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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의 그림자도 안 보인다 (오락성 7 작품성 7 입체감 8)
장화신은 고양이 | 2012년 1월 12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슈렉> 생명연장의 꿈은 어디까지인가. 4편만으로는 성에 안 찬 모양이다. 드림웍스는 떠나가는 <슈렉> 안에서 장화신은 고양이의 발목을 낚아챈다. 그의 숨겨진 과거를 ‘스핀오프(Spin-off)’로 되살리기 위해 말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장화신은 고양이가 ‘겁나 먼 왕국’(Far Far Away)에 당도하기 전에 있었던, 겁나 더 먼 과거 이야기. 스페인 ‘산 리카르도’ 마을의 카사노바 무법자 고양이 푸스(안토니오 반데라스)에 대한 모험담이다.

예상 밖이다. <장화신은 고양이>에는, <슈렉>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단 분위기에서 그렇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슈렉>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데스페라도>(1995년) 정서에 더 가깝다. <데스페라도>에서 호흡을 맞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셀마 헤이엑이 목소리 연기를 한 이유에서이기도 하지만, 유머구사 방법과 캐릭터 구축, 라틴풍 음악까지 많은 부분 흡사하다. 장르도 변화무쌍하다. 액션, 로맨스, 어드벤처, 마카로니 웨스턴 범죄 무비가 경계 없이 흐른다. “스핀오프가 아닌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구축했다”고 말한, 총 제작자 길예르모 델 토로의 발언이 허언이 아니다. 영화는 <슈렉>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슈렉>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칭찬만은 아니다. <슈렉>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 그것을 제외하고 바라보면, <장화신은 고양이>의 야심은 의외로 크지 않다. 스토리 구성은 단순하고, 전개는 평이하며, 메시지도 어린이 눈높이 수준이다. ‘잭과 콩나물’, ‘황금알을 낳는 거위’등의 동화를 차용하긴 하지만, 그것이 풍자로까지 뻗지는 않는다. 특히, “그들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향하는 전형적인 결말은, ‘전복의 달인’ <슈렉>이 지양했던 부분이기에 아쉽기도 하다.

아쉬움은 달래는 무기라면, 극강 애교를 자랑하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감독 크리스 밀러와 길예르모 델 토로는 풍자와 전복보다, 장화신은 고양이를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에 흠뻑 취해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어김없이 꺼내드는 필살 애교 눈빛은 여전히 강력하다. 우유를 방정맞게 핥아 먹거나, 골목길 불빛을 따라가며 이리저리 교태부리는 모습에서는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를 속으로 연발하게 된다. 부서지기 쉬운 날달걀 ‘험티 덤티(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말랑말랑한 손바닥이 치명적 약점인 섹시한 켓츠걸 ‘말랑손 키티(셀마 헤이엑)’ 캐릭터도 흥미롭다.

3D 효과는 탁월하다. 마법 콩나무 줄기를 타고 하늘로 승철하는 장면, 협곡 추격씬은 말할 것도 없다. 원거리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배경이나, 소소한 장면 하나하나에도 입체감과 공간감이 충분히 살아있다. 특출한 장면에 3D효과를 집중시키기보다, 전체적인 안배에 신경 쓴 분위기다. 덕분에 장시간 3D 안경을 쓸 때 생기는 눈의 피로가 없다. 9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 타임도 3D를 즐기기에 적합해 보인다.

2012년 1월 12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주연 잡던 조연의 화려한 신분상승
-이보다 더 귀여울 수 없다
-전국 고양이 연합 본부 회원님들, 예매 필수
-<슈렉>으로부터의 완벽한 분가. 자립심 강하다.
-무뎌진 풍자, 뭉툭해진 패러디
-초록 괴물의 발가락 하나 정도는 나올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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