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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칼럼 from USA] 다량 인공감미료가 든 필름느와르 영화, '씬시티'
이영순 칼럼 from USA | 2005년 4월 11일 월요일 | 이영순, 영화 칼럼리스트 이메일


얼마전 플로리다행 여행길에 공항의 스타벅스에 들렸더랬다. 그때 테이크 아웃용 커피컵에 적힌 미영화평론가 라저 이버트의 <영화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 것을 표현해내는 가이다.>란 글귀를 읽었다. <방학기간중 여행갈 착한 여자친구 구함>과 <차비,경비 반반 낼 금연,금주,애완견 소유 걸구함>이란 신문 광고가 다르듯이 영화는 담고자하는 주제에 비중을 두기보다 그 주제를 움직임과 빛과 소리를 통해 표현하려는 것에 초점을 둔 예술수단이다.

그 중 불어인 필름 느와르의 사전적 의미가'흑백영화(Black film)'이듯 필름느와르 영화만큼 암울하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표현하는 영화적 기법은 드물다. 필름 느와르가 탄생된 배경이 세계 전쟁통에 나왔으니 아니 어둡고 냉소적일 수가 없다. 필름느와르란 엄밀히 장르는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소재, 스타일과 분위기,톤과 보는 각도,주인공등을 암울하고 우울하며 폭력적인 것에 맞춘 흑백영화들을 일컫는다. 바로 영화<씬 시티>는 흙설탕 감미료가 한 사발 들어간 필름 느와르 영화이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필름느와르를 데려다 코믹 그림소설(그래픽소설)에 충실히 넣어 블랙코미디처럼 잔인한 웃음을 던지는 이 서늘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씬 시티>는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씬시티>의 시리즈 세 개를 묶어낸 원작을 기반으로 한다. 프랭크 밀러는 데어데블과 그래픽소설이자 제애니메이션버젼으로 만들어진<노인(Ronin)>을 그린 작가이다.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다. 감독이 밀러의 팬이기도 하지만 생소한 그래픽소설이란게 만화와 짧은 스토리를 담아내어 영화로 만들기전 스토리보드를 닮아서인 면도있다. 디지탈 영상만화라 보여지기도 하지만 <씬시티>는 영화다.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재밌는지와 영화와 만화의 차이점를 눈여겨 볼 수도 있다.

영화는 세 개의 사건으로 이뤄진다.
원작만화<씬시티(sin city)>와 <그 노랑 개쉐이(That Yellow Bastard)>,<덩치 큰 뚱보 죽이기(The Big fat Kill)>편이다. 이 세편의 원작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간혹 순서가 앞서되거나 줄여지면서 영화는 로드리게즈와 쿠엔틴타란티노의 <포룸>처럼 주인공과 스토리는 달라도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다. 오프닝씬에서 한 여자가 고혹적인 핏빛 드레스를 입고는 잿빛의 고층빌딩의 베란다에 멋지게 서있는다.그녀는 곧 뜨거운 품에 안긴 남자에게 낭만적으로 살해당할 것이다.

흑백영화이지만 간간이 선명한 원색들이 등장한다. 스필버그 영화인 <쉰들러리스트>의 어린소녀처럼 간간이 영화속에는 주인공을 통해 빨강,노랑,녹색등이 디지탈로 다음어진 회색 건물,차, 흑백주인공들 속에서 화려하게 돌출한다. 로드리게즈 감독만의 독특한 표현보단 작가 프랭크 밀러가 <씬시티>중 짧은 스토리인 <The Babe Wore Red>에서 흑백만화속에 주인공 여자의 옷에만 빨간 덧칠을 했더니 독자들이 열광을 보여서 종종 나온 색칠기법이란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종종 필름 느와르 영화에서 보여지는 원색들은 무언가를 암시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여주인공에게 있어 빨간 색은 '팜므파탈'적인 색녀이미지와 탐욕, 들끓는 욕망을 표현하며 낭자한 핏빛은 공포와 폭력,죄와 희생등을 암시하는 메타포로 사용되어 전체적인 필름느와르 영화의 주제와 스타일을 나타낸다.

