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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 했거늘... (오락성 6 작품성 4)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 | 2013년 2월 7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8년, 세상은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라는 ‘마초남’을 만났다. 관객은 일개 나부랭이 경찰이 아내를 살리겠다며 혈혈단신으로 고층빌딩에 매달리는 박력에 마음을 빼앗겼다. 정부의 무능함을 재치로 면막 주는 의연함에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맥클레인은 람보나 록키와는 다른 새로운 영웅이었다. 그 후 25년. 맥클레인의 머리 뒤로 포착되는 건, 레이건이 아닌 버락 오바마의 사진이다. 백악관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고 아날로그 액션스타를 위협하는 슈퍼 히어로들이 줄지어 나오는 사이 맥클레인은 대머리가 됐고, ‘할배(grandpa)’ 소리를 듣게 됐고, 불뚝 나온 배 때문에 러닝셔츠 대신 펑퍼짐한 줄무늬 남방을 입게 됐다. 하지만 이 남자, 가족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늘 가족이 말썽이다. 아니,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모 광고의 정신을 배반하는 맥클레인의 철새습성이 문제다. 1,2편에서 관계가 소원해진 아내 때문에, 4편에서는 애비를 호구로 여기는 딸 때문에, 초가 수당도 안 나오는 ‘다이 하드’한 일에 휘말렸던 맥클레인이 이번에는 집 나간 아들로 인해 시간 외 업무에 시달린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아들 잭(제이 코트니)이 중범죄를 짓고 모스크바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맥클레인은 러시아로 날아간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망나니인 줄 알았던 아들이 알고 보니, CIA 요원이었다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반전! 존은 자신을 무시하는 아들과 팀을 이뤄 테러범들과 맞선다.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이하 <다이하드5>)는 <다이하드 4.0> 이후 5년 만에 나온 작품이다. 하지만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보상해 주기엔, ‘다이하드’ 정신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전편들이 보여준 톡톡 튀는 유머감각이 실종됐고, 1,000억 원을 투입한 액션도 전형적이라 아쉽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맥스페인> <오맨>이라는 ‘망작’을 내놓은 존 무어가 메가폰을 잡았을 때부터?(실제로 그가 연출을 맡는다는 소식에 <다이하드>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었다.) <에너미 라인스> 이후 주가하락중인 존 무어가 행여 <다이하드> 시리즈를 통해 부활하나 싶었는데, 헛된 희망이었다. 존 무어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맥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맥클레인의 유행어 “이피 카이 예이 씨방새야! Yippie ki yay mother fucker!”(모든 시리즈에 나온다)가 어김없이 등장하긴 하나, 무너져가는 영화를 구해내진 못한다.

어쩌면 <다이하드 5>가 망쳐 놓은 건, 1~3편의 영광보다는 <다이하드 4.0>의 성취인지도 모른다. <다이하드 3> 이후 12년 만에 나왔던 <다이하드 4.0>은 모두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액숀’을 참맛을 보여주며 시리즈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다이하드 5>는 <다이하드 4.0>가 일군 성과를 후퇴시킨다. 4편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 속에서 영리한 액션들을 주조했다면, <다이하드 5>는 규모의 액션에만 집중한다. ‘강약 중간 약’이 없고, ‘강강강강’만이 있다. 액션의 디테일이 부족하고 상상력이 조악하다보니, 전체 크기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단조롭게 느껴진다. 존 무어는 액션의 묘미가 엄청난 물량공세만으로는 완성되지 못한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액션보다 더 큰 아쉬움은 캐릭터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특별함은 구수한 입담의 소유자 존 맥클레인의 캐릭터에서 나왔다. ‘얻어터지는 상황’ 속에서도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농담을 던지는 맥클레인의 유머감각은 그가 시티븐 시걸이나, 람보 등의 영웅들과 왜 다른가를 보여주는 전매특허와도 같았다. 하지만 <다이하드 5>에서는 그 유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영화는 아버지를 ‘존’ 이라 부르며 깔아뭉개는 아들을 등장시켜 존 맥클레인의 화를 돋우려 하지만, 둘 사이의 화학작용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유머가 줄어든 자리에 들어 선 건, 낯 뜨거운 부정이다. “그 땐 열심히 일하는 게 최선일 줄 알았어”라는 존의 고해성사를 아들이 우연히 엿듣게 되는 식의 장면은 다소 부담스럽다.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려 왔던 맥클레인이 아들을 위해 먼저 사건에 뛰어든다는 점 역시 그를 평범한 액션 영웅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엄밀히 말해 <다이하드 5>는 다이하드라는 이름을 지우고 보면 그리 공격당할 영화는 아니다. 화려한 액션이 있고, 볼거리도 다양하며, 러닝타임도 96분으로 오락영화로서 적당하다.(등급을 위해 잘려나간 분량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하지만 <다이하드5>를 보러가면서 ‘다이하드’를 지우고 가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전편을 모르는 어린 관객이라면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와 관련된 각자의 추억 하나를 가지고 갈 게 분명하다. 존 무어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존 맥클레인에 대한 추억에 오점을 남기고 만다. 오~맨!

2013년 2월 7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Yippie ki yay mother fucker!
-갈수록 호머심슨을 닮아가는 존 맥클레인 ^^;; 그래도 반갑다.
-감독이 누구? <맥스페인> <오맨>의....아...
-물량공세만으로 액션이 완성되더냐.
-다이가 정말 하드하다
5 )
chorok57
시리즈 사상 최악의 악당 = 감독   
2013-02-24 17:59
ever510
분명 볼거리는 풍부한 영화입니다. 전작이 너무나 화려하다 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면이 있지만 브루스윌리스의 호연이며 액션신이며 볼만합니다.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이렇게 평이 안 좋진 않을텐데.   
2013-02-18 10:13
billrb
다른 평이 필요한가요..보는 내내 킬링타임용 영화라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2013-02-13 12:21
spitzbz
확실히... 다이하드만 아님 대박이나... 다이하드라는 타이틀때문에... B- 네요....
그렇게 돈을 쏟아부은바에 비하면.... 왠지 쩝.... 기대치가 너무 올라가있으니..   
2013-02-12 18:01
spitzbz
다이하드에 대한 매몰찬 혹평이군요...
그냥 이건 팝콘무비로 보는거라,,, 가볍게..   
2013-02-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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