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남는 건 사실이지만 <트럭>은 꽤 괜찮은 스릴러다.
2008년 9월 29일 월요일 | 김선영 기자 이메일


<트럭>은 스릴러답지 않은 잔잔함으로 시작해 인간의 식용본능의 제물이 된 가여운 가축의 피로 앞으로의 상황을 암시하며 나아간다. 그리고 주인공이 건너던 깊고 깊은 어둠의 터널만큼이나 캄캄한 가난한 트럭 운전사의 고된 삶은 곳곳에서 흔적으로 남는다. 심장이 약한 딸과의 바다 여행 대신 택한 트럭위에 텐트를 치고 한강을 바라보는 유해진의 부성은, 그의 서민적 디테일한 연기에 늘 상 땀에 젖어있는 고된 노동의 비주얼과 겹쳐지며, 궁색하다 못해 뒤를 돌아 가슴을 칠 현실의 처절함을 표현하기에 꽤 좋은 표현의 도구가 된다.

영화는 아무리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하늘이 두 쪽 날 상황에서도 도박이라는 것은 결코 해서도, 봐서도 안 된다는 교훈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며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어수룩하고 다급하게 도박판에 끼어들어 얻는 것은 결국 눈먼 판돈이 아니다. 시체를 버리는 것만이 자신과 딸이 살 수 있는, 믿을 수 없지만 유일한 탈출구인 잔인한 현실. 그 안에서 다급하고 공포에 떠는 평범한 시민 유해진의 디테일한 숨소리는 곳곳에 담겨진다.

트럭은 음습하고 축축한 빗길의 도로를 달린다. 그리고 트럭에 실은 시체의 핏기가 가시기도 전에 앞으로 더 음습하고 질척한 상황을 만들어낼 살인자 진구를 사건의 정점으로 이끌며 배치시킨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거친 호흡의 트럭운전사와 표정 없는 눈에 시니컬한 말투를 가진 편안한 호흡의 살인자. 그들은 평범한 트럭운전사와 흉악범을 쫓는 열혈 경찰로 대면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는 처음부터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유로 <트럭>을 이끄는 유해진과 진구의 연기는 주인공으로서 관객을 대하기에 아직은 아우라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킨다. 평범하다 못해 현실보다도 다소 뒤처지는 듯 한 영화 안에서의 유해진의 모습과, 평범하지만 뚜렷한 눈빛을 지닌 진구의 모습은 오히려 다른 곳으로 흐를 수 있는 시각의 이탈 없이 오로지 영화 안으로의 몰입을 증폭시키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두려워 미칠 것 같지만 그것을 관객에게만 표현할 수 있을 뿐 옆의 살인자에겐 적나라하게 보여 줄 수 없었던 유해진의 감정의 수위와, 루즈하고 자신의 악마적임에 시니컬하고 다소 쿨 해보이기까지 하는 진구의 음성은 완벽하다 할 순 없어도 흐름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구성적인 면에 있어서는 사실 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여러 가지 상황을 동반하며 일이 점점 첩첩산중이 되어가는 초반의 내용은 억지스럽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가며 주인공을 지지리 복도 없는 놈으로 안타깝게 생각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동시에 닥친 첫 번째 난관에서 살짝쿵 긴장을 안타깝게 풀며 아쉬움을 남기고, 또 계속 잘 나가다가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중 어느 한 지점에서 이 영화가 대체 어디로 빠질 것이냐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짐작했다는 듯 나름 잘 봉합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좌절시키는 참사는 막았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의 긴장감은 영화 초 중반에서 디테일하게 보여줬던 긴장감에 비하면 너무 살포시 연착륙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캐릭터의 설명 부분에 있어서도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상황의 유해진과 달리 진구의 경우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그토록 지독한 살인마가 되었는지 대한 연결고리가 더 깊이 있게 들어났더라면, 간혹 보이는 진구의 눈물고인 연기에 대한 이해의 정당성과 다양한 감정의 호흡이 뒤엉키며 그의 광기에 더욱 힘을 실어 주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다소간의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하더라도 <트럭>은 전체적인 합으로 보면 계속되는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꽤 괜찮은 스릴러가 된다. 어지럽고 복잡한 구도대신 생존본능과 살인 본능이라는 그들 본연의 본능을 충실히 보여 주는 선택으로 극중 인물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서로 다른 이해와 목적을 수반하는 두 주인공간의 보이지 않는 분명한 벽은 스릴러 본연의 심리전으로 이어지며 시너지화 된다.

<트럭>은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보고나서 가슴에 돌덩이 몇 개가 확확 언친 듯 한 무거운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아마도 가족의 사랑에 기반을 두고 이끌어 나가는 처음과 마지막의 이야기 구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 세고, 더 하드하며, 복잡해서 머리를 쓰며 반전을 원하는 관객의 기호에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스릴러로서의 기본인 스릴감은 분명 잘 갖추고 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굳이 이 영화를 보기 전 다른 스릴러 영화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전작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잔잔하고 감동적인 연출을 보여줬던 권형진 감독의 스릴러로서의 전향은, 인간적임을 수반하는 동질적인 면을 다른 장르의 형식 안에서 버무리며 꽤 좋은 점수로 합격점을 받을 것 같다.

2008년 9월 29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총 11명 참여)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5-09 14:52
sasimi167
글쎄요..   
2008-12-30 15:13
sungmo22
못봐서 아쉽.....   
2008-10-30 11:31
mh86qt
유해진씨 연기 잘하던데   
2008-10-10 21:33
sdwsds
봐도 좋을듯 하다.   
2008-10-05 11:40
ooyyrr1004
개인적으론 생각보다도 안 괜찮은 ㅡㅡ 정말 무섭지도 않고, 무책임하고, 긴장감조차 없었던 너무 많이 아쉬운 영화 트럭   
2008-10-04 20:27
ehgmlrj
생각보단 괜찮나봐욤..!!   
2008-10-01 22:25
kwyok11
재미없던데요~~   
2008-10-0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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