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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 아픔을 헤아리는 다큐멘터리 (오락성 6 작품성 6)
미라클 여행기 | 2015년 1월 8일 목요일 | 안석현 기자 이메일

감독: 허철
배우: 최미라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84분
개봉: 1월 15일

시놉시스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도 힘겨운 20대 후반의 청년백수 최미라는 자신의 신세가 답답하다. 그러던 차에 미라는 제주도 강정마을에 책을 기부하는 행사를 알게 되고 3만권의 책을 나르는 배에 승선하게 된다. 배에 승선한 약 300 명의 자원봉사들과 어울리며 미라는 어렴풋하게나마 강정마을에 대해 듣게 되지만 본인의 상황과 심정에 더 몰두한다. 미라는 다른 것보다 개인적인 힐링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배에 오른 미라는 과연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간단평

<미라클 여행기>의 가장 큰 미덕은 경청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명확한 입장이나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가만히 귀 기울인다. 자신의 앞날이 걱정인 주인공 최미라는 강정마을에 책을 전달하는 배에 무작정 승선한다. 가벼운 여행자의 마음으로 발을 디딘 강정마을에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고, 집집마다 해군기지 건설 찬반을 상징하는 깃발이 세워져있다. 찬반의견 대립으로 가족과 친구가 갈라진 것이 가장 아프다고 털어놓는 강정마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최미라는 눈물을 흘린다. 마주하기 전까지는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었던 이 시대의 여느 청춘과 다름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최미라가 공감하는 순간은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미라클 여행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최미라를 따라가며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권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돌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도저히 손을 쓸 방도가 없다면 주변의 돌부터 움직이라고 말한다. 최미라는 어느새 자신의 안위보다 강정마을을 걱정하기 시작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철벽으로 막혀버린 구럼비 바위를 보고 눈물을 삼키며 다음 세대를 위한 도서관을 짓는다. 이런 모습을 통해 <미라클 여행기>는 투쟁보다 치유에 집중하는 다큐멘터리가 된다.

2015년 1월 8일 목요일 | 글_안석현 기자(무비스트)




-꼼꼼하게 촬영한 바다의 시원한 전경.
-말로만 듣던 제주도 강정마을을 보고 싶다면.
-영화관에서 듣는 구럼비 바위의 노랫소리.
-소라 껍데기 속 보금자리를 잡은 선인장이 주는 여운.
-달팽이관의 강도에 따라 뱃멀미를 방불케 하는 카메라의 흔들림.
-이제는 불행의 배가 되어버린 희망의 배와 노란 깃발을 볼 때의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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