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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촬영장 사찰
미치도록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그 영화 | 2003년 8월 6일 수요일 | 서대원 이메일

자고로, 매력적인 존재가 뭔가 숨기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그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자들은 당연 두 발 앞질러 가며 그의 본심을 훔쳐보고자 속 태우며 허둥거리게 돼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러한 인간의 습성은 여자에게 콩깍지가 씌어 저돌적으로 구애 작전을 펼치는 수컷들의 행동 양태와 다를 바 없다. 그러기에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쪽은 언제나 그렇듯 조급함 없이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떡 주무르듯 시의적절하게 통제하는 암컷, 즉 천박하지 않은 교태를 부리며 상대가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이끌려오게끔 뒤로 조금씩 내빼는 그들에게 있다.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향해 다가서려는 존재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견제하고 있는 아래의 저들이 바로 그들에 다름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야심작 <올드보이>가 정말이지 딱 이짝이다. 그래서 일말의 단서 하나라도 있으면 어김없이 어디든 출동해 끝장을 보고야마는 무비스트 출장 전문 요원이 이번에도 국가적 사명과는 별반 관계없이 지들끼리 악에 받쳐 또 나서고야 말았다. 것두 두 번씩이나. 하지만 족히 세 꺼풀 이상의 베일에 가려진 <올드보이>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는 억울하게도 실패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죽을 수는 없는 법. 결국, 무비스트는 장고 끝에 현장을 통해 길어올린 역동적이며 멋들어진 그림을 벗삼아 영화와 현장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창대?한 이야기로 둔갑시켜 써내려가기로 용단을 내렸다.

▶ 지하 감방을 가득 메운 사내들의 아비규환

아마도, 첫 번째 사찰은 달포 전쯤인 6월 말로 기억된다. 파주에 위치한 아트서비스 세트장에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는 긴급정보를 중간 연락책으로부터 타전 받은 우리는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낮은 포복을 견지한 채 현장에 잠행한 결과, 15년 동안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감금방에 갇혀 군소리 없이 군만두만 먹다가 풀려나온 최민식이 자신을 이 꼬라지로 만든 철천지원수를 잡아 족치고자 다시금 그 감금방에 찾아가 격투를 벌이는 신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를 가둔 유지태의 심복들인 똘만이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지하 감금방 복도는 실로, 지옥도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폐쇄적이고 답답하고 음침한 긴 터널 같은 공간이었다. 작지만 둔중해 보이는 장도리 하나로 무장한 채 십여 명의 어깨들과 그곳에서 신에 들린 듯 사투를 벌이는 오대수(최민식)는, 인간이라 하기엔 너무도 통제돼 있지 않은 야수의 그 모습이라 참으로 인상에 남았고, 이 장면을 위해 최민식과 덩치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공간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오뉴월 장대비 오듯 땀을 쏟아 내며 몇 십번의 리허설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무술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습임에도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진을 빼며 캐릭터에 완전 몰입한 최민식은 중간중간 쉴 때마다 “나이가 들어 이제 힘들다”며 심신의 고단함을 말로써 달랬다. 심히 건조하고 메마르던 박찬욱 감독의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의 액션 신과는 달리 <올드보이>의 몸 액션 장면은 정반대로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라 감독이 밝혀 이 다찌마와리 신은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또한 우진(유지태)의 의뢰를 받아 일을 진행시킨 감금방 사장 철옹 역의 오달수는 대수에게 연장으로 이빨을 뽑히는 둥 수난을 당하는 조연으로 <올드보이> 제작팀이 이구동성으로 확실히 뜰 배우라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니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지상 32층에 떠 있는 황량한 유토피아

7월 30일 두 번째로 나선 사찰 장소는 이제는 양촌리 일용이처럼 친숙한 양수리 세트장. 이날 촬영 분은 지난 지하 감금방과는 천양지차의 공간으로 장식된 우진의 펜트하우스에서 대수와 우진이 드디어 맞대면 하는 장면으로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된다. 이 신은 우진이 뭐가 그리 원통해 대수를 이렇게 비참한 인간 꼴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폭로하는 대단히 화들짝스런 순간이다. 제작진은 이 장면이야말로 “가장 창대한 비극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찰나의 연속으로 기록될 것이”라 호언장담하고 있다.


2억 5천만 원을 들여 제작한 107평의 펜트하우스는 지상에서 1미터 이상 위에 세워진 고공 세트 관계로 행여나 100여 명이 넘는 떼거지 수준인 취재단이 떼거지스럽게 들어와 좋다며 설레발을 떨고 다니다가 지반이 무너질라, 총 두개조로 나뉘어 방송국 견학하듯 하우스에 발을 디뎠다. 필자, 머리털나고 도리짓고땡의 도박 하우스와 떴다 방의 분양 하우스 외에 이런 하우스는 오다가다 처음이었다. 어쨌든, 우진의 내면 풍경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하우스는 한 마디로 인간미 없는 체감 온도 영하 30도의 서늘한 거대 공간으로 다가왔다. 남대문 야경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와 높은 천정을 떡허니 받쳐주고 있는, 위용을 자랑하는, 8개의 기둥, 메탈틱 한 물품들 그리고 미니멀하면서도 고풍스런 무지 비싼 명품들이 곳곳에 보란 듯 배치돼 우진의 경제적 부와 성격을 가늠케 했다.