한시간전 은퇴한 경찰관 존(부루스 윌리스역)은 4번째 희생자 11살 낸시가 어느 정치인의 아들에 의해 유괴된 사실을 알고 현장으로 급히간다. 그는 선한 인간이다. 권력에 눌려 유괴사실을 숨기려는 동료가 말리고 지병으로 가슴을 움켜잡는 고통중에서도 아이를 구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그는 총알난사 세례를 받는다. 그로테스크한 얼굴이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마브(미키 루크역)는 창녀인 골디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완나잇후 달콤하게 깨어난 그 아침에 그는 살해당한 옆자리의 잠든 그녀와 마딱드리게 된다. 곧이어 경찰로부터 골디의 쌍둥이 자매로부터 살해용의자로 주목당하면서 캐빈(일라이자 우드역)이란 묘한 인간을 만나게되고 점점 범인을 찾아내려는 진실과 그리움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굳가이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 역)와 난데없이 애인이 되버린 그의 애인 창녀패 여두목 게일은 썩은 경찰(베니치오 델 토로역)들 속에서 더러운 권력싸움박질과 평정의 난에 휩싸이게 된다.

영화들은 어두운 죄의 도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필름느와르영화들이 그렇듯이 영웅과 반영웅주인공중 <씬 시티>는 잔인한 반영웅들을 택한다. 영웅들이지만 초인적인 힘도 없으며 때로 잔인하다.

범생이 여인과 불량 여인중 나오는 여자들이란 죄다 창녀들이고 오히려 그녀들은 섹시한 영웅의 이미지로 부곽된다. 디지탈로 만든 냉소적인 회색도시에서 모든 권력기능의 대표인 종교,법,도덕,우정은 무너진다. 어찌보면 동일한 주제와 암울한 톤에 불행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왜 연속하여 만들었을까.

모든 것이 무너진 시대였다. 1,2차 세계전쟁이 낳은 권력과 욕망, 죄속에서 남은 것은 페허와 죽음이였고 사람들은 잔인한 삶을 살아내가면서도 삶 자체에 환멸과 상처를 느꼈다. 이들의 모습을 독일의 표현주의를 이어 반영한 영화적인 스타일이 필름느와르였고 그리고 그때의 모습과 지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영화는 속깊은 진실을 말해준다.

<씬 시티>는 잔인한 진실을 웃음으로 전달한다. 모든게 허구이고 서양식 그림만화나 필름느와르에 익숙지않은 경우 서양관객들처럼 매 순간 폭소를 터트리기는 어렵지않나싶다. 세련되고 독특한 필름느와르식 블랙코미디이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엽기적이고 잔인한 호러영화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화려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원작자 프랭크 밀러외에 쿠엔틴 타란티노감독도 로드리게즈감독을 도와 영화를 만들었다. 로드리게즈 감독의 이전 취향대로 빠른 편집에 따른 오락과 타란티노식의 액션씬은 있지만 밀러 말대로 양들의 침묵'으로 시작하다가 '켓우먼'으로 끝난다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이다.

원작을 둔 영화들을 보고난 후 드는 공통적인 아쉬움들이다. 마브를 통해 '너의 목숨이 아닌 한 여인을 위해서도 목숨을 걸수있냐고' 아예 글귀로 되묻는 것처럼 원작을보면 좀 더 많은 생각을 던질 듯하다. 만화 하나 보면서 심각해질 이유는 없지만 말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란 질문같지만 영화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표현하느냐란 라져 이버트의 말이 나는 가끔 부정된다. 표현을 잘해야 무엇인지 알기도하지만 무엇을 말하려는지조차 잃어버리고 표현에만 집중한 근래 영화들이나 그 영화속의 실제 주인공들이 너무 많아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필름느와르를 끌어대어 충실히 말하고자하는 바를 보여준다. 어디든 암울하고 힘든 일상과 그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널려서일까.

블랙코미디나 로맨틱코메디외에 희망적이고 건강하게 밝은 것을 표현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는 이유가 보고싶어서 재밌을 듯해서 이듯 그래픽소설이 영화로 표현될 때의 무한한 기법과 필름 느와르만의 독특한 스타일들이 만화같은 디지탈영화 속으로 분출될 때의 매력이란 보는 것만로도 눈을 즐겁게한다. 단 잔인함과 선정성 때문에 너무 어린관객은 즐겨 보지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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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p1434
굳   
2010-04-03 12:54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25
qsay11tem
철학적 영화에여   
2007-11-26 13:06
kpop20
인공감미료라...   
2007-05-17 16:22
huhugirl
영상만 화려하고 눈요기만 가득한 영화라...하지만 일단 보고 평가해야할듯~ 아 김샌다~ 그래도 귀뜸해주신거에 대해선 감사요~ 이래서 안본영화는 미리 기사를 보면 안된다니깐 ㅋㅋ^^   
2005-06-1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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