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레옹(장 르노)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빅터(빌 나이히)처럼 됐을까. 명문 킬러 집안 출신의 살인청부업자 빅터. 화초 가꾸는 것 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어 보이는 이 남자, 쉰네 살이 되도록 사랑 한 번 못해 봤다. 킬러로서의 실력은 상당한데, 그렇다고 무서워 보이지는 않는다. 앵무새의 “사랑해” 한마디에 마음을 빼앗기는 걸 보니… 뭐랄까. 임산부에게 총을 겨누지 못했던 <킬러들의 수다>의 순박한 킬러들이 연상된다. 그런 그의 인생에 필요한 거?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물으나마나, 사랑 아니겠는가. 많은 영화가 그래왔듯, <와일드 타겟>에서도 킬러의 사랑은 자신이 죽여야 할 타겟에게로 향한다.

그런데 킬러가 사랑하게 되는 여자가 조금 특이하다. 이 여자 로즈(에밀리 블런트). 청순가련의 청순녀도, 지적인 여자도 아니다. 가짜 램브란트 그림을 고액에 팔아넘기는 간 큰 도둑, 대낮에 길거리를 활보하며 절도행각을 벌이는 4차원 도둑이다. 고지식한 킬러가 4차원의 여인을 만났으니, <레옹>과 같은 애절한 사랑은 없다. <와일드 타겟>가 타겟으로 삼은 건, 명백히 유머다.

<와일드 타겟>은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의 1993년 동명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연출은 <나의 사촌, 비니> <마이클 J.폭스의 상속작전> <그린 야드>로 익숙한 영국 출신 감독 조나단 린이 맡았다. 강한 한방보다 소소한 재미를 추구해 온 감독의 특성은 이번에도 어김없다. 가벼우면서도 담백한 유머 코드가 곳곳에 자리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호하는 관객들로서는 심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과장기 없는 코미디가 반가울 관객도 있겠다. 취향을 탈만한 코미디란 얘기다.

취향과 상관없이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인물 관계도다. 살인 사건에 우연히 휘말리는 토니(루퍼트 그린트)가 가세하면서 킬러 영화는 가족 영화로 발을 넓힌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던 킬러, 명랑한 겉모습과 달리 여린 내면을 지닌 미녀도둑, 마음 둘 곳 없이 살아온 청년이 ‘집’이라는 한 울타리에 어우러져가는 모습에서, 대안가족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의도한 연출이든 아니든, 독특한 지점이다.

빌 나이히, 에밀리 블런트, 루퍼트 그린트, 세 주연배우는 이 영화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이들은 분명 개성 있는 배우들이다. 이들의 개성이 만나서 빚어내는 화음도 좋다. 하지만, 2인자들의 만남이라는 선입견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러브 액츄얼리> <캐리비안의 해적>의 개성 넘치는 조연으로 얼굴을 알린 빌 나이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 해서웨이 뒤에 있었던 에밀리 블런트, <해리포터>시리즈에서 해리가 아닌 해리의 동지였던 루퍼트 그린트. 주연보다 조연으로 친숙한 배우들이 만남이기에, 흥행력에서 다소 밀리는 게 사실이다.

2011년 12월 28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 에밀리 블런트 매력있네~ - 신사의 나라 영국은 킬러마저도 매력이 철철. 개성있다, 빌 나이히! - 의외의 웃음, 의외의 개성, 의외의 하모니 - 담배에 상반신 노출까지 감행하는 <해리포터>의 론. 반갑긴 한데, 아직은 적응이 안 된다구! - 주연 배우들의 지명도가 (국내에서는) 조금 약하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