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칼럼] ‘40살까지 못해 본 남자’가 아니라 ‘40살까지 안 한 남자!’
2005년 11월 2일 수요일 | 이영순 이메일

.
베델(Bethel)대학의 제넬 윌리암스 교수는 '섹스에 관한 진실'에 대해 크리스챤 니티 투데이에서 이렇게 썼다. 섹스는 고통스럽고 어색하다. 또는 지겹기조차하다. 진실한 섹스는 매우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참을성을 갖고 상대에 대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며 관계를 쌓을 때 비로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마흔까지 못해본 남자'는 마흔의 한 남자를 통해 이러한 섹스의 진실과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로맨틱 영화이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섹스 코메디 영화는 늘 떠든다. '섹스는 쉽고 즐거운 판타지라고….' 정답은 거짓말이다. 이 영화의 가치는 진실을 무겁지않게 다루되 진지하고 따듯하게 진실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거기에 웃음을 잃지않는 매력도 있다.

외견상으로 주인공 앤디는 혼자 사는 평범한 남자다. 그는 정확한 시간에 전자제품가게로 출퇴근한다. 도난 방지를 위해 출근용 자전거 바퀴를 들고 출근할 정도로 꼼꼼하며 클래식 옷차림을 즐겨 입는 스테레오 타입의 남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내면적으로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그는 집에 돌아와 십대 소년의 삶을 산다. 광적으로 수집한 액션영화의 미니에이춰를 색칠하고 십대용 비디오 게임을 하며 저녁을 보낸다. 중독된 취미 외에 이웃집 노부부와의 대화 몇 마디 외에는 사람과의 관계를 피한다. 마흔까지 어떤 여성과 관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여 십대소년만의 삶을 살기에 그는 평범하지 않다.

우리가 말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좋던 싫던 타인의 반응에 반응하며 타인 속의 나를 인정하고 서로 관계를 나눌 때 비로서 어른이라 말한다. 그가 아직은 덜 자란 성인아이(Adultchild)임을 가리키는 메타포가 숫총각이란 딱지이다.

그래서 그는 연인 트리쉬를 만났을 때 각종 장난감부터 치운다. 그의 연인 트리쉬는 물리적인 딱지를 떼어주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딱지인 미니에이춰를 이베이에 내놓으려 한다.

그가 숫총각이란 비밀사항이 들통난 것은 직장동료와의 포카 게임에서이다. 어색하게 농담에 끼어 든 그는 여성의 가슴을 모래주머니라 말한다. 눈치가 구단인 동료들은 그때부터 그의 총각딱지를 떼주기 위해 불철주야 애쓴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일일만남에 데려가고 피부관리실에 데려간다. 히든 카드로 일일 성적 파트너도 구해주고 그는 호텔방에 난데없이 나타난 성적 파트너를 보며 기겁을 한다. 친구들은 작전을 바꾸어 귀여운 서점의 여직원과 가게에 들리는 손님들과의 자유로운 만남을 유도한다.

앤디가 진심으로 바라고 갈망했던 것은 물리적인 섹스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나눔이다. 마흔까지 못해본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여 성인아이로 머물렀다. 왜? 그 것이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마흔은 알 건 아는 나이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란 설레임이나 기대이전에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사이는 안 되고, 된다 해도 사람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이 상처를 주고 받는 것임을 아는 나이 라는 말이다. 드디어 그런 앤디에게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건너편 상가에서 이베이에 물건을 파는 싱글 맘인 여자 트리쉬이다. 그 때부터 그는 한 사람을 알기 위해 얼마나 참아야 되며 애써야 되는 지 자신의 유년, 청년 시절의 상징인 그 동안 모은 캐릭터를 그녀에게 건네며 깨닫게 된다.

트리쉬는 앤디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오는 통로에 서서 따듯하게 그를 도와준다. 그녀는 어린나이에 결혼과 이혼을 했고 싱글 맘으로 반항적인 사춘기 아이를 기르며 산다. 그러기에 관계와 관계가 이어져 만드는 소중한 만남이 얼마나 복잡하며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는지 아는 여자이다.

트리쉬역을 맡은 케서린 키너는 < Lovely &Amazing(2001)>,< The interpreter(2005)>에서 주연했으며 내년에 < Friends with money(2006>에서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의 연기를 떠나 실제 마흔 중반의 그녀다운 페르소나를 보여준 영화이다. 앤디의 직장 동료인 폴과 세스가 비디오게임을 하며 건네는 게이에 관한 대화는 자연스럽고도 서로의 성적정체성을 존중해주는 멋진 장면이다. 아주 잠깐 <퀴어 에즈 포크>를 보는가 했다.

결혼도 선택이듯이 마흔이든 스무 살이든 섹스도 선택이라고 본다. 누구나 사회가 요구하는 나이 때에 맞춰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때가 되면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결별할 줄 알아야 된다. 우리는 외딴섬에 살지 않기에 앤디처럼 언젠가는 타인에 의해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자신이 선택할 수 있을 때 택하는 것이 나으니까.

실상 앤디가 성인아이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는 것은 꼭 연인이나 친구를 통해서 만은 아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다. 로맨틱 영화장르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설정이지만 한 여성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준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영화 제목은 직역으로 마흔 살 숫총각이지만 국내제목은 '마흔까지 못해본 남자'이다. 하지만 '마흔까지 안 한 남자'가 맞을 것이다.

5 )
sinaevirus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잼있게 봤던 기억이나네요~   
2010-03-26 12:30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23
kooshu
생각보다 재미는 그렇게   
2009-01-02 16:46
qsay11tem
엉뚱한 스토리가 인상에 남네요   
2007-11-25 13:03
moshi717
양철북에 나오는 그 소년처럼 말인가요? 양철북 마지막 부분에서 소년의 독백이 있죠... 이제 어른이 되야지 하구요^^   
2005-11-04 17:37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