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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의 지난주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눈 먼 자들이 보는 세상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 신기주 저널리스트 이메일


<블라인드 사이드>는 따뜻한 자본주의가 가능한지 묻는다. 홉스가 세상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정의한 뒤로 누구도 감히 세상을 아름답다고 고쳐 말하지 못했다. 존 레넌이나 김광석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고 노래했을 뿐이다. 한 사람은 암살 당했고 한 사람은 자살했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인 게 틀림 없었다.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을 시장 경제의 작동 원리로 제시했을 때도 인간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아담 스미스조차 국가가 나서서 탐욕스런 개인과 기업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뒤로 300년 가까이 흘렀지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영속되고 있다. 그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좀 다른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게다가 동화가 아니라 실화다. 남부러울 것도 없이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살던 리 앤 투오이 가족은 흑인 부랑아인 마이클 오어를 보살핀다. 마이클 오어는 미식 축구에서 무시무시한 재능을 보인다. 자칫 거리에서 죽었을 마이클 오어는 2009년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에 입단한다. 돈방석에 앉는다. 리 앤 투오이 가족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위험한 사각 지대를 블라인드 사이드라고 한다. 누군가 블라이드 사이드에서 쿼터백을 지켜줘야 한다. 이기적인 자본주의에 절어 있는 미국 사회도 블라인드 사이드 투성이다. 의료 보험 때문에 환자를 내쫓는 병원이 부지기수다. 사회 안전망은 기업의 자유 경쟁 논리에 희생 된지 오래다. 리 앤 투오이 가족은 개인이 미국 사회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지켜준 실례다.

보고 나면 생각하게 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리 앤 투오이 가족처럼 주변을 대가 없이 도와주고 지켜준다면 따뜻한 자본주의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홉스의 저주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담 스미스의 냉소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얘기한다. 이기적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최대 다수가 행복한 자본주의로 가려면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과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는 게 골자다. 우린 기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빌 게이츠는 사회적 이익이야 말로 개인과 기업에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설득하려고 든다. <블라인드 사이드>도 같은 애길 한다. 개개인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할 땐 모두가 불행해진다. 개개인이 다른 개인을 도와주면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해진다.

예쁜, 거짓말이다. 산드라 블록은 <블라인드 사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눈 씻고 상 탈 만 했던 구석을 지적해야 할 정도로 하찮은 연기다. 그저 <에린 브로코비치>로 줄리아 로버츠한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줬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실물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엉망진창이다. 경제적 파산과 몰락이 비일비재하다. 월스트리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지치지 않는 것도 다들 궁핍해서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지금 필요한 영화였다. 언론사에선 연말 연시마다 개인과 기업이 불우 이웃을 도왔다는 소식을 전한다. 기자들끼린 앵벌이 기사라고 부른다. 언론이 존재하는 근원적인 목적은 비리 고발 따위가 아니라 체제 유지다. 그러나 체제 안엔 필연적으로 커다란 블라인드 사이드가 존재한다. 블라인드 사이드의 일부를 앵벌이로 밝게 비춰서 더 크고 어두운 블라인드 사이드를 보지 못하게 한다.

<블라인드 사이드>도 우리를 눈 멀게 만든다. 자본주의의 근원적인 결함은 개인의 선행쯤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인의 선행은 개인의 선행일 뿐이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가 리 앤 투오이 가족처럼 오늘 밤 을지로입구역의 부랑자를 집에서 재워줄 수 없듯이 말이다. 리 앤 투오이 가족과 마이클 오어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단지 그들의 이야기로 우리를 장님으로 만드는 세상의 법칙이 차가울 뿐이다. 리 앤 투오이 가족이 사는 맴피스는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곳이다. 킹 목사는 말했다. “우리는 꿈이 있습니다.” 눈 먼 우리는 아직도 꿈만 꾸고 있는가.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 글_신기주(저널리스트)    

35 )
fa1422
잘봤어요   
2010-08-21 04:02
seon2000
...   
2010-06-01 01:14
prettyldy
재밌던데,   
2010-05-24 09:55
qhrtnddk93
감동적이래요   
2010-05-18 21:49
ggang003
너무 좋은 영화   
2010-05-17 09:35
withyou625
잘봤습니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동화를 믿고싶다는   
2010-05-17 08:08
kkmkyr
영화 재밋겟어요   
2010-05-10 16:40
sun2kday
영화도 재밌게 잘봤고! 기사도 잘봤어요! ^^   
2010-05-0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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