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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차례를 기다리시라…
데스티네이션 | 2003년 3월 15일 토요일 | 모구리 이메일

필자는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편이다. 왜? 무서우니까! 누군가 갑자기 등을 슬쩍 치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새가슴을 가진 이 필자와 같은 사람이라면, 피 흘리고, 사지가 제각기 흩어지고, 머라이어 캐리를 능가하는 고음의 비명 소리를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포물을 싫어하는 와중에도 이 영화, <데스티네이션>은 추천해주고 싶다. 기존의 공포 영화와는 뭔가 다른 감각과 참신함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꿈도 못 꿔볼 프랑스로의 고교 수학 여행을 떠나게 된 주인공 알렉스. 기분 좋아야 할 여행의 발목을 잡은 것은 폭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화염이 슬금슬금 그의 얼굴을 핥아버리는 잔인한 악몽이다. 악몽에서 깨어난 알렉스는 여행을 포기하게 되고, 비행기 안에서 가벼운 실랑이가 오가는 가운데 7명의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꿈에서 본대로 공중 폭파되는 비행기의 모습. 알렉스의 친구 빌리와 토드, 알렉스와 실랑이를 벌인 카터와 그녀의 여자친구 테리, 그리고 학생보호차원에서 함께 내린 류턴 선생, 마지막으로 뭔가 이끌린 듯 따라 내려버린 클레어. 이 6명은 알렉스 덕분에 살게 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이 6명의 사람들에게 알렉스는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두려운 존재일 뿐이다. 죽음을 예견했으므로.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니까.

그러나 이들은 결코 살았다! 다행이다! 라고 좋아할 수 없었다. 죽음을 비켜갔다고 해서 죽음이 멀어진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알렉스는 무슨 신내림을 받았는지 계속 죽음의 예감을 느끼게 되고 그 예감은 불행하게도 틀리지를 않는다. 이들은 폭파된 비행기 좌석의 배열에 맞춰 죽음을 맞이한다. 한 친구는 욕조에서 샤워기의 호스에 목이 감겨 죽고, 또 한 친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에 측면 충돌해서 죽고…

이 많은 잔혹한 장면 중에서 백미(?)는 류턴 선생의 최후다. 집에서 쉬던 류턴 선생은 멀쩡해보이지만 사실은 살짝 깨진 컵을 들고 컴퓨터를 켠다. 컵 사이로 물이 한 두 방울 세어 나오는지도 모르는 체. 세어 나오던 물은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 합선을 일으키고, 갑작스러운 폭발로 인해 모니터가 터져버린다. 그리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은 선생의 목을 정확히 찌른다. 아직 비디오 빌려 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죽었다고 다 가르쳐주면 어쩔거야… 라고 하시는 분들! 한가지 말씀 드리자면 류턴 선생이 죽은 직접적인 원인은 목에 꽂힌 유리 조각이 아니랍니다. 결정적인 원인은 노코멘트 할 테니 꼭 보세요.

홍콩 출신의 제임스 왕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이 영화에는 귀신도 몬스터도 등장하지 않고 으시시한 장소도 나오지 않지만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겠다는 '그럴싸함'과 운명적인 죽음의 손길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해 51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귀신이라면 기도의 영험함으로 사라지게 하면 되고 몬스터 역시 열심히 싸워서 이겨내면 된다지만 죽음은! 누구나 결코 피할 수 없지 않은가. 죽음이라는 'Destination'은 한 순간 피한다 해도 언젠가 찾아오니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장면을 먹느냐 짬뽕을 먹느냐' 하는 사소한 선택을 잘못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뒤로 갈수록 김이 빠진다, 관객을 속이는 영화다,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하는 평론가들의 혹평도 있었지만 올해 2편이 나온 것을 보면 역시 관객에게 매력적인 공포스러움을 제공해줬음이 틀림없다.

2편? 그렇다면 아직도 예견된 죽음이 남아 있다고? 바로 당신 옆에!!!

3 )
mckkw
왠지 섬뜩한...   
2010-09-16 01:11
ejin4rang
죽음을 본다...   
2008-10-16 15:01
js7keien
영화처럼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우리는 인생이라는 연극의 꼭두각시일 따름이다   
2006-10-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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