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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동정 없는 세상에서 ‘기억’만이라도 해줘. | 2005년 3월 30일 수요일 | 최경희 이메일

독한 것들, 버려진 네 남매는 울지도 않는다. 차라리 울기나 했으면 영화를 보는 무능력한 우리의 맘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을 텐데 화면에는 우는 얼굴보다 웃는 그들의 얼굴이 더 많이 잡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른스러운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야)가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라면서 우리를 위로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까이 있는 우리를 마치 유령처럼 만드는 카메라의 시선은 ‘외면’도 못하게 만드는 족쇄다.

“울 준비는 되어있다”라는 소설 제목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받아내기 위해 휴지를 한 움큼 준비했것만 필요 없는 준비물이었다. <아무도 모른다>는 어린 아이들의 처참한 상황을 빗대어 우리의 심장을 쥐어짜지 않는다. 대신 그들 곁에 “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심어 놓는다. 이 감정은 냉혹한 사회를 비난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존재했음을 ‘기억’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주인에게 자식의 숫자를 속인 케이코(엄마 역, 요우 분). 큰 가방 안에 담겨져 집 안으로 들어온 시게루와 유키, 그리고 밖에서 기다렸다가 늦은 밤에 숨어 들어오는 쿄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네 남매에게 새로 이사 온 작은 아파트는 유일하게 자신들이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영화는 이들이 엄마에게 또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인식을 관객에게 죄의식처럼 심어 놓기 이전에 이들이 세상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아이 같고 이기적인 엄마는 큰 가방을 둘러메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러 떠나지만 그녀의 얼굴에 죄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버려진 네 남매의 삶에도 원망과 슬픔은 크게 드리우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처참해지는 아이들의 삶은 충분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포괄함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이 지점에서 영화를 다시 시작한다. 존재를 숨기기 위한 공간임과 동시에 네 남매가 이 사회에 있음을 증명해주는 공간, 아파트는 그들만의 작은 소우주이자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요새이다. 그러나 이런 고립감이 무관심한 도시의 이면을 상징하는 영화적 장치로 기능한다고 우리가 ‘맘대로’ 여길 때쯤, 그들만의 세계가, 엄마가 떠난 시점부터, 항상 열려있었음을 환기시켜준다. 구조의 요청 혹은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기에 친구와 함께 놀고 싶은 공간으로써 말이다.

신파인데 일부러 눈물 안 짜게 만드는 요상한 작가주의 영화라고 착각할 뻔했지만, 스스럼없이 동네 남자아이들, 사키를 초대하는 네 남매의 얼굴에서 자신들을 비하하는 느낌은 없다. 냄새나고 더러운 아파트를 이들은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세상과의 접촉이 없던 그들이기에 그런 개념 자체도 없는 것이다. 네 남매는 다른 아이들만큼 놀기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순수할 뿐이다. 동정을 원하지 않을뿐더러 원망도 없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해주는 척, 액션을 취하는 꼴이 얼마나 우스운 짓인지 그제야 깨닫는다.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감독의 의도는, 영화지만 이들을 ‘픽션’으로 만들어 영화 안에 남겨두기 싫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기에 아무도 모르지만, 도시의 길가에서 싹을 틔우는 들꽃처럼 네 남매가 살고 있음을 우린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8 )
gaeddorai
최루성장면은 없는데 서서히 눈물이 났던 영화다   
2009-02-11 21:18
ejin4rang
아무도 모른다 작품성있고 좋다   
2008-10-10 09:37
callyoungsin
다큐멘터리처럼 찍어서 조금 생각하게 하지만 영화는 재미없었던   
2008-05-16 10:41
kyikyiyi
정말 아무도 모른다...   
2008-05-09 15:46
qsay11tem
신파조의 영화네여   
2007-11-23 13:02
kgbagency
이 영화도 놓쳐서 아쉬운...   
2007-05-22 06:45
ldk209
무관심한 어른들 세상..   
2007-01-14 17:16
ffoy
오...최경희 기자님...간만이네요...제가아는 경희기자님이 맞겠죠? ^^;;;
  
2005-03-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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