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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전시 영상의 미래를 점쳐보자! 3D 영화 <벽루천> 제작과정
2011년 7월 19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아바타> 보다 3D 전시 영상이 먼저야!

3D 광풍을 몰고 온 <아바타> 개봉 이후 국내에서도 3D 콘텐츠 제작붐이 일어났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국내 3D 콘텐츠 제작은 예전부터 시작됐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기념관 등 다양한 행사에 상영되는 3D 전시 영상이 바로 그것.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부터 활용된 3D 전시 영상은 전시물이나 행사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작된 3D 영상을 말한다.

1998년 첫 포문을 연 경주세계문화엑스포도 예외는 아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2000년에 개최된 2회 때부터 꾸준히 3D 전시 영상을 선보였다. 그동안 <서라벌의 숨결 속으로>(2000), <천마의 꿈>(2003), <위대한 황제>(2006), <토우대장 차차>(2007)까지 신라에 관련된 3D 애니메이션 영상이 제작되었다. 꾸준하게 3D 콘텐츠로 엑스포를 홍보했던 조직위원회는 <벽루천>으로 첫 3D 실사 영화에 도전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는 “<아바타> 이후 3D 영화의 관심이 부각되었다”며 “이번 엑스포 주제 영상인 <벽루천>도 3D 실사 영화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벽루천>에서 선덕여왕과 자귀 역을 맡은 윤소이와 김정훈
<벽루천>에서 선덕여왕과 자귀 역을 맡은 윤소이와 김정훈
<벽루천>은 어떤 영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5번째 주제영상 작품 <벽루천>은 세상을 위협하는 백룡왕에 맞서 신라를 지키려는 ‘선덕여왕’의 이야기다. 여기에 평민 지귀와 선덕여왕의 로맨스도 가미되었다. 윤소이, 김정훈, 하유미 등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20분 분량의 단편 영화로, 제작비는 25억 원이 투여됐다. 제작을 맡은 3D 전문 기업 레드로버는 작년 10월, 사전 제작에 들어갔다. 시나리오 각색부터배우 캐스팅과 스태프 구성, 스토리보드와 3D 영상 구현 등을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벽루천>은 풀 3D 실사 영화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3D 실사 영상과 VFX(시각효과)작업을 통해 만든 CG 3D 영상이 합쳐진 작품이다. 레드로버 이은복 이사는 “<아바타>와 같은 느낌의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모션 캡처를 활용했다”며 “크로마키 기법과 VFX 영상도 도입됐다”고 말했다. 먼저 레드로버는 <아바타> <U2 3D>에 사용됐던 ‘3Ality TS-2’와 레드로버에서 극영화용으로 제작한 ‘SI2K’를 도입했다. 빠른 움직임을 촬영할 때는 ‘3Ality TS-2’를 정적인 장면에서는 ‘SI2K’를 이용한 레드로버는 퀼리티 높은 3D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후반부 진행되는 CG 장면에서 인물의 움직임과 표정을 더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모션 캡처가 사용됐다. 이은복 이사는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등에서 사용됐던 모션 캡처를 통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우치> <박쥐> 등의 VFX를 담당했던 ‘4th’의 힘이 더해지며 영상의 힘을 보탰다.

<벽루천>을 완성하기까지 산 넘고 물 건너

<벽루천>은 레드로버가 시도한 첫 번째 3D 실사 영화다. 그만큼 제작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3D 영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시나리오 수정과 3D 관련 제작진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제작 일정이 늦어졌다. 여기에 주요 배우 캐스팅도 난항을 겪었다. 일반 영화와 달리 특정 관람객들만 볼 수 있는 전시 영상이라는 점 때문에 배우들은 참여하기를 꺼려했다. 배우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낮은 출연료 때문. 영화가 25억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였지만 3D 영상에 반 이상이 들어가 그만큼 캐스팅 비용이 적어졌다.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였던 3D 영상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우선 3D 영화는 사전 시각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국내 3D 관련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 전문가가 있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발생하면서 씬 하나를 구성하는데도 며칠이 걸릴 정도로 작업 진척이 더뎠다. 스태프들도 2D 영화를 하다가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먼저 3D 촬영에 관련된 각자의 의견을 교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레드로버는 최적의 3D 구현을 위한 방법과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RND 개발에 역점을 뒀다.
 <벽루천> 제작일정
<벽루천> 제작일정
결국 사전 작업이 길어진 탓에 <벽루천>의 실제 촬영은 4월에 와서야 끝을 맺었다. 그나마 경주일대에서 촬영했다는 점 때문에 계획보다 짧은 12회차로 끝낼 수 있었다. 무사히 촬영은 마쳤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이은복 이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3D 촬영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현실의 벽은 컸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국내 3D 영상 제작은 ‘3Ality’ 시스템에 맞춰있다. ‘3Ality 시스템은 빠른 움직임을 찍을 때 유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는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는 각 장면마다 3D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국내는 주로 3Ality 시스템에 맞춰 있기 때문에 다른 3D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현상이나 색보정 작업시 어려움에 봉착한다. 레드로버 윤근하 부장은 “3D 영상을 찍어도 D.I(Digial Intermediate, 후반작업)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며 “더 좋은 3D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육성 되야 한다"고 말했다.
3D 전시 영상, 3D 콘텐츠의 발전 도모

현재 <벽루천>은 후반작업을 거쳐 오는 8월 12일 개최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3D 콘텐츠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으로 봤을 때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3D 국제 영화제 정광철 조직위원은 “<벽루천>을 계기로 3D 애니메이션에서 3D 실사 영상으로 홍보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2012년 여수엑스포, 2012년 순천만국제습지센터 등 내년에 개최되는 지방자치 행사에서도 3D 실사 영상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벽루천> 제작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3D 전시 영상은 적은 예산과 3D 전문 인력의 부족 등 걸림돌이 많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3D 전시 영상은 국내 3D 콘텐츠의 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벽루천>은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좋은 예시다.

2011년 7월 19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사진출처_레드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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