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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트의 쾌거! 고맙다, 신동일 감독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 백건영 편집위원 이메일


이른 아침, 신동일 감독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용인 즉 이랬다. “대상 안고 방금 귀국했습니다.” <반두비>가 ‘제 31회 낭트 3대륙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됐다는 소식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는데, 뜻밖의 낭보가 날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제에서 ‘몽골 피에르 도르 Montgolfières d'or’(대상)를 수상했다는 얘기. 임권택, 지아장커 등이 낭트영화제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돌이켜보면 2007년 겨울, <방문자> 개봉과 맞물려 만난 이래로 어느덧 3년이 흘렀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던 시절부터 응원군을 자처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는데, 그의 영화에 마음이 움직이고 인간적으로도 통하다 보니 아예 작정하고 그를 지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반두비>의 초고 시나리오를 읽었으며, 그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는(가문의 영광)을 누리기까지 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셈이다.

영화판에 들어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숱한 영화와 감독을 만났다. 이미 거장이거나 또는 미래의 거장이거나 혹은 이제 갓 데뷔작을 내놓은 신인을 막론하고,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창작의 고통과 창작자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격려라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신동일은 내게 감독이 얼마나 외로운 직업인지를 알려주었다.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영화를 완성했을 때, 천신만고 끝에 개봉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을 때, 그럭저럭 흥행이 됐더라도 비평의 톡톡한 쓴맛을 봤을 때, 감독은 이보다 외로울 수가 없다. 영화가 완성되어 프린트되는 순간 감독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말은 참이다. 그래서 폴란스키는 <차이나타운>을 만들면서 워너브라더스와 끝없는 실랑이를 벌였고 그보다 훨씬 이전 스튜디오 초기시절 할리우드의 감독들이 제작자와 끊임없이 반목한 것도ㅡ슈트로하임과 어빙 탈버그의 관계가 대표적이다ㅡ어쩌면 영화에서 소외되기 싫어서였는지 모른다. 아마 신동일도 그랬을 것이다. 2007년 가을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의 개봉을 위해 저작권자를 만나고 올 때마다, ‘영화의 연출자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치를 떨었으니 말이다.

상반기 독립영화의 약진에 화룡정점을 찍고자 <반두비>가 개봉했을 때 신동일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흥행기대치가 있었다. 비록 등급문제로 소란이 있었으나 나 역시 이번만큼은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시장은 냉혹했고 관객은 냉담했다. 물론 그가 흥행감독이 되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비평적으로 찬반이 갈릴지언정 적어도 ‘후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었을 따름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비판의 소리와 이전과 다른 화법에 적잖이 당혹해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순간 혼란스러웠고 근본이 흔들리는 게 아닌지 스스로를 점검해야 했다. 내 눈이 잘 못 된 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한편으로 그가 풀죽어있을까 걱정되기도 하였다. 다 큰 어른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신동일 아니, 세상의 모든 영화감독들이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 유리 가슴을 가졌는지 안다면 그런 소리를 입 밖에 내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예상 밖의 초라한 성적을 집어든 신동일은(생각보다 충격이 큰 듯 보였지만) ‘내 영화를 지지해주는 관객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가끔 메신저로 먼저 말 걸어놓고는 정작 자문자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힘내자는 말 뿐이었다. 멋쩍게 침묵하고 마치 속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애써 아무렇지 않게, 그러면서도 차라리 신동일의 새 영화가 빨리 시작되기를 바라던 여름은 그렇게 흘러갔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 옴니버스 단편 촬영을 마치자마자 그는 프랑스로 떠났고, 오늘 수상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남이야 뭐라 하건 지속적으로 지지해온 감독의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쁘고 안심이 된다. 내 시선이 어긋나지 않았음을 확인했을 때의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무엇보다 고맙다, 신동일 감독. 우리의 지지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내 직업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이렇게라도 확인시켜줘서.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 글_백건영 편집위원(영화평론가)

19 )
speedm25
신동일감독에 대해 아는게 없어 인물검색 해보니 작품활동에 반두비가 있어 예고편보니 소재는 좋네요.   
2010-03-14 16:34
kisemo
잘봤어요   
2010-03-07 10:34
smart1301
정말 잼있을것 같아요 ^^
  
2010-02-21 09:55
loop1434
대단   
2010-02-17 10:02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1:22
h6e2k
ㅊㅋㅊㅋ   
2010-01-31 00:01
pretto
좋은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7 10:06
seon2000
축하...   
2010-01-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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