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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로 맞춰보는 운명론적 사랑 (오락성 6 작품성 6)
카페 드 플로르 |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 양현주 이메일

인간이 가진 감정 중 사랑만큼 다층적인 것이 있을까. 기쁨, 증오, 질투, 환희, 회한, 살짝만 비틀어도 어그러져버리는 루빅큐브를 보는 것과 같다. 시작은 같으나 끝을 항상 함께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랑의 속성이다. 이 불안정하고도 다층적인 사랑이라는 퍼즐을 <카페 드 플로르>는 운명이라는 열쇠로 맞춘다. 1960년대 파리, 블루칼라 노동자인 재클린(바네사 파라디)은 다운증후군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녀의 꿈이자 유일한 희망은 스물다섯이 다운 증후군 평균수명을 깨고 아들 로랑(마린 게리어)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2011년 캐나다 몬트리올, 미모의 아내, 사랑스러운 두 딸, 잘 나가는 디제이 앙트완(케빈 파랑)이 있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는 행복을 모른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 놓여있는 인물들 사이에서 교차점을 찾기 힘들다.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것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매튜 허버트의 음악이다.

<카페 드 플로르>는 소울 메이트와 운명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하나로 결합하는 영화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사랑은 독립된 옴니버스가 아니다. 나란히 교차되거나 플래시백으로 나열되면서 관객에게 연결점을 찾으라고 종용한다. 퍼즐처럼 날아드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비밀은 극적인 반전으로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킨다. 사랑과 운명을 동양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해답이 서구 문화권에서는 분명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도플갱어와 운명이라는 소재 탓에 키에슬롭스키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나 <옴 샨티 옴> 등의 영화들이 <카페 드 플로르>와 더 가까이 있다.

캐나다 감독 장 마크 발레의 <크.레.이.지> <영 빅토리아> 등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또한 음악적 서사가 드라마를 앞서갈 정도로. 음악이 강력하다. 영화 제목인 매튜 허버트의 '카페 드 플로르'와 더불어 핑크 플로이드, 시규어 로스, 더 큐어 등의 음악이 각 주인공들의 테마곡으로 드라마와 결합한다. 여기에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몽환적이고도 감각적인 영상이 어우러진다. 극적인 해소로 밝혀지는 결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반복되는 인물들의 일상이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반복에는 이유가 있고, 그렇기에 반전이 유효한 영화다. 비밀을 내포한 영화를 다룰 때는 더욱 신중해지는 법이지만, 재클린 역의 바네사 파라디가 보여주는 애처롭고도 강인한 모성애는 짚어줘야겠다.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음악영화라는 단어에 안성맞춤
-21세기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60년대 파리의 미학적인 영상
-사랑의 테마곡이 있다는 건 근사한 거구나
-우리에게는 신선하지 않은 반전
-음악이 드라마를 앞서는 주크박스 영화
-2001년도 음악이 어떻게 60년대에 사용되었냐는 딴죽은 넣어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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