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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찬란한 실패의 기억, <우린 액션 배우다>
2009년 2월 27일 금요일 | 소마 이메일


대중문화는 ‘패배자’를 사랑한다. 록키는 행운을 얻어 타이틀 도전권을 얻기는 했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했고(물론 속편에서는 챔피언이 되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듭 따낸 독일 봅슬레이 팀이 아니라 참가 자체가 놀라운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었다. 90년대를 상징하는 노래는 '난 쓰레기다‘라고 악을 쓰는 라디오 헤드의 ‘Creep'과 벡(Beck)의 ’Loser'였다. 그건 한국도 다르지 않아서 <우생순>은 죽어라 고생해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국가대표 핸드볼 대표팀의 이야기에 현실에서 늘 패배하지만 힘찬 한국 아줌마들의 삶을 빗대었었고,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판에서 단지 1승만 거둔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병길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 역시 이런 맥락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역시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패배자’에 가까운 모습들이다.
 <우린 액션배우다>의 오프닝 시퀀스는 감독 자신이 어떻게 액션 스쿨에 들어가게 되었는가로부터 시작해 동기들과의 액션 스쿨 수료작인 <칼날 위에 서다>의 액션 시퀀스로 채워진다.
<우린 액션배우다>의 오프닝 시퀀스는 감독 자신이 어떻게 액션 스쿨에 들어가게 되었는가로부터 시작해 동기들과의 액션 스쿨 수료작인 <칼날 위에 서다>의 액션 시퀀스로 채워진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엄밀히 말해 정통적인 스타일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니다. 정두홍 무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서울액션스쿨의 스턴트맨 양성 과정 8기 수료생들의 이야기인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감독과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있는 친구들이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감독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에서 보듯, 이 영화는 일종의 사적 영화의 영역 안에 있다. 또 연출된 것이 분명한 몇 몇 장면은 설사 연출을 하더라도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스타일과는 다르며 다큐멘터리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상업 영화처럼 등장인물들에게 뚜렷한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애쓰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우린 액션배우다>는 늘 자신으로부터 사회적인 이슈로 영화의 영역을 확장시켜 버리는 마이클 무어 영화의 방법론을 사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런 연유로 이 영화의 전반부는 감동적이기 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다.
 <짝패> 촬영 현장의 주인공들. 이 영화에서는 자신들이 참여한 영화 본편에서는 훌쩍 지나쳐 버리기 쉬운 주인공 스턴트맨들의 실명을 자막으로 넣어두는 센스를 발휘한다.
<짝패> 촬영 현장의 주인공들. 이 영화에서는 자신들이 참여한 영화 본편에서는 훌쩍 지나쳐 버리기 쉬운 주인공 스턴트맨들의 실명을 자막으로 넣어두는 센스를 발휘한다.


<우린 액션배우다>의 등장인물들은 특별한 일을 하는 특별하지 않은 친구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범상함에서 예고되듯 그들은 누구보다 어려운 일인 스턴트맨에 도전하지만 결국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일종의 찬란한 실패에 대한 예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실패가 찬란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젊음 때문이며 또한 젊기에 실패를 ‘끝’으로 여기지 않는 그들의 낙천성 때문이다. 6개월의 액션스쿨 과정을 절반만 이수한 이들은 절반의 수료생들 중 단 세 명만이 스턴트맨 일을 계속한다. 그리고 그 세 명의 현역 스턴트맨들은 영화의 말미에서 단 한 명만이 남게 된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반부의 캐릭터 소개에 많은 공을 들인다. 어설퍼 보이는 전반부의 액션스쿨 오디션 장면에서 주인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권귀덕, 곽진석, 신성일 등 영화 촬영 당시 스턴트맨 일을 하고 있는 세 명의 인물과 이들과 대조적으로 어떤 일이든 집중하지 못하는 전세진이라는 코믹한 캐릭터의 인물의 소개가 이루어진다.
 지중현 감독의 납골당을 찾은 영화의 주인공들. 그들은 망연한 표정으로 생전에 지중현 감독이 좋아했다는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를 듣는다.
지중현 감독의 납골당을 찾은 영화의 주인공들. 그들은 망연한 표정으로 생전에 지중현 감독이 좋아했다는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를 듣는다.

