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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이 남겨준 못된 버릇
왓쳐 | 2000년 9월 21일 목요일 | 김응산 이메일
간만에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를 스크린 상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지는 리브스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리브스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매트릭스(the Matrix)'에서 처럼 전사의 모습이 아니라 흉악한 연쇄 살인범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의 유약하고 선한 얼굴로 어떻게 연쇄 살인범 역을 할 수 있을까? 허나 언제였던가 잡지에서 '희대의 살인마들'이란 기사를 읽었을 때, 나의 예상과는 달리 살인범들이 대개 평범하고 착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살인범이 모두 흉악하게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도 매우 어리석은 것이 아닐 수 없다. 하기는 실제로 범죄 영화에서 범인의 얼굴이 '사람 몇 죽일 것 같은' 표정이라면 살인의 간접적 동기 부여만 계속 해주게 되지, 관객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는 수위는 낮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븐(Se7en)'의 범인인 기자나 '헨리: 연쇄 살인범의 초상(Henry: Portrait of a Serial Killer)'의 헨리처럼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범상인이 범인이라면 관객의 공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때문에 리브스의 순한 얼굴은 그가 배울 만큼 배운 지능범일 것이다라는 추측에 정당성을 더해준다. 그런 그의 얼굴처럼 FBI 형사로 분한 제임스 스페이더(James Spader)의 유한 얼굴도 이 숨막히는 대결을 더욱 긴장되게 만든다. 억지일 수도 있겠지만, 감독이 뮤직 비디오를 찍던 사람이란 사실을 떠올리면 조각 같은 이미지의 두 배우가 접전을 벌인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는 그들의 살인 게임에 간접적으로 동참하게 되고, 이것이 살인 게임 스릴러의 묘미라면 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떠오른 영화가 하나 있는데, 크리스토퍼 램버트(Christopher Lambert), 다이안 레인(Diane Lane) 부부 주연의 '나이트 무브(Knight Moves)'이다. 살인이 마치 체스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는 설정은 아직까지도 멋진 기억으로 남아 있다. 관객들에게 일정한 살인 공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에서는 어떤 공식을 흘릴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그 기대의 대부분은 '키아누 리브스'를 볼 수 있다는 기대일 텐데)와는 달리 미국 언론들이 이 영화를 대하는 분위기는 사뭇 차갑다. 시카고 트리뷴 지에서는 이 영화가 '전혀 교묘하지도, 멋지지도, 그렇다고 무섭지도 않다'고 딱 잘라 평해 놓았고, 마이애미 헤럴드 지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하게 못만든 영화'라고 혹평을 해 놓았다. 이 중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은 워싱턴 포스트 지의 영화평으로서 평자는 '이번 주에 영화관에서, 이후 비디오로도, 그리고 나 죽을 때까지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라고 사상 최악의 악평을 하고 있다. 뭐, 언론의 평을 그대로 믿을 수만은 없으니 우선은 보고 결정해 볼 일이다. 사실 본인은 남들이 그렇게 칭찬해 마지않는 '세븐'을 너무도 재미없게 보았다. 살인 게임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관객의 참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일방적 영화였기도 했지만,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본인이 정말 칭찬하고 싶은 스릴러 영화는 '프라이멀 피어', '양들의 침묵', 그리고 좀 전에 소개한 '나이트 무브' 정도이다. 평자들과 개개 관객들과의 괴리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니까.

이번엔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히치콕(Alfred Hitchcock) 이후 스릴러 영화의 공식은 어느 정도 고정화된 것 같다. 그 공식 중 중요한 하나가 바로 스릴러 물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남성 우월주의인데, 히치콕은 '고맙게도' 그것을 후배 영화인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해 주었다. 히치콕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이나 그의 영화사적 업적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그의 영화가 여성 폄하적이며 이성애 중심주의(Heterocentrism)적이란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 어쨌든 쫓는 자와 쫓기는 자, 혹은 이 영화나 '세븐' 같은 경우가 그렇지만, 누가 쫓는 것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영화의 경우에 드러나는 대결 구도는 십이면 십 남성 간에서 일어난다. 이 때, 남성들의 영웅 주의와 승부욕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여성들인데, 따라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만 그려지는 여성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허공에서 유영하는 이미지일 뿐이다. 이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이 영화는 두 명의 남성 중 '누가 이기느냐'하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배우의 등장은 그녀들이 희생자로 그려져서가 아니라, 그녀들의 등장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하다. '누가 이기는가'하는 스포츠적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풀린 영화에서 여성은 '맛 있는' 양념일 뿐이다. 이것이 일반 스릴러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자, 한계이다. 아니, 스릴러 물이 이러하기 때문에 인기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모순 투성이인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를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피곤한 일일 수도 있으니까.

어떤 이야기일까

FBI 형사 조엘 캠벨은 L.A.를 배경으로 한 엽기적인 연쇄 살인 사건에 지쳐 버린다. 경찰을 상대로 한 살인 게임을 자행하던 데이비드 앨런 그리핀은 희생자가 죽기 전에 희생자의 사진을 찍어서 캠벨에게 보내는 식으로 단서를 조금씩 남겨주고, 계속된 검거 실패에 캠벨은 일을 접고 시카고로 향한다. 그런데, 캠벨을 따라 그리핀도 시카고로 떠나고 다시 한번 숨 막히는 살인 게임이 펼쳐진다.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

제임스 스페이더 마리사 토메이 키아누 리브스

제임스 스페이더 (James Spader) .... 조엘 캠벨 역
마리사 토메이 (Marisa Tomei) .... 폴리 역
키아누 리브스 (Keanu Reeves) .... 데이비드 앨런 그리핀 역
어니 허드슨 (Ernie Hudson) .... 이비 역
크리스 엘리스 (Chris Ellis) .... 홀리스 역
로버트 치치나이 (Robert Cicchini) .... 미치 역
이본느 나이아미 (Yvonne Niami) .... 리사 역

영화를 만든 사람들

감독 - 조 처배닉 (Joe Charbanic)
제작 - 크리스토퍼 에버츠 (Christopher Eberts), 패트릭 최 (Patrick Choi), 엘리옷 르위트 (Elliott Lewitt), 제프 라이스 (Jeff Rice), 나일 나이아미 (Nile Niami)
각본 - 클레이 애이어스 (Clay Ayers), 데이비드 엘리옷 (David Elliot)

official site: http://www.thewatchermovie.com/

2 )
ejin4rang
기대됩니다   
2008-11-12 09:38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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