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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찬란하여라 (오락성 6 작품성 6)
레스트리스 | 2011년 10월 27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또 한 번 청춘, 그리고 죽음이다. 레퀴엠 3부작으로 불리는 <제리>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는 물론, 이후 찍은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도 청춘과 죽음은 구스 반 산트에게 주요한 화두였다. 그러니 소재만 두고 보면, <레스트리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구산 반 산트스러운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마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 작품과는 다른 그의 시선에 놀랄 수도, 실망할 수도, 혹은 위로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레스트리스>는 구스 반 산트의 신선한 변화로, 누군가에겐 배신으로, 누군가에겐 숨고르기로 다가갈 게다.

에녹(헨리 호퍼)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모는 죽고 그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때, 부모는 세상에 없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히로시(카세 료)만이 있을 뿐. 이후 에녹을 세상과 담을 쌓는다. 그렇게 성장한, 에녹에겐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 장을 기웃거리는 수상한 취미가 생겼다. 취미를 즐기던 어느 날, 그 곳에서 애나벨(미아 와시코브스카)이라는 머리 짧은 톰보이 소녀를 만난다. 너무나, 밝은 소녀. 그런 그녀가 말기암 환자라니. 그녀와 유통기한 3개월의 사랑을 시작한다.

암, 시한부 인생, 첫 사랑. 신파가 사랑하는 이름들이다. 진부함의 늪에 빠지기에도 좋은 소재다. 하지만 구스 반 산트라는 필터를 통과하며 진부함은 녹아내린다. 에녹과 애나벨에게 주어진 3개월의 시간에는 슬픔이 들어앉을 자리가 없다.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자전거를 타고, 할로윈 파티를 즐기고, 영안실에 몰래 잠입하고, 죽음 예행연습도 하고. 철부지들의 소꿉놀이 같은 데이트들이 사랑스럽게 이어진다. 죽음은 이별이 아닌 또 하나의 성장을 의미한다는 듯, 이들은 그렇게 하루를 무던히 흘려보낸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지나치게 현실감 없어 보이기도 한다. 감정의 진폭이 얄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그것이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감독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이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리 환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와 크게 무관하지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로 익숙한 해리스 사비데즈 촬영 감독의 영상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즐거움이다. 팝송 애호가라면, 음악도 지나칠 수 없다. 비틀즈와 폴 매카트니, 엘리엇 스미스, 니코, 핑크 마티니 등의 음성이 싱그러운 영상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에녹 역은 지난해 타계한 데니스 호퍼의 아들 핸리 호퍼가 맡았다.(핸리 호퍼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표정이 굉장히 많이 감지된다. 애나벨 역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를 연기하고,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에 캐스팅 된 미아 와시코우스카다.

2011년 10월 27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죽음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
-구스 반 산트가 부르는 러브스토리
-영상 하나 하나가, 화보가 따로 없네
-누군가에겐 너무 달큰한 구스 반 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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