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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는 홈즈일 뿐 오해하지 말자
2010년 1월 13일 수요일 | 허남웅(장르애호가) 이메일


영화 <셜록 홈즈>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자시사회를 통해 최초 공개했을 때부터 예상된 바였다. <셜록 홈즈>가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탐정 캐릭터를 액션 영웅으로 탈바꿈시킨 영화로 알려지면서 기자들 사이에서 이미 호불호 논쟁이 뜨거웠던 것이다. ‘홈즈는 성룡이 아니다 vs 홈즈는 원래 복싱에 능하다’, ‘왓슨이 언제 그렇게 홈즈와 맞먹었나 vs 홈즈와 왓슨은 주종관계가 아니다’ 라는 식의 구도로 진행된 논란은 결과적으로 영화의 흥행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와 <전우치>의 압도적인 2강 체제 속에서도 <셜록 홈즈>는 3주 연속 3위를 굳건히 하며 꾸준한 흥행 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홈즈의 변신(?)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못 느끼는 쪽이다. (오히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에서 보였던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개성이 상당 부분 제거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가이 리치는 영화 시작과 함께 주먹질에 능한 홈즈를 클로즈업하며 변화를 선전포고하고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거의 동성애자 커플에 가깝게 묘사해 논란을 부추긴다. 셜록 홈즈의 첫 번째 소설 <주홍색 연구>(1887)가 등장한 지 100년도 훌쩍 지난 마당에 현대적인 기준에 맞춰 캐릭터에 변화를 꾀한 것이 불가피했다는 투다. 사실 이 같은 태도는 가이 리치가 처음은 아니다. 이는 셜록 홈즈의 세계에서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닌 것이다.

홈즈 소설은 안작(贋作)으로도 불리고, 모작(模作)이라고도 표기되는 소위 패러디가 가장 발달한 시리즈다. 저자인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4편의 장편과 53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면 홈즈를 사랑하는 작가와 전 세계 산적한 팬들이 완성한 ‘그들 각자의 셜록 홈즈 소설’은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최초의 셜록 홈즈 안작소설로 평가받는 <페그람의 수수께끼>는 코난 도일이 살아생전이던 1892년에 발표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매년 수십 종의 신간 안작소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 셜록 홈즈의 안작소설 역사 역시 100년이 넘은 셈이다. 이 같은 배경의 결정적인 계기는 코난 도일이 1893년에 발표한 <최후의 사건>이다. 이 단편은 셜록 홈즈가 ‘범죄의 왕’으로 불리는 모리아티 교수를 스위스 마이링겐의 라야헨바흐 폭포로 유인해 함께 떨어져죽은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그 당시 코난 도일은 홈즈에게로 향하는 팬들의 관심이 자신을 월등히 넘어서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다. 원래 ‘챌린저 교수 시리즈’로 명명된 모험소설에 더 관심이 많았던 코난 도일은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집필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자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홈즈의 죽음이라는 초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홈즈를 되살려내라는 독자의 항의가 빗발쳤고 코난 도일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후에 코난 도일은 다시 홈즈 소설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급기야 팬들은 안작소설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처럼 안작소설의 역사가 깊고 너르다보니 개중에는 유명 작가의 작품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코난 도일 자신부터가 홈즈와 왓슨이 등장하는 두 편의 안작소설을 썼고 마크 트웨인과 오 헨리, 존 딕슨 카 등과 같은 당대의 작가들은 물론 코난 도일의 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도 패러디를 통해 홈즈 소설에 대한 욕구를 채웠다. 또한 <Y의 비극>으로 유명한 앨러리 퀸은 서른 두 편의 안작소설을 모아 <셜록 홈즈 앤솔로지>를 편집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초기의 홈즈 안작소설이 코난 도일이 창조한 이야기와 극중 분위기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 것에 반해 최근의 작품들은 기존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주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포소설에 가까운 작품이 있는가 하면(<셜록 홈즈의 유언장> 봅 가르시아) 홈즈가 93세라는 노령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며(<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미치 컬린) 심지어 홈즈와 왓슨이 게이 커플로 등장하는 팬픽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역시 최근의 경향을 따르는 일종의 안작영화로써 기능한다고 보면 된다. 다만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홈즈의 안작소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까닭에 액션에 능한 그를 두고 유난히 영화에 대한 논란이 크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국내에 들어온 건 이미 백년도 훨씬 전이지만 홈즈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는 채 10년이 넘지 않는다. 지금은 안작소설까지 소개되는 단계지만 채 10종이 되지 않는 까닭에 홈즈는 여전히 추리하는 탐정의 이미지로 견고한 것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독자는 셜록 홈즈 소설의 완전한 판본을 접하지 못했다. 주로 아동용으로 소비됐고 그나마도 일본어 판본을 번역한, 다시 말해 원작을 중역한 작품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 홈즈 소설 시장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02년 1월 출판사 황금가지를 통해 소개된 ‘셜록 홈즈 전집’이었다. <주홍색 연구>를 시작으로 <셜록 홈즈의 사건집>까지 9권이 소개되는 동안 홈즈 소설은 일시적인 붐을 넘어 미스터리 소설이 국내 출판 시장에 단단하게 발을 붙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출간 1년도 되지 않아 8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였는데 이는 전혀 예상 밖의 결과였다.

