으로 보기에 평온해 보이지만 그들은 은연 중에 자신들의 권태기를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삶은 딱히 문제 없이 흘러간다.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곧 부부는 각자 모종의 관계를 통한 비밀을 얻게 된다. 시작은 여자였다. 그녀는 망설였지만 결국 선택했고, 이를 즐겼다. 그리고 곧 남자도 자신의 정체성을 뒤흔들만한 사건을 얻고 관계를 지속한다. 누가 시작했는가라는 문제와 상관 없이 두 사람은 급격하게 그 관계로 빠져들었다.

톰 티크베어의 <쓰리>는 문제적인 소재를 실생활적인 합리로 풀어내고 전위적으로 전시해낸 작품이다. 그리고 이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 생을 유지하고 버텨내려 하지만 때때로 그 관계에 속박되어 자신이 더 나아갈 수 있는 삶을 포기하거나 인내하기도 한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삶을 단단하게 세우는 지지대 노릇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게 만드는 수갑과도 같다. 감정은 자유지만 제도는 곧 속박이다. 제도란 바로 그 자유로운 감정을 속박하고 구속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용이하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을 제어하는 도구인 것이다.

<쓰리>는 바로 그 제도적 속박에 대한 합의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불행을 억누른 거짓 행복과 동거하는 삶보다는 각자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 욕망의 절충과 합의를 통해서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고 공유하는 편이 백배는 나음을 보여주는 전위적인 전시인 것이다. <쓰리>는 이 문제적인 주제 의식을 거칠게 주장하거나 장황하게 설명해내는 노력 대신 그러한 삶의 단편을 연출하고 응시하게 만든다. 문제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영화는 단순히 그 도발적인 스토리텔링을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결과물이기도 하다. 건조한 인상이 느껴지기는 하나, 이야기의 흐름에는 무리가 없고, 깊이가 있으며, 예상 경로에서 벗어나는 놀라움과 성찰을 안겨주는 순간도 존재한다.

삶이란 전기줄 두세 갈래의 흐름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없기에 어떤 행위를 통한 비유로 형상화시켜야 할 정도로 고차원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 복잡한 삶을 단순화시키는 방식은 결국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 안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공유하고 한 덩어리로 승화시키는 길 밖에 없다. <쓰리>는 윤리적인 문제제기 안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분명 진보적인 의식을 지닌 작품이다. 서로에 대한 인정과 각자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때, 보다 너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2011년 9월 23일 금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윤리적인 문제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하지만 분명 주목할 만한 그들의 3각 관계.
-도발적이지만 수긍할 만한, 주목할만한 자의식의 연출가 톰 티크베어
-그저 영화 속에서 돌아가는 남녀의 기이한 관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
-아니, 무슨 이런 불경스러운 반기독교적 영화가 다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헌금을 많이 냈다면?)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의 문법과는 다른 독일영화.
-어머니나 아버지와 함께 보다가는 막장 아들, 딸 취급 당할 수 있으니 일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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