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기 이전에 무술가인 견자단은 지금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화권 배우들 중에서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2009년에 벌어들인 수입만 무려 98억에 이른다는 견자단은 또한 탁월한 액션 감독이기도 한데, 이 글에 소개할 두 편의 영화는 견자단이 모두 액션 감독을 맡은 영화이기도 하다. 그 중 <8인 : 최후의 결사단(2009)>에는 영화의 여러 주인공들 중 하나로 출연하기도 한다. 반면 영국산 첩보 액션 영화인 <스톰 브레이커(2006)>에는 순수하게 액션 감독으로 참여했다.

이미 <명장>으로 비장미와 허무주의로 점철된 시대극을 선보였던 진가신이 프로듀서를 맡고 촬영감독 출신인 진덕삼 감독이 연출한 [8인 : 최후의 결사단 (원제:十月圍城)]은 신해혁명 이전 쑨원의 보디가드가 된 민초들과 청나라에서 파견된 암살단의 대결을 다룬 역사 활극이다. 하지만 최근의 중화 민족주의적 정서가 많이 반영된 여타의 중화권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이 영화에 등장하는 쑨원의 보디가드들은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는 상황에 떠밀리거나 신뢰하는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이 싸움에 말려든다. 조금 산만한 구석이 없지 않으나, 다양한 캐릭터들의 사연을 빠른 리듬의 액션 시퀀스 사이에 잘 담아내고 있다.

올해 아시아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왕학기와 견자단을 비롯해 여명, 사정봉, 증지위, 판빙빙, 임달화, 후준 등의 중화권 스타들이 대거 총출동하고 있다. 필자가 받은 리뷰용 DVD의 경우 2.35:1 화면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최신 중국산 블록버스터답게 20세기 초반의 홍콩이라는 시대적 분위기가 묻어나는 브라운 계통의 영상이 잘 구현되고 있다. 더불어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의 표현력이 뛰어난 편인데, 심장을 두드리는 박력있는 배경 음악과 더불어 액션 시퀀스의 타격음이나 금속 칼날 음향 등이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또 서라운드를 활용한 공간감 역시 뛰어나다. 아쉬운 점은 필자가 전해받은 리뷰용 디스크에는 국내판 예고편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서플먼트가 없다는 점이다.

약 10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진 알렉스 호로비츠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알렉스 라이더’를 영화로 옮긴 <스톰 브레이커>는 꽤 야심이 많은 영화다. 약 500:1의 경쟁을 뚫고 주역을 차지한 알렉스 페티퍼를 비롯해 알리시아 실버스톤, 미키 루크, 이완 맥그리거, 빌 나이히, 데미안 루이스, 앤디 서키스 등의 올스타급 캐스팅과 ‘10대 제임스 본드’라는 컨셉이 두드러지는 전반부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러나 <스톰 브레이커>는 많은 야심에 미치지 못한 각본과 평범한 연출로 인해 그다지 강렬하지 못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원작자인 알렉스 호로비츠가 직접 쓴 각본은 에피소드 간의 유기성이 부족하고 과장된 캐릭터들 역시 관객들의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그에 비해 견자단의 인장이 분명히 박힌 전반부의 로프 액션 시퀀스나 DVD의 서라운드 시스템을 체감하게 하는 카 체이스 시퀀스 등은 충분히 즐길만하다.

DVD의 퀄리티는 좋은 편이다. 2.35:1의 영상은 별 다른 잡티 없이 깔끔하다. 약간 색감이 짙은 편이나 전체적인 영화의 톤이 일관되게 표현되어 있으며, 필름 스크래치 등을 찾기 힘든 영상 퀄리티는 전체적으로 우수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역시 액션 시퀀스의 효과음이 강렬히 표현되고 있다. 서플먼트로는 국내판 예고편만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