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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사과보다 치명적인 건, 패러디에 대한 식상한 접근 (오락성 5 작품성 6)
백설공주 | 2012년 5월 4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2012년은 그림형제의 백설공주 탄생 200주년을 맞는 해다. 이 거국적인 탄생일을 그냥 지나칠 할리우드가 아니다. 3개의 백설공주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크리스틴 스튜어트표 백설공주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촬영 준비 중인 <오더 오브 세븐>(시얼샤 로넌이 백설공주 역으로 유력하다), 그리고 타셈 싱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 <백설공주>(원제 Mirror Mirror)다.

언제부터인가 동화 속 공주(여성)들은 거울 대신 칼을 잡았다. 왕자들은 자기 앞가림에 바빠 ‘위기의 공주’를 구해내는데 지지부진했다. 그 언제부터인가가 <슈렉>때 부터인걸로 측정되는데, <슈렉>도 어느덧 10년이나 지난 영화다. 이야기인 즉슨, <슈렉> 이후 너무 많은 영화 속 ‘그녀’와 ‘그’들이 패러디되고, 재해석되고, 성역할이 뒤바뀌는 바람에 이런 류의 캐릭터가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백설공주>가 베어 문 건, ‘독이 든 사과가’ 아니라 패러디를 대하는 ‘안일한 태도’다. <백설공주> 속 공주(릴리 콜린스)는 당차다. 왕자(아미 해머)는 백치미가 좌르르 흐른다. 왕비(줄리아 로버츠)는 심지어 자신의 외모보존을 위해 국고를 낭비하는 성형중독자다.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의 전복이다. 동화 비틀기를 너무 틀에 박힌 관점으로 접근하다보니 신선함이 떨어진다. 미국에서의 흥행 실패엔 이러한 이유가 적지 않게 작용했으리라.

이야기의 아쉬움을 메우는 건, 환상적인 비주얼이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신들의 전쟁>을 통해 ‘영상미학의 대가’라는 칭호를 부여받은 타셈 싱은 상상력 가득한 동화 세계를 자신의 문법으로 오색찬란하게 색칠했다. <드라큘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이시오카 에이코의 손에서 창조된 의상도 탐날 만큼 독창적이다.(그녀는 이 작품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흥행 성패와 상관없이 릴리 콜린스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러브콜을 꽤나 받을듯하다. ‘뻔’하게 전복된 백설공주 캐릭터를 입고도 릴리 콜린스 자신의 얼굴은 확실하게 각인시키니 말이다. 여기에서 그녀와 관련된 두 가지 사실. 하나는 영국 유명 밴드 ‘제네시스’의 보컬 필 콜린스의 딸이라는 점(릴리 콜린스는가 엄마를 닮았구나.) 그리고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백설공주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경쟁영화에서 퇴짜 맞은 배우를 과감하게 기용한 <백설공주>팀의 대범함도 주목되지만, 스스로가 백설공주에 최적화된 외모를 지녔다고 확신하는 릴리 콜린스의 자신감이야말로 높이 살만하다.

2012년 5월 4일 금요일 | 글_ 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릴리 콜린스 미모 폭발
-실망시키지 않는 타셈 싱의 영상미학
-신선하지 않는 패러디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장면이 너무 많아.(전체관람가라는 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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