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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륙을 뒤집은 발칙한 영화
귀신이 온다 | 2002년 7월 6일 토요일 | 리뷰걸2 이메일

가만히 있어도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는 여름과 함께 장마가 시작됐어. 후덥지근하면서도 축축한 날씨가 계속되면 주말에 외출하기보단 그저 집앞 비디오 대여점만 들락날락하게 돼지. 하지만 맘에 가는 영화 고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너무 가벼우면 유치하고, 너무 진지하면 졸립고.. 이래 저래 고민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한편 [귀신이 온다]! ‘Feel’ 이 팍 꽃히는 제목부터 왠지 단순한 귀신 영화는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오지? [귀신이 온다]를 아직 안본 사람들에게 이 리뷰가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지만, 재밌는 영화 나 혼자만 볼수는 없자나.

[귀신이 온다]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겨울 중국 북부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일본인 점령지에 사는 마다산은 어느 날 밤 갑자기 찾아온 낯선 사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두명의 포로, 일본인 군인 하나야과 중국인 통역관 동상천을 떠맡게돼.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그들을 살려두라는 말을 남기고 낯선 사람은 사라져버리고, 공포에 질린 마다산과 마을 사람들은 포로들를 정성껏 돌보지. 그러나 낯선 사람은 약속한 날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계속되는 포로들의 탈출시도로 마을전체가 위험하게 되자, 불안해진 마을 사람들은 포로들을 죽이기로 결정해. 그러나, 착하게 타고난 마을 사람 중 어느 누구도 포로들을 죽이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 하나야의 생명을 살려준 대가로 곡식을 약속받고 포로들을 살려주기로 하지. 그러나 진정한 비극은 이 때부터 시작돼.

[귀신이 온다]는 [햇빛 쏟아지던 날들]의 지앙웬이 감독과 제작, 주연까지 도맡아 한 작품으로 칸느영화제에 진출, 심사위원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오락성과 예술성 모두를 입증한 작품이야. 그러나, 중국인을 희화화하고 일본인을 영웅처럼 미화했다는 것, 게다가 중국정부의 허락없이 깐느영화제에 참가했다는 것 때문에 중국정부의 탄압을 받아 중국 내에서는 상영금지가 되었어. 사실 중국정부 입장에서 보면 살기 위해 일본인에게 아양을 떠는 중국인들의 굴욕적인 모습에 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겠지만, [귀신이 온다]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나간 역사속의 힘들었던 때를 회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야. 영화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을 이해하려면 우선 ‘귀신’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짚고 넘어가야 해.

첫번째로 ‘귀신’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중국을 점령하고 중국인들을 폭압한 일본인들이야. 중국인들은 그들의 생명이 일본인의 손에 달린 상황에서 일본인들의 비위를 거스리지 않기위해 갖은 굴욕을 참아내야 했고, 그들에게 일본인은 귀신처럼 두려운 존재야. 폭력과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잔인한 일본인 장교와 목숨을 살려준 마을 사람들을 배신하는 하나야가 바로 살아있는 ‘귀신’ 들이지. 영화속에는 이런 일본인들의 잔인한 만행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일감정도 내재되어 있어. 또 다른 ‘귀신’은 바로 마다산에게서 볼수 있어. 처참하게 살해당한 마을 사람들의 복수를 위해 도끼를 휘두르며 일본인들을 살해하는 마다산의 모습은 이미 선하고 순박했던 시골 농부의 모습이 아니라 살육에 대한 광기만이 넘치는 ‘귀신’의 모습이지.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포로들을 죽이지 못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던 마다산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거야. 단지 복수의 살인귀가 되어버린 마다산만이 남아있을 뿐. 여기까지 보고나면, 영화가 모든 인간에게 숨어있는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 말하고자 함을 눈치챌수 있을거야.

[귀신이 온다]는 한 시골 마을에 닥친 비극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에 혼재하는 선과 악이 어떤 물리적 힘에 의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지극히 선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라도 역사라는 외적인 폭력에 휘말리게 되면 선은 사라지고 악이 드러나게 되는, 그리고 결국 귀신이 되어버리는 삶의 아이러니를 전반은 경쾌하게, 후반은 참혹하게 묘사하고 있지. 특히 전반 부분의 재미는 어느 코미디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발한 웃음을 선사하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과 하나야, 그리고 서로의 말을 거짓으로 통역해주는 통역관의 어긋난 대화에서 하나야가 마다산과 마을 사람들을 저주하기 위해 통역관에게 배운 욕이 사실은 새해 인사였다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백미야.

그리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오히려 더 큰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흑백화면이 끝나갈 무렵 등장한 라스트씬은 영화속의 유일한 컬러장면으로, 붉은 피를 흘리며 목이 잘린채 죽어가는 마다산의 머리를 비추어줘. ‘아홉 번 구르고, 세 번 깜박이고, 한 번 미소짓'는 마다산의 머리, 바로 이 라스트씬을 보는 순간 관객들은 역사가 만들어낸 인간의 비극적인 최후에 슬퍼하면서도 어느 쪽이 선하고 어느 쪽이 악한지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을 느끼고 놀라게 돼. 살기 위해 마다산을 죽여야 했던 하나야과 복수를 위해 일본인을 죽이는 마다산, 두 인물 속에는 우리가 감추고 싶어하는 악함이 선함과 함께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말 악인인지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거처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선과 악이지만, 적어도 우리 ‘귀신’ 같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 겠지?

4 )
ejin4rang
한번 봐보세요   
2008-10-16 16:00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33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8
eye2k
이년이거 짜증나게 썼네..

선악을 얘기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이년아.   
2006-09-0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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