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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타락도시 ‘씬시티’에 관한 몇 가지 뒷담화
2005년 7월 11일 월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존경해 마지않는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SinCity』를 영화화하기 위해 고심해 빠졌다. 자신의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까다롭기 그지없는 프랭크의 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스타일리쉬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머리에 카우보이모자를 쓴 채, 밤낮 구분 없이 고민에 빠졌다.

문득, 그가 표현해내려는 암울한 도시 ‘씬시티’가 어떤 이미지로 각인됐는가에 생각이 미쳤고, 한 번도 원작 『SinCity』가 제시한 이미지를 벗어나서 상상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로버트는 곧바로 자신의 공장인 트러블메이커스튜디오에 틀어박혀, 기나긴 시간 머리싸움을 해댔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영화를 보면 바로 확인가능! 알믄서~ 내숭들은~!

하여튼, 원작 『SinCity』를 근접치까지 모방해 영화의 개념을 만화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굵은 X자표가 이마에 떡~하니 있는 ‘하티건’은 요즘 '린제이 로한'과의 뜨거운 염문설로 회춘하고 계신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해, 만화 그대로의 모습으로 스크린 안에서, 밤무대계의 카우보이천사 낸시를 위해 총을 뽑아든다. 야수 ‘마브’는 말할 것도 없이 원작자 프랭크 밀러가 실제 '미키 루크'를 모델로 만화를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돼도 않는 추측까지 야기할 정도로 미키 루크는 '마브', 그 자체의 현신이 된다. 완벽한 '모방'은 인간의 모든 상상력이 집대성된 '영화'라는 매체의 태생적 본질 즉, 자존심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 그러나 기저에 깔린 정서를 온갖 잡동사니 미국 하위문화로 삼은 『SinCity』의 세계를 훼손하지 않고 영화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방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종종 원작 코믹스 북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에서 극악무도한 영화의 횡포를 보곤 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가 대표격이고, 그 뒤를 '캣우먼', '엘렉트라'가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오차의 범위는 있겠지만 영화제작사, 감독 그리고 원작 사이에서 좁힐 수 없는 강이 있음이 확인된다. 만화의 컷을 영화제작자들은 콘티 정도로 치부하는 걸까? 그쪽 입장이 돼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액션을 살리고 비주얼에 신경 쓰다 보면 원작의 탄탄한 드라마나 인물의 심리는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영악하기까지도 한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그 사실을 모를 일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택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김에 있어서 조금의 주저도 없었다. 만화를 '모방'하기로 한 이상, 영화 시스템의 관습적 사고를 전복할 필요가 있다. 모두의 입에서 "똑같네"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로버트는 스텝들과 함께 모방을 위한 창조로써 영화의 디지털 신기술을 개발하고 숙련했다. 세트는 필요 없다. 오직 기술을 이용한 완벽한 상상세계를 '창조'하는 게 이들의 '미션‘일 뿐.

'씬시티'의 세계가 스크린에 '박제'되기까지 모방을 위한 고된 창조의 과정을 ‘뒤늦게’ 들쳐본다.

● 배우의 변신은 ‘무죄’!

나는 미키 루크다. 동시에 '씬시티'의 야만인 '마브'다.

희대의 섹시가이 '미키 루크'가 절망적인 할리우드의 뒷골목 삶을 살 때, 더 이상 우리는 그의 화려한 시절을 기억하지 않으려했다. 나르시스를 연상시키는 그의 외모는 지옥으로 추락했고, 누구도 그의 달라진 얼굴에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프랭크 밀러가 "마브는 트렌치 코트를 입은 코난이다"라고 정의 내릴 때,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권투와 마약 그리고 실패한 사랑의 인생궤적을 그리고 있는 미키 루크를 떠올렸다. '미키 루크가 마브다'
자서전도 아닌데, 원작 『SinCity』는 미키 루크의 삶과 꼭지점이 맞닿았고, 완성한 영화 <씬시티>는 그의 자전적 성향이 강항 전기 영화로 비쳐지기도 한다.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 그의 얼굴이 지옥의 신 하데스마저 외면하는 야수 '마브'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짚어본다.

