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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찰떡궁합을 보았는가?
세크리터리 | 2003년 9월 25일 목요일 | 심수진 이메일

세크리터리
세크리터리
아무쪼록 부탁이야. 내 마음을 알아줘.
그녀는 은근히 기대한다. 이어 그가, 등 뒤로 다가선다. 이제 곧, 그녀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실망하고 만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가 멍하니 있는 동안, 그는 뺨에 오른 홍열, 그 뜨뜨미지근하고 신선한 혐오를 손등으로라도 닦아낼 기세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는 착각마저 든다. 이런 짓을 해야 할 관계는 아니었을텐데. 그는, 참으로 불경한 것에 손을 대고 말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젖은 두 손에 대고 마구마구 부볐다. 그녀는 그의 온 몸을 촉촉이 녹아내길 바랬던 그 달콤한 액체가, 그저 불경스런 오물로 변화하는 걸 보고, 아연한 기분으로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난다.

앗, 무엇을 상상하시는가. 이것은 영화 <세크리터리>의 한 장면. 여자 주인공 리가 어느 새 사랑에 빠지고 만 남자 주인공 리와의 에로틱한 연애를 상상했다가 썰렁하게 끝나고 말았던 슬픈(?)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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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디스트와 매저키스트가 만난다면 어떤 사랑을 펼칠까. 영화 <세크리터리>는 그에 관한 해답을 코믹하게 풀어가고 있는 영화다. 리 할로웨이는 겉으로 봐선 평범한 이십대 여성. 하지만 그녀에겐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몸에 생채기를 내야만 위로를 받는 오랜 습관이 있는 것. 그냥 그런 짓을 하는 거라면, 관객들은 뜨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영화는 그녀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마련해 주니, 아버지의 알콜 중독으로 인한 집안의 불화 등이 생겼을 때 그것은 그녀가 불안과 우울함을 극복하는 방편이다. 그런 이유로 잠시 요양원 신세를 졌던 리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부엌의 칼만 보면 행여 그녀가 또다시 자해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어머니를 보자니, 그녀, 참으로 일상이 무료하고 우울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기니, 변호사 사무실의 개인 비서로 취직이 된 것. 리의 보스인 에드워드 그레이는 중년의 근사한 변호사. 어딘지 우울하고 몽롱한 눈매를 지닌 이 변호사, 분위기가 요상하다 했더니 알고 보니 새디스트다. 결벽증까지 합쳐져 사사건건 이거 다시 해라, 저거 다시 해라 윽박지르기 일쑤니, 수많은 비서들이 이미 그의 지X같은 성질을 못 견디고 그만두었었다. 이런 위태위태한 사무실에 취직한 리지만, 이거 제대로 걸리지 않았는가, 왜냐하면 그녀는 매저키스트이니까 말이다. 다른 비서에겐 꿈에 나올까 기분 나쁜 독재자형 보스건만, 그녀에겐 남다르다. 타이핑한 문서에서 오타가 나올 때마다 빨간 펜으로 찍찍 동그라미를 쳐 놓고 벌을 주는 그레이에게, 처음에는 그녀도 훌쩍훌쩍 눈물을 짜지만 매저키스트인 그녀, 차츰 그 기질이 발동하여 그의 고함과 윽박, 명령 등의 온갖 나쁜 것들이 모두 다 황홀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리와 그레이는 천상 천생연분이 아니겠는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눈치챈 이상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기로 하겠다. 2002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거머쥐었던 이 영화는 메리 겟스킬의 소설 『나쁜 짓』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이 원작이라고. 적잖은 소설과 영화 등에서 과도한 성적 이미지와 결부되어 괜시리 소곤소곤 얘기하게 만들었던 사도-마조히즘을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속에 녹여낸 독특한 작품 <세크리터리>. 이 영화는 사도-마조히즘도 진실한 사랑과 행복에 이를 수 있는 또 하나의 양상이 될 수 있음을 심각한 제스처없이 가볍게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 눈엔 이 영화가 그려내는 남자와 여자가 아무리 좋게 보아도 그저 가부장 스타일의 남성과 이에 순응하는 수동적 여성의 구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러한 나의 삐딱한 눈을 상쇄시킬 만큼, 뒤통수를 치는 재치있는 장면들이나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가 보이지 않으니 그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끈적끈적한 사랑의 진실 하나를 발견하게 한다. ‘절망의 원천은 오로지 내 안에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과 사물들로부터 버림받았던 내게 이제 그(그녀)가 있다. 사랑스러운 것을 손에 넣은 나는 이제 눈물을 머금는다. 나의 몸은 어제와 오늘이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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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in4rang
두배우의 호흡이 좋았다   
2008-10-16 09:42
callyoungsin
두 주연 배우들의 사랑이야기가 재미있게 진행되어 좋았던 영화   
2008-05-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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