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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하튼은 아직 스파이더맨이 필요하다 (오락성 8 작품성 7 입체감 8)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지금이야 마블의 영웅들이 ‘어벤져스’라는 노조(?)까지 만들어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지만, 10여년 전만해도 영화시장은 <슈퍼맨>과 <배트맨>을 보유한 DC가 우세했다. <엑스맨>으로 뒤늦게 영화라는 금맥 찾기에 뛰어든 마블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 건, 2002년. 그러니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 이르러서다. 영화는 3편으로 이어지는 5년 동안 전 세계 극장가에 거미줄을 쳤고, 총 25억 달러(한화 약 2조 9,000억 원)의 돈을 집어 삼켰다. 누가 봐도 성공한 프랜차이즈. 그래서 기업을 일군 일등공신 샘 레이미가 하차하다고 하자, 토비 맥과이어마저 떠난다고 하자, 단골고객들의 불만은 컸다. 샘 레이미의 하차 이유가 소니와의 불화 때문이라는 게 알려졌을 땐, 소니를 마치 장인을 쫓아낸 악덕업주처럼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소니가 꺼내든 카드는 리부트다. 그들은 샘 레이미표 스파이더맨에 대적할만한 스파이더맨을 창조해 낼 적임자를 물색했다. 그리고 신임 수장으로 마크 웹을 소환했다. 마크 웹. 청춘멜로 <500일의 썸머>의 그 마크 웹? 맞다. 블록버스터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그 마크 웹? 그것도 맞다. 기대와 우려와 부담을 동시에 안은 마크 웹은 무리한 모험을 감행하진 않는다. 원작에 보다 충실하되, 감성 충만한 자신의 장기를 살리자. 이게 그가 세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기조로 보인다.

스토리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의 부모는 일찍 세상과 등졌고, 의지했던 삼촌은 괴한의 총에 맞아 비명횡사했다. 거미에 물린 후 어마어마한 힘을 얻었지만 삼촌 말마따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터라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공부벌레’와 ‘히어로’를 오가는 이중생활 역시 똑같이 전개된다. 그럼에도 각각의 에피소드 조율이 탄력적으로 이뤄져 지루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조금 더 밝아진 주인공의 성격도 전편과 한 뼘 더 거리를 두게 한다. <스파이더맨>을 관객들이 유독 사랑했던 건, 주인공 피터 파커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집 형, 옆집 오빠 같았기 때문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관객이 피터 파커에게 몰입하게 한다. 마크 웹이 만들어 낸 피터 파커는 엄밀히 말해 보통사람이 아니다. 그는 전문가들이 풀지 못한 유전공학 공식도 풀어내는, 한마디도 천재소년 두기 뺨치는 물리학 천재다. 영화는 이런 천재소년의 체면을 세워주는 데에도 각박하지 않다. 그러니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주인공의 소시민적 면모를 이용해 관객의 동질감을 유도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히어로의 멋들어진 모험담과 초월적 재능을 진열함으로서 관객의 쾌감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한다.

무엇보다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피터 파커는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 파커보다 욕망 표출에 자유롭다. 사실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지나치게 금욕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의 동굴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었다. 선의로 행한 행동이 오해받을 때에도 입을 다물었다. 사랑하는 여인도 멀리했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타인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대중 앞에서 보다 쉽게 마스크를 벗는다. 보다 빨리 여자 친구 그웬(엠마 스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심지어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그웬의 창가로 다가가 모성애도 자극한다. 어린애 같다고? 설마. 어쩌면 이건 인간의 너무나 당연한 욕구다. 개인의 욕구를 지나치게 억누르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논란거리라면 주인공의 성격이 밝아지고 고민의 흔적이 옅어진 사이, 영화가 품은 깊이가 단순해 보인다는 점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작품적으로도 큰 점수를 받은 데에는 특유의 다크함이 한몫했다. 샘 레이미는 거미줄마냥 꼬이고 꼬인 인간관계 속에서 단순한 슈퍼히어로 물을 넘어선 인간 사회의 속성을 품으려 했다. 이와 달리 마크 웹은 많은 인간관계 중 달달한 로맨스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신기한 건 이것이 오히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된다는 사실이다. 마크 웹은 <500일의 썸머>에서 보여줬던 낭만적이고 로맨스적인 감성들을 초특급 블록버스터 안에 무리 없이 녹여낸다. 피터와 그웬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500일의 썸머>에서 톰(조셉 고든 레빗)과 썸머(주이 디샤넬)의 풋풋한 한때를 떠올리게 한다. 블록버스터물을 이토록 감수성 있게 그려낸 경우는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그 유연한 활강에 있다. <아바타>가 나왔을 때 덩실거렸을 건, 20세기폭스 만이 아니다. 소니 역시 여러 가지 생각으로 미소를 지었을 게다. 거대한 빌딩 숲을 종과 횡으로 누비는 스파이더맨의 모습만큼 3D에 최적화된 게 어디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3D다. 그리고 예상대로 3D를 입은 스파이더맨은 근사하다. 특히 시점숏으로 잡은 카메라가 뉴욕 밤거리를 훑는 화면에서는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를 탄 듯한 짜릿한 희열이 전해진다. 영화도 보고 놀이기구도 타고. 이런 걸 일석이조라 한다지.