미키 루크는 분장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배우다. 분장팀은 마브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미키 루크의 얼굴을 스캔해 다른 표정의 마브 얼굴 5개를 만들었다. 상황과 시간에 따라 점점 본래의 얼굴을 잃어가는 거친 캐릭터이기에 최대한 풍부한 표정을 요했다. 흉측하게 망가진 얼굴선에서 마브의 얼굴을 짐작할 수 있지만 완벽한 ‘마브’를 만들기 위해, 원작자겸 공동감독인 프랭크 밀러는 스텝들에게 반원을 이용한 마브의 옆모습을 스케치 해주었고, 분장팀은 이것을 토대로 턱과 코를 강조한 특수분장용 보철을 만든다. 가발, 이마, 코가 하나로 이루어진 보철을 일단, 미키 루크의 얼굴에 교정한 상태에서 굵고 억센 마브의 턱을 다시 착용하는 방법이다. 이로 인해 미키 루크는 완벽한 마브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붉은 머리의 창녀 ‘골디’와의 하룻밤을 위해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는 마브의 얼굴은 매장면마다 조금씩 변화한다. 폭력의 강도가 난이도를 높일수록 마브는 코가 깨지고 얼굴이 으스러지며 볼의 상처가 깊게 패인다. 특수효과팀은 공동감독인 프랭크와 로버트의 까다로운 요구에 순간순간 대응하기 위해 두 명의 스턴트맨의 마브 분장용 보철도 따로 준비해야만 했다. 알다시피, ‘그린 스크린’에 작업하는 디지털 영화인 <씬시티>는 세트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허공에 대고 혼자 분노하고 혼자 울부짖는다. 영화 콘티로도 이용된 원작만화를 펼쳐가면서 25쪽 장면을 찍다가 조명만 바꾸고 62쪽 장면을 찍어야 했던 당시 상황에서 변화하는 마브의 섬세한 표정은 모든 스텝들이 가장 예민하게 신경 쓴 부분이다.

‘씬시티’의 완벽한 재현, 마브의 처절한 복수를 만화적으로 혹은 영화 같은 만화로 만들고 싶었던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창의력’은 디지털 카메라와 그린 스크린이 있어 현실성을 얻는다. 또한 미키 루크가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GUN 글래이디즈를 손에 쥔 채 복수의 화신 마브로 부활했기에 가능한 꿈의 실현이다.

‘마브’를 스스로 창조한 혹은 모방한 미키 루크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내가 마브 배역을 맡길 원하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정말 흥분했다. 왜냐면 고양이와 비슷한 외모를 하고 매우 흥미로운 말을 하면 행동을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뭔가 색다른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실로 그랬다”

폭력과 부패가 난무하는 ‘씬씨티’에서 불꽃같은 찰나의 사랑을 믿는 야수 ‘마브’로, 미키 루크가 돌아왔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 20년 전의 ‘미키 루크’보다 더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전해온다.

나는 씬시티의 필요악이다. 때문에 후회는 없다. ‘옐로우 바스타드’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에게 혼쭐이 나고도 여전히 변태적인 성정체성을 못 고친 상원의원의 아들 ‘로크’는 결국에는 보기에도 징그러운 노랑머리 악당 ‘옐로우 바스타드’로 변해 버린다. 몸뚱이가 변했으면 정신을 차려야지 그는 낸시(제시카 알바)와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이라면 이를 갈면서 복수의 날만 꿈꾼다. 옐로우 바스타드의 ‘복수’는 <씬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간의 연결고리다.

폭력과 살인으로 점철되어지는 마초들의 가시밭길을 ‘사랑’으로 인도하는 순례지로써의 필요(절대)악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옐로우 바스타드 역은 <터미네이터3>에서 ‘존 코너’역을 했던 ‘닉 스탈’이 분했다. 특수분장팀은 프랭크 밀러가 창조한 변태악당을 현실로 불러들이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했다. 물론 엄청난 분장을 견뎌야 했던 배우 또한 마찬가지다. 무채색이지만 ‘선’을 상징하는 하티건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해진 그의 노란색은 <씬시티>가 고딕문화의 영향권 아래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분장을 위해 몸에 고무를 착용하고 싶은 배우는 사실 없을 것이다. 닉 스탈은 머리 뒷부분부터 목 뒷부분까지 아교를 칠해야했다. 마음대로 목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닉은 목을 가만히 세우고 머리만 돌리는 연습을 따로 해야 할 정도였다. 닉의 고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배불뚝이인 옐로우 바스타드로 변신하기 위해 몸 전체에도 아교를 뒤집어 써야 했다. 마브 분장과는 달리 머리, 볼, 코, 이마, 귀가 모두 연결된 보철만 만드는데 8일이 소요됐고, 배불뚝이 모양의 배는 라텍스 폼 소재로 만들었는데 전신 보철 작업을 하는 만큼의 고통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닉 스탈이 옐로우 바스타드로 변신하기까지 무려 4시간 이상 소요, 모방을 위한 창조 중에서 가장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케이스로 기록된다.

