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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아들과 딸들을 부르는 괴이한 '시트콤'
2005년 7월 25일 월요일 | 이지선 이메일


검은 옷으로 온몸을 감싼 흡혈귀 가족이 안방을 찾아온 지 벌써 7개월이다. 일본으로 가는 배를 잘못 타 한국에 불시착했다는 이들의 어이상실 좌충우돌 행각 앞에 방바닥 구르기를 수차례, 이제 곧 그들과의 즐겁던 한때와 (잠시지만)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는 아니지만, 아쉽기 그지없다. 가족시트콤의 새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안녕, 프란체스카>와 함께 했던 월요일 밤 11시의 기괴한 즐거움을 당분간 누릴 수 없다니. 이제 월요병은 무슨 수로 견뎌낸단 말인가.

▶ <안녕, 프란체스카>는 특별하다.

<남자 셋, 여자 셋>, <세 친구>, <순풍 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달려라 울엄마> 등 전국의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던 시트콤들은 그간 무수했다. 특히 <순풍 산부인과>의 경우, 여전히 성대모사와 패러디의 소재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의 매력과, 일상이 쫀쫀할 정도로 묻어나는 이야기의 재미 덕분에, 아직도 사상 최고의 시트콤이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상, <순풍 산부인과> 이후 전국을 완전히 평정한 시트콤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엄연한 현실이다. 7개월간 시청자들에게 ‘패닉’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안녕, 프란체스카> 조차 시청률로 전국을 제패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안녕, 프란체스카>는 더욱 특별하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대단한 보편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수치적 지표인 시청률에서 20%를 넘겨본 적이 없으며, 늘 10%대에서 오락가락했다. 심상한 일상도 부재했다. 설정이 설정인지라, 이들 가족은 기존의 가족시트콤 등장인물처럼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았다. 일반 시트콤에서 엄마에 해당했을 프란체스카는 집 안 일에 별 관심이 없는 대신 고스톱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모뻘에 해당하는 엘리자베스는 사치가 취미인 허영덩어리다. 큰아들이었을 켠이는 바보인데다 성정체성마저 의심스럽고, 막내딸이었을 소피아는 목소리만 크고 시끄러운 ‘요즘 애들’ 그 자체다. 아빠 역할인 두일은 또 어떤가. 가족과 소통 못하고 돈만 벌어올 뿐인 무능력한 이 시대 가장의 초상이다. 이 암울한 콩가루 집안의 모양새라니. 이만하면 기존의 어떤 시트콤에서도 보지 못한 강력한 개성이다.

▶ 열광적 지지 낳은 기이한 ‘가족시트콤’

게다가 ‘뱀파이어’라는 비인간적 설정을 근간에 둔 천연덕스러운 ‘생뚱맞음’은 <안녕, 프란체스카>를 좀더 남다르게 만들었다. 대화는 가족의 것이라고 보기엔 어이없을 정도로 무미건조하고, 비둘기와 민달팽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밥상 위에 올라온다. 도끼와 몽둥이는 심심할만하면 등장하고, 축의금 대신 수혈을 받는다. ‘인간들은 이렇게 놀더라?’며 명절증후군과 가족드라마를 패러디하고, 재미있어 보여서 자발적으로 유괴를 당하는가 하면, 보험금을 노리고 병원을 폭파시키기도 한다. 도박하느라 집 날리고,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 생활을 하면서도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남자들이 몽땅 납치되어도 각자 취미생활에 바쁘다.

일견 우울해 뵈는 이 모든 것은, 그러나 인간 가족이 아니라 수백, 수천년을 살아온 뱀파이어들의 위장 ‘가족놀이’이기에, 즐겁다. 집안 최고의 어른이라는 왕고모 소피아가 절규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고, 프란체스카가 도끼를 들고 두일의 뒤를 죽일 듯 쫓아가도 시청자는 폭소를 터뜨린다. 그리고 그것이 <안녕, 프란체스카>가 열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일탈과 역설이 혼재된 기이한 재미는 그에 매료된 사람들을 점차 TV 앞으로 불러 모았고, 일군의 팬 층을 형성했다. 급기야 코스튬 플레이 대회가 열리고, DVD와 OST 출시계획이 잡히더니, 대한민국 땅에 존재한 적 없던 ‘시즌제’를 정착시켰다. 가히 ‘확장’이라 불릴 만한 성과다.

