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봉준호 감독의 열혈팬인 미야베 미유키 원작의 영화를 보고 싶다
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 허남웅 이메일


지난 기사(충무로가 <백야행>의 흥행여부에 주목하는 이유는?)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자신의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에 그리 관대한 편이 아니다. 영화화 허가에 있어서 그녀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1987년 <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한 이래 적게는 1편, 많으면 6편, 매해 거르지 않고 왕성한 창작욕을 뽐내는 미야베 미유키는 데뷔 21년째인 2009년까지 50권이 넘는 소설을 발표했다. (국내에는 지금까지 총 24권이 번역, 출간됐다.) 하지만 영화화된 작품은 <크로스 파이어>(2000)와 <모방범>(2002),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브레이브 스토리>(2006)까지 단 세 편에 불과하다.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 모두 14편(2007년 기준)인 것을 감안할 때 이는 극히 적은 숫자다. 더군다나 1990년 <마술은 속삭인다>가 동명의 TV드라마로 제작된 것과 달리 영화는 그보다 10년 늦은 2000년이 돼서야 <크로스 파이어>가 동명의 작품으로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고 2년 뒤에 <모방범>이, 또 그로부터 4년 뒤에 <브레이브 스토리>가 개봉했을 정도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스크린에서 보는 일은 상당한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무엇을 써도 터무니없는 걸작을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 미야베 미유키지만 유독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 특히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의 <모방범>은 미야베 미유키가 이후 자신의 작품의 영화화에 한동안 관심을 끊었을 만큼 최악의 만듦새를 보여줬다. 아직 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행여나 호기심에서라도 보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는 영화 <모방범>은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중 가장 최악의 사례라 할만하다. 사상 유례가 없는 공개연속살인사건에 대한 일본 사회구조 전반의 반응을 현미경처럼 훑는 원작을 오독하는 것으로 모자라 코미디영화로 전락시킴으로써 미야베 미유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작품인 것이다.

지난해 미야베 미유키의 도쿄 사무실(오사와 아리마사(<신주쿠상어>), 교고쿠 나츠히코(<망량의 상자>)와 함께 운영하는 사무실로, 각자의 성을 따서 ‘다이쿄쿠구’(大極宮)라고 부른다.)에서 그녀를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거실은 탁자를 한 가운데 두고 병풍처럼 두른 책꽂이가 인상적인 곳이었는데 영화 <모방범>에 대해 묻자 미야베 미유키는 답변 대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책꽂이 하단 구석에 ‘짱 박혀’ 있던 문제의 <모방범> 비디오테이프였다. 영화가 어지간히 맘에 들지 않았던지 덧붙이는 말도 없이 어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대신 미야베 미유키는 봉준호 감독의 열혈 팬임을 자처하며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특정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판권료를 받지 않겠다는 농담까지 했을 정도인데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조만간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릴 예정이다.) 아마 이 얘기를 한국의 영화사들이 들었다면 꽤나 부러워했을 대목이다. 국내에서 거듭 치솟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인기에 비해 그녀 작품의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국내 영화사가 미야베 미유키 작품의 영화화 판권을 획득한 건 <화차>와 <스나크 사냥>, <스텝파더 스텝> 모두 세 편이다. 이들 작품 외에 <마술은 속삭인다> <레벨7> <모방범> <용은 잠들다> <이름없는 독> 등 에도 시대물을 제외한 그녀의 거의 모든 작품에 국내 영화사의 구애가 쇄도하는 것을 헤아려 생각해 볼 때 판권 획득이 쉽지 않았음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워낙에 국내 영화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판권에 대한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국내에 팔린 일본소설의 영화 제작이 거듭 불발되자 투자자와 제작사, 감독의 이력을 꼼꼼히 검토하고 단계별 계약서까지 요구하는 등 판권 구매 과정이 날로 어려워진 까닭이다.

하여 국내 영화사들은 그녀의 환심을 사 판권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스나크 사냥>의 판권을 획득한 수필름(<키친><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은 정공법보다 변칙(?)으로 접근해 성과를 얻은 경우다. 통상 해외 소설의 판권 획득은 국내에 번역, 출간된 후에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수필름의 민진수 대표(민규동 감독의 친형)는 <스나크 사냥>의 국내 출간이 이뤄지기 전, 일본에서 구입한 책을 자체 번역해 먼저 읽은 후 미야베 미유키의 영화 판권 담당 에이전시와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이에 미야베 미유키는 수필름에 협상우선권을 주었고 협상이 이뤄지는 자리에 연출예정인 민규동 감독까지 대동한 후에야 (그렇다. 민규동 감독의 차기작은 <스나크 사냥>이다!) 판권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민규동 감독은 <스나크 사냥>의 기본 설정은 유지하되 장르의 재미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벌써 6고를 훌쩍 뛰어넘었단다.) 또한 수필름은 이와는 별개로 국내 출간된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작품에 눈독을 들인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판권 확정 작품이 아닐 경우, 이를 공개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어 아쉽지만 제목을 밝히지 못함을 알려드린다.) 다만 판권 협상 과정에서 미야베 미유키 측으로부터 <스나크 사냥>의 영화화 결과를 본 후 판권을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전해지니, 아무래도 <모방범>을 비롯해 영화화에 큰 재미를 못 본 그녀로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확인한 후 판권을 넘기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미야베 미유키 역시 RPG(Role Playing Game)게임 <이코>를 <이코-안개의 성>으로 소설화하면서 굉장한 부담감을 겪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게임 <이코>의 팬들로부터 <이코-안개의 성>에 대한 혹평을 듣고는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하물며 한일 양국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감독과 영화사의 심정은 어떨까. 일찍이 판권 계약을 맺고 감독까지 결정한 <화차>와 <스나크 사냥>의 촬영 소식이 여태껏 요원한 상황은 이를 잘 대변한다. 다만 미야베 미유키 팬의 입장에서 한마디 하자면, 부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와 영화 <모방범>으로 얻은 미미 여사(미야베 미유키의 애칭)의 한을 풀어줬으면, 그럼으로써 더 많은 미야베 미유키 소설 원작의 한국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 글_허남웅(장르애호가)

19 )
kisemo
잘봤어요   
2010-03-12 19:35
moshi717
저도 꼭 보고 싶네요   
2010-02-26 19:40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1:37
jun150
영화보단 책이 더 재밌었어요   
2009-12-01 12:32
biophysics86
읽어봐야겠네요   
2009-11-30 08:01
podosodaz
모방범 읽어보고 싶네요   
2009-11-27 07:26
kooshu
읽고싶어요   
2009-11-24 22:23
ann33
모방범 꼭 볼수 있었으면...   
2009-11-23 03:42
1 | 2 | 3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