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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10분이란 시간의 여운
텐 미니츠 트럼펫 |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 리뷰걸 이메일

아끼 까우리스마끼, 빅토르 에리스, 베르너 헤어조그, 짐 자무시, 스파이크 리, 빔 벤더스, 첸 카이거 7인의 감독이 만든 10분의 시간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 <텐 미니츠 트럼펫>이 비디오로 나온대. (정확히 출시 예정일이 12월 23일로 잡혀 있더군) 난 지난 부천 영화제때 미리 보고 쓰는 거야. 영화제 폐막작으로 소개되었던 거 알지? 정식으로 극장개봉 했을 때도 꾸준히 관객이 들어서 단관 상영이긴 해도 한달 넘게 극장에 걸려 있었다구.

이 작품은 각각 10분 가량의 길이를 가지고 7인의 감독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이야. 먼저, 아끼 까우리스마끼 감독의 <개에겐 지옥이 없다>는 기차를 기다리다 철로에 누워 잠들어 버린 바람에 유치장에 감금 되었던 남자가 출소 후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로포즈 한다는 내용이야. 마치 아이처럼 반지를 요구하는 여자와 전 재산을 다 털어 그녀를 위해 결혼 반지를 주비하는 남자의 표정은 참으로 묘한 감정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해. 그들이 새로 시작하려고 결심한 삶은 과연 성공적이 되었을까? 사건의 편린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야.

이어 빅토르 에리스 감독의 <생명줄>은 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2차 대전의 전운이 전해진다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앙상블 같은 작품이야. 흑백으로 구성된 화면은 고요하기만 하고,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 너무도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야. 시간의 똑딱 거림이 벽장 시계를 통해 계속 보여지는 것처럼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담요에 피가 번지듯 멈추지 않는 움직임을 느끼게 해.

베르너 헤이조크의 다큐멘터리(이건 정말 다큐멘터리 필름을 이용한 작품이야) <만년의 시간 속에서>는 1981년 처음 문명과 접한 후 정체성을 잃어버린 브라질 우림 유르유족의 삶의 모습을 변화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작품이야. 용맹스럽던 옛날을 회상하다가도 백인 여자와의 짧은 섹스 경험담을 털어 놓으면 수줍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순간으로 인해 전통이 무너지고 문명이 동화되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 그들은 진짜로 행복한 것일까?

<실내-트레일러-밤>은 짐 자무쉬 감독이 연출했어. 밤샘촬영에 돌입하기 위해 여배우에게 주어진 10분의 휴식시간을 중심으로 일에 관련된 사람들은 계속 적으로 그녀의 트레일러에 오고 가며 뭔가를 체크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보여줘. 심지어 반갑게 느껴져야 할 애인도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려 드는 거지. 그녀에게 10분이란 휴식시간 속에는 사실 휴식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거지. 시간에 체크 당하는 여배우는 실제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가슴이 좀 아팠어.

빔 벤더스 알지?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든 그 감독. <트로나까지 12마일>이란 제목의 단편으로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어. 약물과용으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하는 남자. 사막을 짓누르는 태양과 붉게 흐느적거리는 도로, 진료 예약을 위해 부인에게 거는 전화는 불통이고 남자의 정신은 갈수록 혼미해져 가는데, 홀연히 그 앞에 한 여자가 등장해 생명을 구원한다는 내용이야. 찰나의 순간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다시 생명을 되찾는 내용을 통해 순간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봐.

많은 이들이, 특히 정치적인 관심이 많았던 이들이 열광했던 스파이크 리 감독의 <우린 도둑맞았다>는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야. 고어가 승리할 것이라 믿었던 플로리다 투표 당시, 10분이라는 시간동안 운명의 장난에 휘둘리던 부시와 고어의 맞대결이 펼쳐지는데, 각각의 주변 인물들이 선거 상황과 정치에 대해 한바탕 말씨름을 벌이고 있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대사도 많고 하면도 화려한(?) 게 특징이지.

가장 이해하기 쉽고, 또 가장 평범하다는 평을 들었던,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았던 첸 카이거 감독의 <깊이 숨은 100송이 꽃>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어. 어린왕자처럼 불시에 찾아온 할아버지가 철거된 후 허허벌판뿐인 동네로 데리고 와 이삿짐을 옮겨달라고 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짐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고민하던 중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겐 환영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중국에 변화와 그 변화에 아쉬워 하는 감독의 시선이 녹아 있는 작품이야. 마지막에 곱게 펼쳐지는 컴퓨터 그래픽도 첸 카이거 답다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

세계적인 감독의 작품들을 패키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는 <텐 미니츠 트럼펫>을 보고 나면, 내년 2월에 개봉할 예정인 <텐 미니츠 첼로>도 보고싶은 생각이 들지 몰라. 이야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아예 치를 떨지도 모르지만, 짧은 순간 순간을 한번 곱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때? 한번 시도해 보겠어?

2 )
ejin4rang
매혹적인 영화   
2008-10-16 15:27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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