셜록 홈즈 소설을 기획한 당시 황금가지 편집부의 팀장이었던 최준영 씨(현 번역가)는 “기본적인 독자층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베스트셀러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당시에 형성되던 마니아 문화의 증가가 셜록 홈즈 시리즈의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그래서 “특별히 한국인들이 셜록 홈즈에 열광한다기보다는 한국에도 셜록키언(sherlockian 홈즈 소설의 열혈 팬들)이 증가했다고 보는 게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홈즈 소설을 청소년용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 셜록 홈즈 전집이 원본에 최대한 충실했기 때문에 나온 효과로 보인다. 최준영 씨는 셜록 홈즈 전집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사안에 대해 “무엇보다 원작의 분위기와 내용을 전달하는데 충실하자는 게 제1의 원칙이었다.”며 “완역을 중요시했고 캐릭터나 문체 등의 일관성을 위해 한 사람의 번역자와 작업했으며 가능한 많은 외국의 판본들을 구하여 참조했다.”고 밝혔다. 셜록 홈즈 탄생 한참 뒤에야 이뤄진 제대로 된 번역이었지만 폭발적인 반응은 한편으론 홈즈 소설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이기도 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셜록 홈즈에 대한 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셜록 홈즈처럼 백년이 넘게 사랑 받아온 캐릭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탐정 캐릭터의 원형을 제시한 인물이다. 안 그래도 최준영 씨는 “인류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들 중에서 셜록 홈즈처럼 강력한 이미지를 지닌 주인공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셜록 홈즈가 오랜 세월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의 증거로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는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구체적으로 안작소설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홈즈 안작소설은 과거 홈즈 팬들의 사랑이 창조적으로 집약된 결과물이면서 또한 미래의 인기를 담보하는 보증서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배경을 이해한다면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가 전혀 허무맹랑한 홈즈 관련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례로, 가이 리치는 홈즈의 액션도 사실은 추리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홈즈가 극중 권투경기를 치르면서 주먹을 날리기 전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어디를 가격할지 머릿속으로 미리 계산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홈즈의 활약상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캐릭터의 본질적인 성격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홈즈는 홈즈이기 때문이다.

글_허남웅(장르애호가 http://www.hernamwoong.com/)

30 )
seon2000
잘봤어요   
2010-02-15 02:10
junny513
저도 영화보고 홈즈의 분위기가 생각관 많이 달라 의아했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해결해주시네요 ! 잘봤습니다 :)   
2010-02-09 05:23
bjmaximus
사람들이 정통 스릴러를 원했나보네   
2010-02-08 10:42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0:43
loop1434
재밌네요   
2010-02-04 18:05
kwyok11
홈즈는 홈즈인데 생각했던 홈즈랑 쫌 다른 것 같아요   
2010-01-25 12:25
vonus
소설하고는 좀 다르죠...   
2010-01-23 01:13
monica1383
영화를 영화로 봐야지
영화를 왜 원작소설과 비교를;;   
2010-01-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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