▶ 가족시트콤의 외연과 내연을 확장하다.

그러나 <안녕, 프란체스카>가 확장한 것은 이런 외연적 부분만이 아니다. ‘가족 시트콤’ 또는 ‘청춘 시트콤’이라는 틀 안에 갇혀 캐릭터끼리의 치고받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했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안녕, 프란체스카>는 이야기와 소재 모두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함으로써 시트콤의 내연확장에도 지대한 기여를 했다. 이질적 집단이 또 다른 문화와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초창기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충돌이 낳는 소격과 재미를 그려냈던 프란체스카 일당들은, 현실과 영화, 만화와 드라마, 가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혼성모방, 권위의 해체와 일탈을 통한 역설을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 담음으로써 시트콤의 경계를 더욱 넉넉하게 넓혀냈다.

멜로드라마에서 반복되는 다각관계, 호러영화의 각종 공식들이 패러디 되었는가 하면, 연예인의 눈물바다 기자회견, 따뜻한 가족드라마의 판타지도 패러디라는 탈을 쓰고 낱낱이 해체했다. 특히, 이미 설정에서부터 기존 가족관계를 패러디한 이들은 다정한 가족의 포옹 장면 앞에 “이런 거 너무 싫어” 따위의 대사를 얹어줌으로써 현실적으로 살갑지 않은 가족관계를 은유했는가 하면, 보험금을 위해 가족을 살해하는 냉혹한 현실의 이야기도 구겨진 식판 한 장을 빌어 웃음 속에 담아냈다. “합성이야”, “대략 즐 쳐드셈” 따위의 가상세계의 언어가 현실의 물 위로 올라온 것도 <안녕, 프란체스카>가 처음이었다.

▶ 권위의 해체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

각각의 캐릭터들을 통해 이루어진 기존 권위의 해체 역시 <안녕, 프란체스카>를 보는 즐거움이다. 애초에 ‘흡혈귀’, ‘뱀파이어’라는 캐릭터 설정 자체가 가졌던 장중함, 중후함 따위를 제대로 비틀고 시작한 시트콤답게, 기존의 뱀파이어물이 보여주었던 이국적 고혹은 프란체스카 일당들에게 없다. 코믹한 행각을 일삼는 그들은 기존에 알려져 있던 흡혈귀의 권위를 완벽하게 탈각시켰으며, 배우가 갖고 있던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도 모두 와해해 버렸다. 이러한 해체의 전방위에 있는 최고의 캐릭터는 앙드레다. 카리스마 음악인으로 ‘교주’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신해철을 캐스팅한 앙드레는 풍선과 함께 했던 등장부터 심상치 않더니, 결국 도박에 빠져 집 팔아먹고, 능력도 없는 주제에 아는 척만 하는 캐릭터다. 덕분에 소피아로부터 늘 구박이나 당하는 신세다. 기껏 한 마디 해 봐야 돌아오는 소리라곤 “또, 또 잘난 척 한다” 뿐이다. 신해철이 가졌던 개인적 권위도, 흡혈귀가 가졌던 캐릭터적 권위도 완전히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최근 핑크레이디(이수나)를 두고 아웅다웅하고 있는 두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의 이름과 직업을 그대로 쓰되 철딱서니 없는 행각을 반복해 보여주고 있는 두 디자이너 캐릭터는 현실에서 쌓았던 두 사람의 권위를 뿌리부터 해체시키고 있다. 기존의 것들을 해체함으로써 더 많은 재미를 아우르고 낳는 것, 바로 이것이 프란체스카 일당에 열광해 마지않는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 피의 아들, 딸들이 바라는 것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시작된 ‘노도철’-‘신정구’ 콤비의 두 번째 도전은 성공적 성과와 함께 막을 내릴 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안방으로 찾아든 흡혈귀 가족들은 숨어있던 수많은 ‘피의 아들과 딸’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으며, 새로이 더 많은 혈족들을 낳았다. 비주류 문화였던 패러디와 장르를 넘나드는 혼성모방에 열광할 수 있는 자들에게 열광할 ‘꺼리’를 주었다는 점에서 <안녕, 프란체스카>가 일군 성과는 각별하다. 물론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전 같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지만, 각별한 개성만으로도 시장성을 일구어내고,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괄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검증받은 시장성을 바탕으로 오는 9월, 새로운 프로듀서, 작가 라인의 위용을 갖추고 프란체스카 일당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부디 그들이 계속 비일상적이고 비정형적인 모습 그대로이기를. 아마도 피의 아들, 딸들이 바라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그것일 게다.