옐로우 바스타드의 노란색은 로드리게즈 감독이 파랑색으로 칠한 다음 색보정 작업을 거쳐 만든 생기 없는 겨자색이다. 즉, 실제 촬영 당시에는 옐로우 바스타드가 아닌 블루 바스타드였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악당 바스타드는 그로 인해 원작 캐릭터 모습 그대로 영화 속에서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작자 프랭크 밀러는 옐로우 바스타드에게 독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옐로우 바스타드는 전통적인 악역으로 <배트맨>의 ‘조커’처럼 전형적인 끔찍한 캐릭터다. 그를 더 끔찍하게 보이게 하는 건 옛날 TV에서 본 악역에 관한 기억들이 전부다. 그는 그것들이 얼마나 무서운 캐릭터였는지 상기시키는 역할이다. 나는 사람들이 만화를 단지 아이들의 놀이문화라고 생각하기 전에 지옥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기를 원했다. 실제로는 지옥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옐로우 바스타드의 썩은 육체를 통해 간접경험하기를 바랬고, 씬시티는 지옥의 그림자로 비쳐지길 원했다”

하티건의 정의가, 그의 사랑이 숙명론처럼 비장하지만 아련한 슬픔으로 남는 건, 악당 ‘옐로우 바스타드’가 씬시티에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 배경은 없다! 오직‘소품'만 실재할 뿐.

그린 스크린 앞에서 있지도 않은 공간을 계산하고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그나마 몰입하도록 도와준 물건이 있으니, 이름하여 ‘소품’

소품팀이 영화에 필요한 것들을 만듦에 있어 중요시 여긴 건, 무게감이다. 프랭크 밀러의 세계는 ‘중량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도시다. 권총, 장화는 물론이고 우유팩마저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든다. 영화<씬시티>의 배경은 우유를 담기위해 작은 상자에 왁스칠을 하던 1920~30년대로 추정된다. 그 당시의 미국 도시를 상상해보며 어둡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전해온다. 그들은 ‘잃어버린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그 당시의 문구를 떠올렸고 원작에서 프랭크 밀러 역시 그 이미지를 차용했음을 발견했다.

캐릭터마다 특색 있는 소품은 원작의 분위기(이미지)에 기인해 제작됐다. 전문 로퍼(올가미잡이)가 낸시의 밧줄 돌리기를 가르쳤다. 클럽 ‘케이디’의 카우보이 천사 낸시의 이미지에 걸맞게 이중 블랙호크 권총 즉, 쌍권총을 대령했다. 스트립걸인 낸시의 양면성을 보여주기 위한 소품으로 결코 천박하거나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말이다. 하티건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숭배/구원의 대상이기에 낸시의 밧줄과 총은 그녀의 ‘처녀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이중적 소품이다.

총 ‘글레이즈’는 마브를 유일하게 정의해주는 물건이다. 영화상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자신의 엄마가 살고 있는 어린 시절 집으로 돌아가 자기 침대 밑에서 어릴 적부터 지녀왔던 유품을 발견한다. 그 장소에 마브는 1911년형 WWII 콜트식 자동권총 하나를 숨긴다. 마브는 이 총을 ‘글레이즈’라고 부른다. 영화에 등장한 마브의 총은 프랭크가 콜트식 권총의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직접 고른 총이다. 이것이 미키 루크의 마브, 그의 건 ‘글레이즈’다

에피소드 3편에 해당하는 ‘Big Fat Kill'에 등장하는 수류탄은 알루미늄이 들어있는 실린더를 재료로 한다. 수류탄의 선택 또한, 프랭크가 수많은 참고 사진을 보고 고른 것이다. WWII Japanese Type97에 나오는 일명 ’일본육군 보급부대 일급 용병‘의 무기들을 참조했다. 해외에서 제작된 무기를 선택한 것은 씬시티의 남성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용병들의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자료를 참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올드타운의 여전사 ‘미호’의 검은 알려진 대로 <킬빌>에서 우마서먼이 사용한 ‘한조 핫토리’의 보검이다. 그녀는 검을 주 무기로 삼지만 장거리 공격에는 닌자의 표창을 응용한 부메랑 식 표창을 던진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미호의 무기는 소품팀이 원작을 참조하면서 직접 도안을 그리고 제작한 작품이다. 거친 남성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임으로 강렬한 붉은 색 밑에 칼날을 머금은 형상이다.

