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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사랑
뒤틀린 사랑의 심리가 빚어낸 웃음이여 | 2003년 10월 30일 목요일 | 김작가 이메일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
툭하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싱숭생숭 해진다는 가을. 바야흐로 극장은 사랑이 넘쳐나는 시기다. 요 몇 년 사이 우리 코미디 영화가 극장을 점령하기까지는 분명 가을하면 잔잔한 사랑영화가 앞을 다퉜었다. 사랑이란 감기처럼 아무리 반복돼도 면역이 없는 참 질긴 감정이다. 비슷비슷한 거 같은데도 매년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이 쏟아지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동안 냉소적으로 인간들을 바라 본 코엔 형제 역시 사랑에 감염된 걸 보면 사랑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주제라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코엔 형제가 누군가 91년 <바톤핑크>로 깐느를 석권하더니 96년엔 <파고>로 깐느는 물론 아카데미까지 깜짝 놀라게 한 악동들이 아닌가. 심약한 인간들의 또 다른 감정을 집요하게 추적해 전혀 예측불허의 웃음을 선사하는 그들의 취향이 이 영화라고 그냥 지나칠리 없다. 때문에 영화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코엔 형제표 로맨틱 코미디란 수식어를 달아주고 싶을 정도로 색다르다.

영화는 이혼 전문변호사 마일즈(조지 클루니)와 결혼과 이혼으로 한밑천 잡아보려는 마릴린(캐서린 제타 존스)의 사랑이야기다. 돈 많은 상대를 골라 한밑천 잡고 헤어지려는 건 동서고금은 물론 남녀를 막론하고 한번쯤 꿈꿔 봄직한 바람이다. 마릴린은 결혼 몇 년만에 드디어 고대하던 남편의 외도 현장을 포착하고 쾌재를 부르면서도 증언대에 나가서는 사랑의 상처에 대해 늘어놓으며 애처로운 눈물을 흘린다. 이제 막 인생역전을 맞이하려는 순간 마일즈라는 장애물을 만난다. 마일즈는 계속 되는 승소에 기계적으로 맡은 단순한 사건에 눈을 번득인다.

그건 바로 자신이 꺾어야 하는 마릴린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피어나려나 싶은 순간 영화는 마릴린의 참담한 패배로 몰고 간다. 사랑이 아니라 애초에 남편의 돈만을 노린 결혼이었음을 마일즈가 밝혀 냄으로써 마릴린은 땡전한푼 받지 못하고 이혼녀로 전락한 것이다. 사랑이 원수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도대체 코엔 형제는 어떻게 두 사람의 사랑을 만들어나갈까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 영화는 마릴린의 복수극이다. 자신은 돈 많은 남자 등쳐먹는 게 꿈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캐서린 제타 존스의 얼굴에는 팜므파탈의 기질이 엿보인다. 이어 진정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다시 마일즈의 사무실에 돈 많은 남자를 데리고 나타난 마릴린. 이런 결혼과 이혼의 반복되는 현상들. 이건 분명 우리 정서에는 먼 미국식 사고방식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맘 편히 웃을 수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현실과는 먼 미국의 일이기에. 마릴린은 이 남자와 헤어져도 재산은 넘보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당당하게 마일즈에게 제출하고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마일즈는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며 자신에게 오라고 설득한다. 그토록 냉정한 판단으로 매번 승소하던 마일즈라도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기고만장해 하는 마릴린의 웃음 뒤에 숨겨진 복수의 칼을 읽지 못했으니 이제 마일즈의 추락만 남았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우리 선조들의 말을 코엔 형제가 그대로 풀어놓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속물이긴 하다만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속물이긴 하다만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마릴린은 그야말로 속물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이런 속물근성은 존재한다. 그걸 당당히 주장하면 속물이 되는 세상. 영화에는 그런 속물 클럽이 등장한다. 남편의 외도현장을 포착한 친구에게 축하한다며 빨리 자신처럼 한밑천 잡아 독립하라는 친구들. 그러나 이들이 그런 부를 계속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절대 다른 남자를 사랑해선 안 되는 게 이 세계의 단점이다. 그 많은 돈을 얻었건만 물건에만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인생이 어딘지 모르게 측은해 보인다. 마릴린은 바로 그런 세계로의 진입을 앞둔 여인으로 그런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며 갈등할 수밖에 없다. 또 처음에는 복수심으로 뛰어들었지만 마일즈가 사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다. 사랑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건 마릴린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미움도 사랑의 한 종류라 했던가. 어쨌든 이런 접점이 존재하기에 마릴린과 마일즈의 로맨틱 코미디가 가능하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도 마일즈와 마릴린의 사랑은 중심으로 나서지 않고 주변을 배회할 뿐이다. 그동안 다른 사랑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이 커플의 사랑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주변을 몇 바퀴 돌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사랑이 거기 놓여있다.

그동안도 그랬거니와 코엔 형제는 이번에도 돈과 인간의 관계에 집착한다. 전작들은 삭막한 풍경을 배경으로 해 뒷맛이 씁쓸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를 뒷받침하는 화려한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좀더 대중에게 다가선다. 물론 코엔 형제를 사랑하는 팬들로서는 좀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는 역시 할리우드 적 결말에 있다. 그래서 끝까지 코엔 형제의 의표를 찌르는 재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건 이런 로맨틱 코미디에 그들만의 세상 비틀기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못지 않은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 그동안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며 낄낄거렸던 그런 웃음이 아니라 정말 맑고 깨끗한 웃음. 사랑으로 충만해질 수 있는 그런 순간을 선사한다

2 )
ejin4rang
사랑은 참을 수 없는 것   
2008-10-16 09:37
callyoungsin
뒤틀려버린 사랑의 심리가 빚어내는 웃음   
2008-05-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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