피의 아들을 실제로 만나서 반갑기 그지없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두일’이가 흡혈귀가 됐는지 다들 몹시도 궁금해 한다.(이 인터뷰는 시즌2의 종영방송 3주전에 했음을 밝혀둡니다)
보름정도만 기다리면 다 알게 되니 쬐끔만 참아주시라. 아직까지는 비밀이다

프란체스카를 만든 노도철 PD를 포함한 연출진이 시즌3에는 참가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두일씨의 시즌3 출연여부는?
(주위 눈치를 보면서) 그것도 비밀로 해달라고...


이런 내가 프란체스카 팀의 심장부를 건드리는 예리한 질문을 두 개나 던지다니.. 뭐 비밀이라고 하니 더 이상 묻지 않겠다. 노도철 PD와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고 있다.
내가 <환상여행>이라는 프로에 1년 6개월 정도 출연한 적이 있다. 노도철 PD가 <환상여행> 조연출이었다. 그 당시 연출을 맡고 있던 분은 김정옥 PD이었는데, <안녕 프란체스카>의 판을 두 사람이 먼저 다 짜놓은 후, 하자고 해서 아무 의심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 워낙에 다들 좋은 분들이라 다시 한 번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실제 이두일씨의 이름을 차용한 ‘두일’이는 무자게 착하기만 한 남자다. 연기함에 있어 캐릭터 접근 방법은?
억지로 내 스스로 만들기보다, 대본과 연출방향이 제시한대로 연기하려고 애썼다.

‘두일’이는 배우 이두일의 실제 모습을 반영한 캐릭터인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 외모적으로 내 인상이 주는 선한 이미지를 성격적으로 이용한 인물이 ‘두일’이다. 하지만 작품 속의 ‘두일’이를 객관적으로 보자면 답답한 구석이 있다. 영악한 구석이 없는 캐릭터여서 매일 손해만 보고...(하하) 현실에서는 ‘두일’이처럼 살면 정말 안 된다.

상대역으로 분한 심혜진(프란체스카 역)씨와는 인연이 꽤 깊다. 영화<세상 밖으로>(여균동 감독/1994년)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더라.
(웃음) 맞다. 그 때 같이 출연한 경험이 있다. 내 캐릭터는 얻어맞거나 발가벗은 채 나무에 매달리던 역할이었다.(웃음)

어느 모 시상식에서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자들이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줬다.
모두 다 추울 때부터 동고동락한 사이여서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같이 일한다.

이두일은 어느 날 갑자기 <안녕 프란체스카>로 존재하게 된 배우가 아니다. 오랜 무명생활을 견뎌낼 만큼, ‘연기’란 당신에게 뭔가?
많은 연기자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을 마케팅 하는 시대인데 난 아직 사용되어지는 입장이다.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매체에 관계없이 나한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연기라는 게 나한테 있어서만큼은 사는 방법이자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연기를 택했고 연기가 나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5 )
qsay11tem
TV 시리즈는 이제 고만   
2007-11-25 14:55
kpop20
시트콤 기사도 있네요   
2007-05-17 12:17
barratt
끝나버리면뭘보나ㅠ 삼순이도끈나고-_-;ㅠ   
2005-07-29 17:29
huhugirl
아! 두일이의 정체가 궁금해욧~ 미라소녀의 비밀이 밝혀진 마당에 하핫~   
2005-07-28 15:15
jimmani
으악~~ 두일이 형님!! ㅠ.ㅠ   
2005-07-2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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