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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산층 가장의 권태 탈출 고백서 (오락성 5 작품성 7)
디테일스 | 2013년 4월 12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좋은 집과 안정된 직장, 사랑하는 가족.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 것 같은 제프(토비 맥과이어)지만 실로 괴롭다. 그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문제투성이기 때문이다. 밤마다 잔디를 뒤집어놓는 너구리, 매번 잠자리를 거부하는 아내,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고 협박하는 옆집 여자 릴라(로라 린니) 등이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디테일스>는 점점 추락하는 자신의 삶을 곱씹으며 문제의 원인을 알아보는 한 중산층 가장의 고백서다.

새로 잔디를 깔거나, 집 내부 공사를 하는 등 제프가 벌인 일들의 근원은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가 잔디를 깐 이유는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함이고, 집 내부 공사를 추진한 건 2세 계획의 일환이다. 정신과 의사 친구 레베카(캐리 워싱턴)를 찾아간 것도 원만한 부부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너구리들 때문에 망가진 잔디로 스트레스를 받고, 집 내부 공사 때문에 얽힌 옆집 여자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인다. 또한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레베카와도 불륜을 저지른다. 권태로운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행동들이 정작 제프의 발목을 잡는다. 영화는 제프를 통해 현대인들이 권태라는 현실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테일스>가 말하고자하는 현실의 무서움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죄를 달게 받으려는 선택 자체가 그릇된 판단이라 여기는 마음가짐에 있다. 제프는 매 순간 불행의 신호를 감지하지만 자기 합리화를 통해 평온한 삶을 선택한다. 나름대로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현실이란 감옥에 갇힌다. 철없는 어른의 어리석은 행동은 냉소적인 웃음을 짓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비 맥과이어의 캐스팅은 절묘하다. 어딘가 유약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소년과 어른 사이에서 방황하는 제프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행복한 인생이라도 균열과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감독은 균열과 갈등의 순간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테일스>는 추레한 미국 중산층의 현실과 그들의 허상을 다뤘던 샘 멘데스의 <아메리칸 뷰티>만큼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2013년 4월 1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권태로운 삶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필견.
-중산층 가장의 현실적 괴로움에 공감.
-토비 맥과이어의 우울한 표정, 로라 린니의 재발견.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보기 두려울지도.
-권태로운 삶을 벗어나고 싶은 가장이라면 아내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 것.
-영화를 보고 나면 발걸음이 무거울 가능성이 높다.
1 )
spitzbz
탁월한 캐스팅이었습니다.. 월요일 대낮임에도 무비꼴라쥬관에 꽤 관객이 많아서 놀랬네요~
대부분 여성분들이었지만... 일부일처제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바람피는건 흥미로운 소재겠지요
거기다 결혼보다 이혼을 더 많이 하는 미쿡을 배경으로.. 의사까지 돼서 잘살면서 뭔 배부른 권태얘긴가
싶기도 하지만.. 권태를 극복할 다른 삶의 활력소를 찾는게 정말 소중하고 귀중하다는것을 느꼈습니다.
부부관계, 이성.. 기본적인 생리욕구만 쫒다보면.. 결국 허무하죠....
그래서 취미생활에 발이 넓거나 하나에 푹빠질만한게 있으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한가지도 없이 일과 돈에 쫒겨 살지만...   
2013-04-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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