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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의 수위를 조금만 낮췄더라면
불어라 봄바람 | 2003년 9월 8일 월요일 | 서대원 이메일

보일러비가 아까우니 내복을 껴입으라는 등 웬만해서는 살아생전에 만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생각되는 이 시대의 자린고비 소설가 선국(김승우)은 본의 아니게 다방 레지 화정(김정은)에게 세를 주게 돼 한 집에 기거하게 된다. 세상 물정에 밝지도 않고, 배운 것도 없이 오로지 왁자하기만 그녀는, 비록 동시대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순진무구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요란함을 당최 싫어하는 선국으로부터는 좋은 소리는커녕 구박 받기가 일쑤다.

소설의 소재가 바닥나 자괴감에 휩싸여 있던 선국은 어느 날 그토록 자기가 멸시해 마지않던 화정의 머리와 가슴으로부터 좔좔 흘러나오는 사랑스토리가 장난이 아님을 알아채고, 그녀 몰래 그 이야기를 도용해 소설화하기 시작한다. 그 후 그들은 본의 아니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서로의 감정을 조금씩 인식하게 된다.

<불어라 봄바람>은 소설가와 다방레지라는 다른 계층에 위치한 남녀가 여차 저차 해 싸우면서 정이 든다는 아주 지극히 뻔한 로맨틱 코믹 영화이다. 물론,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자신의 재치 발랄함을 한껏 뽐냈던 장항준 감독은 이 같은 흔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영화 안에서 적극적으로 행한다.

선국의 심경변화가 주축이 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불어라 봄바람>은 우선적으로 세련된 공간이 아닌 봄바람처럼 따스하면서도 복고풍스런 장소를 택해 인물들을 배치시킨다. 없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언제나 물고기 어항이 존재하는 다방과 나지막한 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변두리 동네, 이도령과 춘향이 사랑을 소곤대던 오작교와 광한루 등이 그러하다.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마천루와 삐까번쩍한 스펙터클들이 스크린에 만개한 현 시대의 영화 배경들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촌티가 풀풀 나는 <불어라 봄바람>의 공간에는, 외딴 시골에 기거하는 한 노부부의 정겨운 사랑싸움과 선국 부모의 우여곡절 깊은 삶의 이야기, 부모를 잃은 화정의 사연 등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설정들이 하나 둘 자리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감독은 좀처럼 안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는 시대 속에서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가치와 사랑이 있음을 전한다.

또한, 이 영화는 상업영화인지라 관객들의 배꼽을 뒤흔들어 놓을 웃음이 빠질 수 없다. 만화의 판타지적이고 오바스런 요소들, 그리고 시츄에이션 코미디에서 즐겨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과 입담들이 영화에 빼곡히 차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따사로운 느낌의 <불어라 봄바람>은 예상치 못한 찬바람의 삭풍을 맞이한다.

아날로그적인 공간과 정서를 음미하며 사랑에 또는 사람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고 영화는 제안하지만 그것을 전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일회적이며 소비적이며 오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때문에 이음새가 그리 매끈하지 못한 <불어라 봄바람>은 이러한 영화적 장치들이 서로 충돌을 하며 세대를 초월한 진솔한 감정의 드라마로도 자지러지는 웃음의 코믹으로도 안타깝지만 어느 하나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아니, 와 닿지 않는다기보다는 가볍게 느껴질 뿐이다.

결국, <불어람 봄바람>은 복고풍 정서든 상황코미디의 웃음이든 오바의 수위를 조금 낮추며 양쪽의 바람세기를 조금은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이 전면에 나서 신이 이뤄진 광한루에서의 선국과 화정의 재회 장면과 그 뒤에 이어진 일본인 관광객의 “조선의 봄바람 우짜고 저짜고....”의 일본어 내레이션은 보는 필자가 민망해질 만큼 어색함으로 가득했다.

3 )
gaeddorai
김승우는 언제쯤 영화로 봄바람 좀 불게 할까..   
2009-02-21 21:54
ejin4rang
김정은의 연기 절정   
2008-10-16 09:45
js7keien
배역에 김정은은 딱! 소리나지만...헐....   
2006-10-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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