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사토라레
가장 무서운 주문, 솔직하라 | 2003년 11월 20일 목요일 | 임지은 이메일

사토라레
사토라레
<트루먼 쇼>를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캐묻지 않은 사람 있는가? "혹시 나 말야, 트루먼인건 아니겠지? 다들 몰래 날 보고 있는 거 아냐? 솔직히 얘기해 줘." 내가 어젯밤에, 혹은 오늘 아침에 무슨 일을 했는지 다들 낱낱이 알고 있다니.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니. 코미디 제왕 짐 캐리가 주연을 맡았긴 해도 <트루먼 쇼>는 곰씹어보면 소름 돋는 호러에 가까웠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라는 건 이상의 소설 <실화>의 첫 문장이었지만, 그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사람을 지탱해 주는 것은 어쩌면 개인이 간직한 은밀한 비밀들일 수도 있다.

말마따나 통장의 비밀번호에서 연인이 보낸 메일, 건강기록부에 이르기까지 사적인 부분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가정이야말로 현대의 호러다. 그래도 행동만 들켰지 마음속까지 간파 당하지는 않았던 트루먼 버뱅크씨 팔자는 사토라레들에 비하면 양반. 기이한 발음의 '사토라레'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념파라는 음파의 형태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기이한 능력의 소유자들을 지칭한다. 대략 천만 명 중 한 명 꼴로 나타나며 마음속을 들킨다는 단점(?)을 상쇄하려는 듯 하나같이 천재적이다.

깊이 생각해볼 것도 없이, 생각 하나 하나를 고스란히 들키고 만다는 것은 인간―그리고 어쩌면 신에게도―이 이겨내기에는 너무 치명적인 저주다. 그리하여 국가는 그들이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사람이 충격으로 스스로를 파괴하도록 방치하는 일, 그리고 알고 있는 모두가 공모해 비밀을 지켜주는 일. 둘 중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 사실 그런 종류의 고민은 이 영화에 있어 그리 중요한 부분도 되지 못한다. <사토라레>는 징검다리를 뛰어넘듯 무거워질 수 있는 질문들을 피해 가벼운 코미디와 잔잔한 감동의 길로 나아간다.

국가가 안간힘을 써 그들을 보호하려는 이유는 사토라레의 천재적인 재능이 국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 그리하여 사토라레들은 흡사 철새 도래지를 방불케 하는 보호구역에만 거주하며 주위 사람들의 철저한 기만에 기대 살아간다. 일반인들이 사토라레를 보더라도 아는 척하거나 그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고'를 저지르지 않도록 국가는 갖은 방법을 이용해 국민들을 계몽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디테일들과 주인공인 7번째 사토라레 켄이치(안도 마사노부)가 가감 없이 내뱉는―실은 생각만 하는―솔직하기 그지없는 발언들은 영화가 전달하는 웃음의 포인트.

한편 켄이치가 겪는 처연한 슬픔을 계기로 이기적이기만 하던 사람들이 내면의 진심과 마주하게 되는 후반부는 진부한 느낌이 적지 않다. 감시 차 파견된 정신과 의사 코마츠 요코(스즈키 교카)가 "사토라레도 인간입니다!"라고 절규하는 부분이 그 예. 오히려 사토라레의 비극을 잘 요약하는 것은 켄이치의 짝사랑 상대 메구미(우치야마 리나)의 대사다. "사토라레랑 사귀다니. 그럼 내가 어제 키스를 했는지, 잤는지, 느낌은 어땠는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되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희생양 사토라레는 생각과 밖으로 내뱉는 말은 엄연히 다르다는 새삼스런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그렇다면 내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나누는 수많은 말들은 날것의 진실을 위한 교감이 아니었던 건가? 켄이치가 흩날리는 벚꽃을 투명한 눈으로 응시하는 라스트씬에서 눈물이 핑 도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근원적 고독에 대한 자각 탓일 수도 있다.

4 )
naredfoxx
슬프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재밌었던 영화였어요.   
2010-01-01 20:17
gaeddorai
착함과 따듯함 남용으로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 든다   
2009-02-21 21:44
ejin4rang
나한테도 이런능력이 있었으면   
2008-10-16 09:33
callyoungsin
사토라레... 슬픔을 가지며 살아가지만 사토라레도 한사람의 인간이며 보호해줘야한다는... 마지막에 감동으로 와닫는 괜찮은 영화죠   
2008-05-22 14:45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