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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 제압, 뒷심 부족!
세션 나인 | 2002년 3월 22일 금요일 | 우진 이메일

'반전'을 품은 영화는 그 단서들을 플롯 구석구석에 흩뿌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것들을 조합해 나름의 추측을 길어 올린다. 따라서 '반전' 영화란 일종의 게임과도 같다. 관객의 추측이 결말과 맞아떨어지면, 영화는 일순 '뻔한 영화'로 전락하고 만다. 또한 단서들이 결말과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영화는 '터무니없어'진다. 따라서 반전 영화 창작자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는 아마도, 관객의 추리력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가면서도 타당한 결말을 이끄는 '단서 배치'가 아닐까 싶다.

요즘 유독 시중에 쏟아지는 스릴러물 중의 하나인 [세션 나인]은 미스테리를 밟아나가는 과정에 공포를 덧씌운 영화이다. 예전에 정신병원이었다는, 폐허가 된 건물을 배경으로 우선 으스스한 분위기 설정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 간의 미묘한 긴장을 보여줌으로써 엉킨 문제뭉치도 던져 놓는다. 이렇게 기선을 제압한 후, 영화는 그들의 관계를 풀고 각각의 의뭉스러운 꿍꿍이를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영화의 줄기는 여러 주인공의 개인 행동으로 나뉘어져 있고, 단서들은 각각의 사연들 속에서 삐죽 고개를 내민다. [세션 나인]의 단서들은 언뜻 서로 유기적인 연관이 없을 것처럼 파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하나의 뿌리를 향해 다가가도록 의도된다.

영화가 드러내는 개별적인 단서들에는 비슷한 색채의 공포가 드리워진다. 그것은 명료한 이성으로는 닿을 수 없는, 무의식적이고 감성적인 차원의 공포이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공포의 극단적인 예로, 암전공포증을 든다. 공포증(phobia)이란 어떤 대상에 대한 강박관념의 일종으로 근거가 없음에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어두운 곳에 있지 못하는 제프가 불이 꺼지는 복도를 피해 달아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그러나 분명 우리의 기저에 도사린 공포를 또렷이 목격하게 된다.

한 인물과 카메라를 일치시키는 전략은 관객을 속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주체를 카메라 뒤에 숨길 수 있고, 관객은 수동적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션 나인]은 카메라에 객관성과 주관성을 번갈아 부여하는 세련된 전술로 무서운 느낌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사건의 실마리를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돋보이는 이러한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까지 팽팽한 탄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확연히 돋아나는 공포의 이미지들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세션 나인]의 플롯은 자주 논리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개연성이 결여된 틈새에서 풍겨나는 혼란은 고스란히 '반전'으로 수렴된다. 플롯 자체가 복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다가 결말에 이르러 되짚어 보면 적당히 맞물린다. 하지만 이것이 기발한 반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스크린에 부려 놓은 해체된 이미지들을 치밀하게 짤 수 있는 베틀을 제공하기보다는, 그것들을 부연 장막으로 덮음으로써 관객들의 호기심과 두뇌 운동을 차단하며 끝을 맺는다.

한 때, 주인공 곁을 맴도는 아리따운 미녀가 무조건 범인인 영화들이 있었다. '팜므 파탈'은 어느새 공식으로 자리잡아 그 독창성과 신선함을 잃고 말았다. 더욱이 그녀들은 항상 영화의 죄목을 몽땅 뒤집어쓰곤 했으므로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 하나 없는 허탈함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세션 나인]의 결말에서도 그런 허탈함이 느껴진다. 팜므 파탈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그녀들을 대신해 모든 의문점을 삼켜버리는 또 다른 대상이 읽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반전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공식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식상한 징후가 보인다.

3 )
ejin4rang
괜찮았던 작품   
2008-10-16 16:18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22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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