● 색깔 없는 세상에서 개성을 보여주마. ‘의상’

포인트 칼라가 가끔 쓰일 뿐, ‘씬시티’는 블랙도시다. 흑백의 전경을 배경 삼아 뒷골목을 활보하는 마초와 타락천사들의 모습에서 의상은 별반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렬한 캐릭터들은 흑백의 스크린 안에서 전혀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캐릭터에 맞게 장면마다 준비한 의상 때문이다.

일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흑백영화인데 배우가 무슨 옷을 입든 거기서 거기잖아? 옳은 생각이다. 그러나 공동감독인 프랭크와 로버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영화를 찍을 때는 모든 것이 지금의 우리가 무언가를 보듯이 컬러세상이다. 나중에 색을 빼내는 과정이 있다 치더라도 칼라에 따라 미묘한 색의 차이가 보인다(명암차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감독들이 색깔을 보거나 배우들을 대면 할 때, 흡족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들이 실제로는 영화를 흑백으로 생각하며 찍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칼라영화보다 더 많은 색의 관한 연구를 필요로 했다.

영화의 중심을 이끄는 마초 3인방, ‘하티건’ ‘마브’ ‘드와이트’의 의상은 이들이 처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에 따라 블랙세계에서 미묘하게 변화한다. 코트 매니아인 마브에게는 트렌치코트 3벌과 3벌의 다른 코트를 준비해야만 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의 코트를 만든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 내내 같은 코트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해야만 했다. 마브의 심정이 점차 잔혹한 복수로 변화하기에 그의 코트는 그가 내재한 절대고독의 다른 이름으로 이미지화될 필요가 있다.

하티건 이야기로 영화가 넘어오는데 그에게는 두벌의 다른 트렌치코트를 준비했다. 마브는 검은 천으로 의상 제작을 했고, 하티건은 회색 천으로 의상을 만들었다. 별로 달라 보일 것이 없어 보이겠지만 어린 낸시를 구하는 하티건은 낸시에게는 빛나는 갑옷을 입은 왕자님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린 낸시의 눈높이에 맞게 밝은 회색톤의 트렌치 코트를 입혀 화면에서 어둡게 보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로는 전보다 어두운 색의 회색 코트를 입혔지만 색감의 기조는 엷은 회색톤으로 킬러를 맞췄다.

마지막으로 올드타운의 영웅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에게는 카우보이 의상을 입혔다. 먼지 묻은 갈색톤으로 의상 컨셉을 잡고 위험에서부터 올드타운의 천사(창녀)들을 구하는 카우보이 이미지를 각인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 흑백의 전경에서 관객으로써 우리의 의무는 그 차이를 발견해야 한다. 프랭크가 창조하고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모방한 혼탁한 도시에서 말이다.

● 함부로 탈 수 없다. ‘씬시티’의 또 다른 주인공,‘자동차’

프랭크 밀러는 그림 속 자동차가 스튜디오에 늘어선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그린 그림 모두가 다른 매개물로 해석되게 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그냥 그림으로 된 소설일 뿐이다. 물론, 당시에 자동차에 관한 많은 조사를 했다. 그 중 몇 가지는 모호한 출처인데 그냥 사용했다. 그만큼 씬시티에서 자동차는 중요한 캐릭터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세트장에 들어왔을 때, 나의 책속에 있던 모든 차들이 실제로 눈앞에 존재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나 어리둥절했고, 동시에 소름마저 돋았다. 이 차들은 그저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차려니 하면서 지금까지 살았으니, 그 놀라움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영화<씬시티>에서 등장하는 많은 차들은 프랭크 밀러의 말처럼 꿈에서나 구경할만한 클래식 차들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모방’에 방점을 찍고 영화를 만드는 이상,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멋진 차도 영화 안에 ‘꼭’ 등장해야만 했다. 미국과 유럽을 이 잡듯이 해서 구해 온 명품 클래식 차들은 이름만 들어도 카매니아들의 가슴을 용두질 치게 만든다. 타락의 도시, 씬시티에서 하티건, 웬디, 마브 그리고 드와이트가 타고 다니는 차들의 가격은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라고 한다. 실제 차주인들에게 갓난애 다루듯이 곱게 쓴다는 지장을 찍고서야 공수해 온 차들은, <씬시티>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살해된 골디의 복수를 위해 언니 ‘웬디’(제이미 킹)는 광폭한 질주로 마브를 공격한다. 원작에서 웬디가 모는 포르쉐는 1946년에 출시된 모델이다. 그러나 영화 안에서는 ‘55년형 spider convertible’를 타고 씬시티의 뒷골목을 가로지른다. 원작과 영화 사이에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원작자 프랭크 밀러가 스텝들이 준비한 클래식 차들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물론, 준비된 차들은 원작에 가깝게 최대한 접점선을 지켜 찾아낸 차들이기에, 모방을 위한 새로운 창조라는 명제를 조금도 어기지 않는다.

