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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칼럼 from USA] 내겐 타인뿐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영순 칼럼 from USA | 2005년 3월 2일 수요일 | 이영순, 영화 칼럼리스트 이메일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났다. 눈물은 전염성이 강하다. 뒤를 돌아보니 뒤자석도 전염되서 운다. 아직도 울게 만드는 영화가 있는 건 행복하다.

영화는 단순한 멜로성 휴먼 드라마 구조이다.
늙은 트레이너와 31살의 여 복싱선수와의 관계는 <가라 테키드(Karate Kid)>를 닮지만 록키마냥 복싱영화도 무술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의 영화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만의 멋으로 나쁘게 말해 무기력이고 좋게 말해 멜랑꼴리이다. 일흔을 넘어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아는 클린트의 연기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영화의 시작은 나레이션으로 이어진다. 클린트의 전작영화 <미스틱 리버(Mistic Liver)>에서 보이는 지루한 요소를 현명하게 나레이션으로 대처한 것이다. 더욱 감칠맛이 난다.

늙은 복싱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는 친구 체육관에서 마지막 트레이너를 잃었다. 은퇴복서인 친구 스크랩(모건 프리먼)과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다 집에 와도 반기는 것은 딸에게 보낸 되돌아온 편지들뿐이다. 어쩌겠는가. 도로 담아서 묻어둔 가슴 속처럼 신발박스안에 넣어둔다. 그런 프랭키에게 힐러리 스웽크가 찾아온다. 힐러리는 식당에서 여급으로 일하고, 손님이 먹다 남은 스테이크 고기를 훔쳐 먹으며 복서의 꿈을 키우는 헝그리 정신의 31살 여자이다. 오로지 그녀의 꿈은 복싱뿐이다. 그러나 처음에 프랭키는 냉정하게 거절한다. 나이가 많다.여자 트레이너는 원래 않키운다 등등이다. 힐러리는 포기할 수없다. 체육관으로 나와 프랭키의 친구 스크랩의 따듯한 배려아래 날마다 연습을 한다.

헝그리정신의 기본은 오기와 오버질로 나오는 지랄이다. 프랭키가 여자복서를 받아들이게 된 동기가 된다. 그녀를 받아들인 프랭키는 맹연습을 시키면서 중요한 규칙을 말해준다. '네 자신을 보호해라'. 프랭키의 지도아래 힐러리는 여성복싱을 다룬 영화의 '<걸 파이트(Girl Fight)>'처럼 여자 무하마드 알리가되어 신나게 싸운다.

무하마드 알리가 아마추어 복서가 따낼 수있는 모든 타이틀을 석권하고 링에 오르자마자 강한펀치를 날려 케이오패를 시켰듯이 힐러리는 링에 오르는 순간 강한 펀치를 날린다. 관객들은 환호하고 힐러리는 자신을 키워준 프랭키를 보며 환한 웃음을 날린다.

프랭키는 힐러리가 싸우다가 코가 부러져서 피를 흘릴때, 직접 코를 비틀어 맞춰줄 만큼 트레이너 이상의 강한 유대관계를 보인다. 노련한 트레이너와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복서는 이제 더 넓은 곳을 향해 진출하려한다.

영화에는 멋진 장면들이 나온다.
흑백어둠속의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힐러리와 프랭키와 함께 차를 몰고 그녀의 양모를 만나러간 장면도 오래 각인되어 남는다. 길고 긴 시골길을 운전하는 것처럼 힐러리의 인생은 그닥 편한 것이 아니였다.그녀를 입양하여 길러준 양모는 트럭에서 생활하며 딸을 봐도 반갑기보단 돈에 더 관심이 많다. 쓸쓸한 상봉이였다. 힐러리는 차안에서 프랭키에게 말한다. '당신은 이제 유일한 사람이에요. 내게.'

프랭키와 힐러리와의 관계를 플라토닉 러브로 볼 수 있지만 그 보다 더 깊은 관계이다. 프랭키에게 힐러리는 친구이자 복싱동료에 도무지 끊을 수 없는 딸같은 존재이다. 우정을 느끼고 동료애를 느끼며 무엇보다 혈육처럼 애정을 갖기에 깊고 투명하며 진실하다. 어찌보면 뻔한 휴먼드라마이지만 다른 영화들과 차별적으로 다른 감정묘사를 섬세하고 따듯하게 보여준다.

그 미묘하고 깊은 감정묘사를 일흔 셋인 클린트가 아니면 누가 보여줄 수있을까.
프랭키는 힐러리가 도움을 요청할때 그녀의 링겔줄에 약을 주사해준다. 그리고 잠들어가는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내 핏줄아...'

안락사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영화가 갖고있는 안락사와 극복보다 죽음을 선택한 무기력한 인간형에 대한 이슈로 영화를 폄훼하는 이도 있다. 어쩌면 힐러리는 파킨스병을 갖고 은퇴한 무하마드 알리처럼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고 은퇴후에도 평화의 전사로서 굴곡의 인생과 싸우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강하고 똑똑한 인간들보다는 약하거나 착한 사람들이 더 많이살지 않던가.

늙은 감독이자 배우인 클린트의 완숙한 연기를 보며 든 생각이다. 버려진 이들을 받아들이는 건 버려져 본 사람뿐이 아닐까. 이 들을 인간답게 대우해주고 소중한 사람으로 받아들인 이는 신부님도 아니였고,가족도 아닌 연인도 아닌 타인의 이름아래 곁에 선 자 뿐이였다. 그 것이 냉정한 오늘날의 현실이자 내가 운 이유다.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가는 타인이 이토록 깊고 강력한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는 내게 없었다.

10 )
loop1434
굳   
2010-03-17 22:33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25
qsay11tem
멋진 영화로 보이네여   
2007-11-26 13:27
kpop20
좋은 기사네요 내겐 타인뿐이다라는 구절이 가장 와닿네요   
2007-05-17 16:36
imc11
영화평 수준보다는 몇가지 오타 또는 용어를 잘못 쓴게 걸리는데...무엇보다도 스포일러 경고 없이 결말까지 내용을 다 썼다는게...이분이 정말로 영화 칼럼니스트가 맞는지 궁금합니다.   
2005-03-23 10:55
sweetlife
밑에 세 사람.. 이상하네. 멋진 영화, 멋진 영화 평입니다. 영화평도 감동적이네요.. 내 생애 최고의 영화!   
2005-03-15 00:13
safellee
이걸 영화평이라고...무비스트가 이런수준밖에 안되나?   
2005-03-04 17:33
paul777
중간에 복서로 쓴것을 봐서는 트레이너를 두번이나 잘못 사용한것은 오타라고 볼수도 있을듯하네요. 빨리 수정하세요.   
2005-03-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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