또한 바닥에는 ㄱ자로 된 수로가, 벽면에는 소용돌이 일으키는 거대한 그림이, 그리고 우진의 취미 생활이기도 한 사진기 30여 점이, 또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실마리가 될 동일한 여자 인물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무수히 한 곳에 달려 눈길을 끌었다. 그 흔한 재떨이 역시 우리가 평소 쓰던 찌그러진 은 색깔의 그것이 아니라 매우 뽀리하고 싶을 만큼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안 재떨이스런 모양새였다. 오른쪽 끝에 위치한 심장 박동 측정기 및 주사기 등 의료시설은 우진이 심장이 약한 관계로 지가 알아서 체크하고 약 먹고 주사 맞고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셀프 공간이다. 여하튼, 이 펜트하우스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물품은 영화의 결정적 내용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하니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세트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아주 부유한데 내면은 황량한, 텅 빈 것 같은 공허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어쨌든, 펜트하우스가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진은 이러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몸과 정신을 다듬고 정비하고자 아크로바틱한 요가를 펼친다. 최민식의 말에 의하면 “거의 중국의 기예단 수준”이라 하니 기대해도 좋을 성싶다.

▶ 혹 군만두 때문에? 아니면 설마 그가 여자였단 말인가?
현재 70% 이상이 진행된 <올드보이>는 미스테리 스릴러 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기존의 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구석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스릴러는 사건을 관장하는 배후의 인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터 우진이 범인임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왜’ 이러한 상상하기 힘든 일을 그가 계획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철저히 관객들을 그 게임의 방관자가 아닌 패널로서 끌어들이려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숫자 역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15년의 감금생활, 5일 안에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라는 우진의 제안 등.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마니아적 성격이 있어 이번 작품 역시 대중적이지 못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하지만 감독을 비롯한 배우 및 제작진들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한다. “최민식을 위주로 해 재미난, 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유머들이 상당수 된다”며 대중적으로도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덧붙여 제작진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니 괜시리 오바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신신당부까지 전했다. 이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과는 비주얼이나 사운드나 분위기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멋진 스타일의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는 말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올드보이>는 이미 계약 당시부터 시나리오의 결정적 줄거리를 발설하지 않을 것을 문서화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지대한 배우를 사석에서 만날 자리가 있어 술기운에 혹시나 해 집요하게 물어봤지만, 그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술이나 한 잔 따라봐라!”밖에 없었다. 해서, 무비스트 출장 전문 요원들은 최후의 방법으로 우리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필살의 그것을 꺼내 들었다. 짱구를 마구 굴리며 때려 맞추기. 결과는, 암울했다. 그리고 시름시름 잔머리 굴리다 끝내는 머리 다리 다 풀려 허망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 머리에서 그나마 나왔던 추론은 ‘올드보이’에 동창생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초점에 맞춰 “혹, 군만두가 핵심키워드 아닐까?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으니까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는, 그러니까 15년 동안 유지태는 군만두를 못 먹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고등학교 때 최민식이 우연하게 억지로 먹인 것이 녀석에게는 깊고 깊은 트라우마로 남게 된 거지??”, “아니야, 내 생각엔 유지태는 트랜스잰더야, 그 액자 속의 여자는 다름 아닌 유지태의 고딩 때 모습이고, 바로 그때 최민식이 여자였던 유지태에게 충격적인 발언을 해 그가 수술을 감행하기로 한 거로 볼 수 있어 15년은 그가 완벽한 남자로 태어나는데 요구된 시간이구, 또 그 의료시설은 다름 아닌 호르몬 주입 주사기고??” 정말이지 쓰는 필자가 쪽팔릴 정도의 상식에 준하지 않는 추론이었다 사료 된다. 죄송하다.


하지만 “매사 입 조심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금언을 관계자들이 영화에 빗대 입에 자주 올린 것을 미루어 봐서는, 분명 대수가 오래전 우진에게 별반 자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말을 그에게 던지면서 모든 것이 극대화돼 얽히고설키며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도저도 아니면 지금의 감질나는 가느다른 끈 같은 영화에 대한 정보는 어쩌면 용의주도하게 준비된 기획하에 나온 속임수 장치 맥거핀 일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경우는 아주 희박하다. 좌우지간, 이랬거나 저랬거나 박찬욱 감독과 최민식 유지태 이 삼각 편대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신뢰의 힘만으로도 <올드보이>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개봉은 10월 말 예정.

*아니 누르시면 무지 후회할 <올드보이> 촬영현장 동영상

취재: 서 대원
촬영: 이 기성

5 )
soaring2
올드보이..베스트 무비죠^^   
2005-02-13 16:27
moomsh
올드보이 설날에 한다고여..꼭 봐야죠..ㅋ   
2005-02-07 18:59
moomsh
최민식형님의 연기는 정말 멋지십니다..   
2005-02-07 18:59
moomsh
올드보이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영화..ㅋ   
2005-02-07 18:59
cko27
정말 재밌게 봤네요 설날때 해주니 너무 좋음.ㅜㅜ   
2005-02-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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