예상되는 것처럼 스턴트맨 일을 하는 이들의 삶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고단함의 연속이다. 부상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출연 배우가 다쳐 촬영에 지장이 생기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기고 왠만한 부상에는 더 처절했던 위기를 되새기며 안도한다. 영화는 신기할 정도로 자기희생적인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을 쫓는 동시에 대비되는 캐릭터인 전세진이라는 인물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로 세상을 돌파해 나가며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거듭하는 인물인데, 단지 ‘호랑이를 업고 다니라’는 점술가의 말에 빚까지 얻어가며 400만 원짜리 문신을 등에 새기거나 뜬금없이 K-1 선수가 되겠다는 그의 캐릭터는 영화의 유머러스한 면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이런 캐릭터성의 부각과 나레이터 스스로가 영화 속 등장인물의 애인임을 밝히는 등의 자조적이며 코믹한 나레이션의 사용은 영화의 잔재미를 배가시킨다.

물론 영화에서 가장 심금을 울리는 대목은 제작진 역시 예상하지 못했을 지중현 무술 감독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영화의 출연진과도 가까운 사이이자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 시퀀스를 디자인한했던 한국의 손꼽히는 무술 감독 인물이기도 했던 그의 죽음은 이 영화의 출연자 중 현역 스턴트맨인 세 명 중 두 명이 일을 관두게 되는 사건일 뿐 아니라 늘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스턴트맨의 비애를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늘 그늘 뒤에 서 있던 주인공들이 주인공이 된 순간. 여자 고등학교에서 스턴트 시범을 보이고 학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는 우리의 주인공들.
늘 그늘 뒤에 서 있던 주인공들이 주인공이 된 순간. 여자 고등학교에서 스턴트 시범을 보이고 학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는 우리의 주인공들.


결국 <우린 액션배우다>는 액션 배우를 꿈꾸었지만,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에 좌초하고 마는 무모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영화 중반부에 촬영 팀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액션 장면을 영화에 담으려 무작정 중국에 갔다가 실패하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우린 액션배우다>에는 실패의 기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영화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영화 속 청춘들의 삶은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는 기이할 정도로 낙천적이다. 주인공들은 결코 자신들의 실패와 좌절에 울지 않는다. 대신 상처 부위를 긁적거리며 킬킬거리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마저 행복하게 한다. 인정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스스로를 ‘액션배우’라고 선언하는 제목처럼 이들의 거대한 실패와 작은 성공의 이야기는 재기발랄하고 힘이 넘친다.
 <우린 액션배우다> DVD의 메인 메뉴 화면
<우린 액션배우다> DVD의 메인 메뉴 화면

독립 영화이며 다큐멘터리인 <우린 액션 배우다> DVD의 영상과 음향은 당연히 평범한 편. 자료 화면이나 야간 촬영 장면에는 노이즈나 색 번짐 현상이 많이 발견되고 전체적인 해상도는 그저 감상에 큰 무리가 없는 정도. 특별히 이 타이틀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다큐멘터리 타이틀들의 퀄리티를 생각해보면 <우린 액션 배우다>의 영상과 음향 퀄리티는 꽤 준수한 편이다.
 스페셜 피쳐 메뉴 화면
스페셜 피쳐 메뉴 화면


서플먼트로는 정병길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권기덕, 곽진석, 신성일, 전재진 배우(?)가 진행하는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만큼 음성 해설 역시 떠들썩한데, 특히 음성 해설 때문에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전재진은 영화 속 모습 그대로의 독특한 세계관과 말들로 웃음을 준다. 전반적으로 산만한 편이지만 가볍게 듣기에는 오히려 부담이 없는 편이다. 또 2004년도 액션 스쿨 과정을 수료하면서 이들이 찍었던 단편 영화이자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정병길 감독의 처녀작 <칼날 위에 서다>의 11분 37초 짜리 액션 장면 축약본이 들어있다.

우린 액션배우다 (Action Boy)

출시일 : 2009-02-19
출시사 : 아트서비스
Starring : 권기덕, 곽진석, 신성일, 전세진
Director : 정병길
Running Time : 110 Min
Video Format : 1.8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Audio Track : 한국어 / 돌비디지털 2.0
지역코드 : 3
관람등급 : 18세 이용가
디스크수 : 1disc
자막 : 한국어,영어
<부가영상> 코멘터리 (정병길 감독, 권기덕,곽진석,신성일,전세진)/<칼날 위에 서다> 액션 엿보기/예고편


47 )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4-11 14:44
KJCQW
보고싶네요   
2009-07-21 16:48
bjmaximus
이 다큐 영화 재밌더라,웃기고 페이소스가 있고..   
2009-06-19 09:03
wjswoghd
흥행은 원래 그렇죠   
2009-05-27 19:12
keykym
소재가 색다른 영화   
2009-05-20 08:53
kyikyiyi
소재가 남다르고 좋았던...   
2009-04-08 10:13
callyoungsin
정말 괜찮았던 영화엿어요   
2009-04-08 03:11
skdltm333
멋지네요..   
2009-04-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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