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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목을 비틀어도 자유는 오고야 만다!
치킨 런 | 2000년 12월 8일 금요일 | 모니터 기자 - 은현정 이메일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이 말은 전직 대통령이 한창 민주화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던 시절에 한 말입니다. 지금 이 전직 대통령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말에는 곱씹을만한 가치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올 것에 대한 당위성을 믿고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참고 기다리겠다.'는 나름대로 속 깊은 말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영화 [치킨 런]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처음 TV를 통해 [월레스와 그로밋]이라는 애니메이션를 봤을 때 받았던 감동을 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귀엽게 살아 움직이는 자그마한 인형들과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라니요! 영화를 보고 난 뒤 한 참 뒤에야 저는 그것이 찰흙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움직이게 한 후 촬영을 한다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한 번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 때문이었죠.

일반 영화들과 애니메이션은 1초에 24프레임이 필요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단 1초를 찍기 위해 24번을 인형 재배치를요. 한 번 찍고 다시 배치하고, 한 번 찍고 다시 배치하고... 저 같은 게으름뱅이는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답니다.

바로 그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들어 낸 아트만 스튜디오에서 미국의 드림웍스의 투자를 받아 새롭게 제작한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바로 이번에 개봉하는 [치킨 런]입니다. 역시 자본의 위력이랄까요? 새로 발전한 기술들은 정말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제작비 덕분에 머리가 흩날리지 않는 대머리가 되어야만 했던 '월레스'씨나 말을 하지 못하는 개가 되어야만 했던 '그로밋'에 비해 이 영화의 닭들은 숫자도 많고, 대사도 많고, 자연스러운 움직임도 많고 심지어는 춤까지 춘답니다! 게다가 닭 한 마리, 한 마리가 다르게 생기고 개성이 살아 숨쉬고 있으니 더 이상 두 말할 나위가 없지요.

그렇지만 기술의 진보에 비해 내용 상에 있어서는 그리 큰 발전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주인들을 피해서 닭권(?)을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닭들의 모습, 거기에 끼어드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진저'와 '록키'의 사랑. 착한 닭들이 악독한 주인을 끝내 이기고 자유를 쟁취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있는 뻔하디 뻔한 내용들이지요. 물론 이 뻔한 스토리를 코믹한 상황전개와 가끔씩 일어나는 긴박한 액션들로 극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달은 치즈로 만들어졌다.'거나 '펭귄이 닭 변장을 하고 도둑질을 한다.'와 같은 [월레스와 그로밋]의 내용들보다는 상상력이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점은 내용과 형식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보여주려고 했던 끈기와 인내심, 도전정신은 바로 그것이 없다면 감히 만들 수도 없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되었으니 말입니다. '자유'가 치킨들에게는 땀과 노력, 희생을 치르고라도 쟁취해야만 할 당위였다면, [치킨 런]이라는 영화야말로 아트만 스튜디오의 사람들이 쟁취해야만 할 당위였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어 낸 그들이야말로 묵묵히 [치킨 런]이라는 새벽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야말로 '장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의 장인정신이 느껴지세요? 그 장인정신을 느껴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꼭 봐두실 만할 영화가 바로 [치킨 런]이랍니다.

3 )
ejin4rang
괜찮아요   
2008-11-10 09:12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20
ldk209
부럽다... 이런 영화 만든다는게....   
2007-01-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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