(덧붙이기- 사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망해서 소니가 디즈니에 거미를 팔아넘기길 바랐는데, 글렀다싶다. 이건, 흥행감으로 보이니까.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을 볼 가능성은 희박해져간다. 슬프다.)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이라. 기대해 볼만하지 않아?
-밝아진 피터 파커, 사랑에도 저돌적이네.
-이토록 달달한 슈퍼히어로물이라니.
-샘 레이미가 그린 <스파이더맨 4>는 어땠을까. 아쉬워.
-피터 파커 부모님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속편을 봐라?
-밝아진 만큼 무게감은 덜하다
8 )
enemy0319
이번에 스파이더맨은 샘레이미의 전작보다는 확실히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로맨스 장면들은 달달하게 잘 구성되어 있는 반면
빌런 캐릭은 공감이 안되고 어설프며, 주인공들의 심리가 이해가 안되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또한 플롯 상에서 억지로 진행되어가는 부분들도 있었구요.
액션도 샘레이미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액션들이 훨씬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되고요.
보고 나서 여러모로 샘레이미 감독의 부재를 안타깝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2012-07-23 15:14
my88920
 새로운배우라 오히려 기대는 안했지만 액션장면도 기대이상이였고 , 나름 좋았다.   
2012-07-19 12:42
tlsdngur
솔직히 멋있었다.   
2012-07-10 21:13
odk0830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재밋게 봐서 기대를 많이하고 본 작품입니다. 기존 스파이더맨이 작품성과 액션위주라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액션과 작품성에 더하여 코믹과 로맨스를 섞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긴 상영시간에 비해 영화를 보는 내내 별로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새로운 악당도 신선했고 기존 스파이더맨과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약간 더 인간적(?)이게 나왔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명작 이라기 보다는 재밋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2012-07-06 21:00
dillita
다크히어로나 정체성에 심하게 장애를 빚는 히어로들이 취향이라 스파이더맨은 유치하고 별로였는데, 이번에도 제겐 그냥 유치한 영화였지만, 액션만큼은 확실하더군요. 그냥 액션만큼은 스파이더맨이 할 수있는 모든걸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솔직히 다음작에서 뭘 더 보여줄수있을지가 궁금할정도   
2012-07-06 02:25
dowu87
샘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워낙 훌륭했기때문에 어메이징스파이더맨은 당연히 비교될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이래야한다~"라는 고정관념만 버리고 본다면 새로운 스파이더맨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평타이상을 치는 영화입니다.
영화평들을 보면 악플들은 대부분 전작과 스토리도 다르지않고, 스파이더맨이 성격이 맘에 안든다는둥...개인 취향적인 이유로 악평을 하던데... 개인 취향적인 문제때문에 영화자체로서의 평가가 깍이는게 아쉽네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죄가있다면 '너무 일찍' 리부트 됐다는거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명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작도 아니었습니다. 무척이나 매력있게 감상한 블록버스터 였습니다.^^   
2012-06-30 15:07
kop989
500일의 썸머 감독이 연출했다고 해서 상당한 기대를 했는데..그에 부응하는 수준의 영화가 나온 듯하군요....주말 관람 예정입니다   
2012-06-29 18:36
cyddream
부조리하고 답답한 현실앞에 필요한 것은 정의가 살아 있고, 그 올바름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권선징악의 진리..... 필적할 수 없는 사악한 악의 세력앞에서도 기사도를 잊지않고 정으롭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영웅을 두눈으로 뜨거운 심장으로 만날 수 있다면.... 소시민인 우리들의 마음또한 행복하지 않겠는지요.....^^   
2012-06-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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