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김덕윤, 방준석
올 추석 극장가의 월계관은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월계관의 주인은 다시 돌아온 조폭 마누라도, 보물을 찾아 헤매는 캐리비안의 좀비 해적도, 짠돌이 집주인과 다방 아가씨도, 원한이 넘치는 관절기 엄마귀신과 아들귀신도 아닌, 바로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12살 소년 오봉구와 철없는 파파라치 형 오상우, 바로 이 엉뚱한 2인조였다. 올 추석 관객들이 선택한 영화는 자극적, 말초적인 소재에 대규모의 제작비를 투자한 블록버스터들이 아니라 가족애를 일깨우는 따뜻한 휴먼코미디였다는 것.
각설하고, 추석 왕좌까지 차지하며 개봉 이후로 꾸준히 쾌적한 흥행질주에 앞서고 있는 <오!브라더스>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톱스타 주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초역활을 톡톡히 해낸 관록있는 조연배우들의 포진,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탄탄한 스토리 때문. 그리고 또 하나 더 이유를 들라면 바로 오리지널 스코어와 삽입곡까지 총 30곡이나 되는 곡을 수록한 <오!브라더스>의 튼실한 OST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오! 브라더스>의 OST는 <달마야 놀자>의 음악감독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덕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영화의 코믹한 이미지를 적극 살리면서도 형제애라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에 포인트를 둔 김덕윤 감독은 음악으로 감동적인 영상을 한층 북돋우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타이틀곡’ 오!브라더스’는 영화의 코믹적인 요소를 살려주는 펑키한 리듬의 힙합과 R&B의 선율이 어우러진 곡. 그룹 ‘솔리드’의 멤버였던 가수 김조한 특유의 창법을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오!브라더스> OST의 특색 또 한가지는 귀에 익숙한 다양한 삽입곡들. 타이틀곡을 부른 김조한이 그룹 ‘솔리드’였던 당시 부른 원조 ‘천생연분’ 뿐만 아니라 오상우, 오봉구가 함께 부르는 리메이크(?) ‘천생연분’ 까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어 듣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안겨준다. 조연으로 출연한 이문식까지 가세해 더욱 웃음을 자아내는 곡. 이 밖에도 영국 브릿팝 락밴드 스웨이드(Suede)의 ‘The Beautiful ones’ 와 베르디(Verdi)의 라 트라비타(La Traviata)중 ‘축배의 노래(Libiamo, ne'lieti calici)’가 수록되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자인 방준석 씨가 창조해내는 감동의 선율 또한 놓치면 안될 요소 중 하나. 감성을 자극하는 오리지널 스코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각자의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오리지널 스코어와 삽입곡으로 구성된 30곡을 찬찬히 듣고 있노라면(이쯤 되면 거의 웬만한 메들리 음반에 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새 영화 속에 빠져드는 당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