옐로우 바스타드의 차는 ‘Bugatti'라는 예명으로 단 두 대만 만들어진 'Atlantic 57c'이다. 1936년에 한 대 만들어지고 그 이듬해인 37년에 한대 만들어졌다. 꼴랑 두 대만 만들어진 차이니, 차량 코디네이터 세실 에반은 복제품을 찾아 나섰다. 차는 찾았으나 문제는 비용이었다. 복제품이더라도 그 희소성에서 특별한 가치를 갖는 차이기에 운반비와 대여비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할 수 없이, 프랭크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옐로우 바스타드의 차를 ’1936년 Cadillac Limo‘로 합의하에 정해야만 했다. 오래된 갱스터 차 같은 외관 디자인은 옐로우 바스타드의 음산함을 돋보이게 해, 프랭크 밀러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의 차는 원작자인 프랭크 자신조차도 오래도록 구경조차 못한 ‘59년형 Cadillac’이다. 크기와 성능 모든 것이 명품인 이 차에서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크롬 도금이 그릴 부분을 특히 마음에 들어 했다. 사실 이 차는, <델마와 루이스>에 등장해 유명해진 차이다. 이 밖에도 ‘재키 보이’(베네치오 델 토로)의 차는 1957년형 푸른색 ‘크라이슬러 임페리얼’로 타락한 형사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준다. 타락한 신부에게서 강탈한 마브의 차 또한 ‘1990년형 벤츠’로 복수를 위해 스크린 속에서 무한질주한다. 마지막으로 낸시의 왕자님, 하티건의 차는 ‘1955년형 뷰익’으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은 환호성을 지를, 명품이다.

평소에 뒷북치기를 좋아하던 본 기자, 고백하건데 가상의 도시에서 살고 있는 마브의 순수함과 하티건의 절절한 사랑에 푹 빠져, 지금까지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하던 주위 분들의 권유로 인해 뒤늦게나마 씬시티의 세계를 해부하는 기사를 쓰게 돼, 주위 분들을 더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머리에 끈 질끈 둘러메고 며칠을 고심한 끝에 탄생한 이 글이 ‘씬시티’에 관한 궁금증을 가진 팬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이 말을 하고 싶어 서지~

‘쓰레기’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영화<씬시티> 앞에서만큼은 주저하지 않는다. 온갖 대중문화를 절묘하게 칵테일한 괴짜들의 영화는 눈의 피로함을 야기하지만 눈 깜박거림을 잠시도 허용하지 않는다. 흑백의 세상이 이처럼 흥미로운 이유는 모방에 근거한 완벽한 창조를 했기 때문이다.

<씬시티>가 내재한 진정성은, 가짜를 진품으로 포장하기보다 가짜임을 숨기지 않는 단순무식한 그 ‘솔직함’에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저 즐겨라!

9 )
loop1434
최고   
2010-04-03 12:55
qsay11tem
인상적인 영화로 보이네여   
2007-11-25 15:01
js7keien
만화적 스타일에 박수를!   
2006-09-30 20:36
momo72
소수여성들의 입맛에도 딱입니다...아주 특별한 영화..나라서 보고 즐길수있었던 영화..친구들은 중간에 보다 나가버렸다는..여러번봐도 지루하지 않을 아주 특별한 영화입니다   
2005-07-15 16:24
gosma
가장 헐리웃적이면서 가장 이질적인 영화! 화려한 성인만화를 보는듯한 느낌~ 미키루크의 또다른 면에 반했다. 칙칙한 영웅들의 화려한 이야기! 다만, 여성들의 입맛엔 안맞을 듯...   
2005-07-12 18:57
lee su in
대중적인 취향의 장르가 아니라서 극장에서 일찍 사라지는게 아쉬울 뿐...아뭏든 오랫만에 제대로 만난 헐리우드산 흑백 펄프 누아르였습니다.   
2005-07-12 14:15
hyunsy72
전 두번봤어요 뻔한 영화들 이제는 지겨워서   
2005-07-12 11:52
redman0922
볼꺼에여...누가 뭐래도 재미있어여~!   
2005-07-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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