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
왕년에 아빠는 말이야.... | 2004년 3월 5일 금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초대박성 블록버스터급 구라쟁이 아버지의 젊은 날 모습
초대박성 블록버스터급 구라쟁이 아버지의 젊은 날 모습
톡 까놓고 애기해 솔직히 우리네 아버지들, 자신의 허물은 최대로 감추고 좋은 모습만을 부각시키고자 시간과 때를 안 가리고 우리를 향해 이따금식 이런 말투와 함께 이야기를 꺼내신다. “왕년에 아빠는 말이야............”

우리는 안다. 그가 들려주는 젊은 날의 고생담이나 영웅담 중 반은 ‘뻥’이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굳이 그러한 진실을 밝히지 않고 묵묵히 경청하는 척하며 순응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들쳐내봤자 서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가족의 태평성대를 위해 자신의 사적 시간을 흔쾌히 희생하는 것이다. 또 그래야 마땅함이 가족이고.

하지만, 보편적 거짓말이 아닌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만큼 초대박성 블록버스터급 구라를 하루가 멀다하고 릴레이 하신다면 그것도 임종을 앞둔 숭고한 순간에서마저 “왕년에 아빠는 말이야...”를 찾는다면 자식들로부터 좋은 소리 못 듣고 세상을 하직할 가능성 심히 농후하다.

<혹성탈출>로 쓴 맛을 단단히 본 팀 버튼의 신작 <빅 피쉬>는 바로 이러한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다. 이쯤에서 눈치 빠르신 분은 뭔가 아니다 싶은 필이 지금 막 와닿고 있을 게다. 이야기보다는 가공할 만한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이미지로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굳건히 다진 팀 버튼의 작품인데 왠지 모르게 영화의 줄거리가 다른 것보다 앞서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아기 보살님스런 신통한 예지 능력이 강하게 뻗치고 있음을.

뭐, 이런 팀 버튼스런 장면도 있다
뭐, 이런 팀 버튼스런 장면도 있다
맞는 말이다. 당 영화 <빅 피쉬>는 종래의 팀 버튼 영화와 달리 상당히 롱~~한 호흡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한 모험담이자 가족드라마다. 물론, 그만의 기괴한 비주얼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허풍을 화사한 화면에 다종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풀어놓는 장면과 상당히 심심해 보이는 부자간의, 하지만 짐짓 심각한 모드의, 현실 공간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구성, 그리고 그다지 우울하거나 암울하지 않은 화면빨로 인해 이전의 허걱스러운 시각적 향연보다는 임팩트가 적은 게 사실이다. 냉소적인 시선이 배제된 채 소원해진 아버지와 아들이 결국 화해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절절한 가족애를 다룬 이야기도 거기에 한몫하고 있고.

이 같은 훈훈한 스토리의 적자라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작품을 오래 전에 이미 시도하려고 했던 것만 봐도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자신의 주 종목인 판타지로 메움으로써 여전히 팀 버튼의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빅 피쉬> 안에 팀 버튼의 장기가 잘 살려있네, 전보다 덜 하네 이 문제보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건 당 영화, 의외로 은근히 졸음을 유발시킨 다는 거다. 대관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초반에는 감이 잘 안 잡힌다는 말씀. 그렇다면 중반에는 뭔가 알겠지, 하고 무작정 기대해보건만........ 역시나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되고 나서야 영화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고로 <빅 피쉬>, 심심할 여지가 있는 영화이니만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 관람하는 게 좋을 성싶다.

대신, 영화는 그에 상응하는 감동 비스무리한 걸 막판에 준다. 아버지의 구라가 현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구라가 아니었음이 아들의 망막에 잡히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드는 마지막 한방, 뭐 가슴을 쥐어 짤 만큼 대단한 그 무엇은 아니지만 2시간이 헛되이 소비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느낄 만한 잔잔한 여운의 잔영을 보는 이의 가슴에 남긴다.

어쨌든, 팀 버튼의 <빅 피쉬>가 민초들의 이야기의 힘을 설파했건, 부자간의 가족애를 그렸건, 필자의 경우 영화를 본 후 한 가지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훗날 내 애들에게도 “왕년에 아빠는 말이야.....”를 들려 줄 것이라는 사실을.

(총 4명 참여)
ejin4rang
잔잔하다   
2008-10-15 17:08
callyoungsin
잔잔한 여운을 가슴에 남긴다   
2008-05-19 13:06
ldk209
조니 뎁 왜 안나온거야??   
2007-01-16 21:09
js7keien
어른을 위한...어른에게 헌사되는 영화   
2006-10-0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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