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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4월 19일 수요일 | 송문석 이메일

엽기(獵奇). 사냥할 렵, 기이할 기. 기괴하고 이상한 것에 흥미가 쏠리어 즐겨 좇아 다님...... 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특히 요즘 나오는 영화들,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 불리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을 필두로 엽기적인 영화들이 국내에 봇물 터지듯 제작 및 배급되는 건 주지(周知)의 사실입니다.

연초에 아랍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봤습니다. 어려운 가정의 두 남매 이야기로 오빠가 수선한 여동생의 구두를 잃어버리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소박하지만 영상에 아름답게 담아낸 드라마였습니다. 그 후 이렇다할 감동도, 미소도 머금을 만한 영화가 없었는데 다행히도 오래지 않아 '컵'을 만나게 되는군요.

인도로 망명해 수행 중인 티벳 스님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멋진 영상에 담아 낸 영화 '컵'은 월드컵을 너무나 좋아하는 동승(童僧)과 그의 동료 스님들이 엮어 가는 이야기로 중국이 티벳을 불법 점령, 티벳의 자유를 빼앗고 탄압하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示唆)하면서도 월드컵을 통해 티벳의 자유를 되찾고픈 티벳 인들의 간절한 소망을 적절한 웃음과 함께 잘 보여 준 좋은 영화입니다. 특히 스님들의 욕심 없는 소박한 생활과 갈등 없는 생활은 나 자신 및 우리 사회의 모습과 대조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영화 끝 부분 큰스님이 문하(門下)의 스님들과 함께 월드컵 중계를 보고 난 다음날 거처하시는 방안에서 혼자서 경전(經典) 문구를 정리하시면서 마음속으로 하시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티벳 언어라 정확히 이곳에 옮기지는 못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에 놓인 이들 젊은 스님들도 변화의 물결에선 예외가 아님을 인정하시면서도 그럴수록 언젠가 옛 경전의 가르침을 찾아 소중히 하게 될 거란 말씀을 하시더군요.

광속 시대 아니, 이젠 이것도 느리다 싶은지 초광속(超光速)시대를 운운하는 지금 모두가 한결 더 빠르고 편리해져 생활의 여유를 갖은 것 같지만 실상 우리는 더 많은 소중한 시간들을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서로간 대화의 시간 결핍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빨리 빨리를 외쳐대는 걸까요. 벌거벗어 아무 것도 없는 자연이 그다지도 보고 싶어 오늘도 개발, 내일도 개발을 외쳐대는 걸까요, 아님 세상의 종말이 보고 싶어 세상 끝을 향해 이렇게 부산을 떠는 걸까요.

서구 문명의 중심지인 구라파와 미국이 자신들의 문명에 한계를 느끼고 동양 정신 문명에 귀의(歸依)하는 모습을 신문 지상(紙上)이나 TV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서두르는 사이 소중한 것들을 잊지는 않았는지요.

어줍잖은 사랑타령이나 일삼는 드라마보다는 숨막히는 도시 생활 속에 마련된 작은 영화관에서 화면에 담아내는 영상을 보노라면 시원한 청량제 한 컵(?)을 마시는 기분이 들겁니다.

3 )
ejin4rang
괜찮네요   
2008-12-02 14:45
ljs9466
기대되는 영화!!   
2008-01-14 15:34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4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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