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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개봉차 함 알아봤다. 헐리우드가 나찌를 다루는 방법!
2009년 3월 24일 화요일 | 유지이 이메일


오랫동안 나찌는 헐리웃의 매력적인 소재 중 하나였다. 수많은 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나찌를 사용했고, 지금도 여전히 색이 바래지 않은 소재로 쓰이고 있다. 미국 사회에, 혹은 헐리웃에서 활동 중인 유태계 인맥의 비율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비슷한 시기 벌어졌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을 소재로 한 작품은 국내나 일본 영화가 아니라면 (그나마도 한국에서는 정식 개봉으로 볼 수 없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같이 드문 경우나 있지만, 같은 시기 독일군과 그 이후 나찌에 대한 영화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찌에게 핍박 받던 유태인의 삶
 <인생은 아름다워(1997)>
<인생은 아름다워(1997)>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나찌를 다루는 작품은 역시, 실제 전쟁이 벌어졌던 시대를 배경으로 극단적인 인종 청소를 행한 나찌 독일군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결정적인 대비 효과를 위해 유태인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물론이다. 초창기 작품부터 뒤져보면 셀 수 없이 예를 들 수 있겠지만 요즘 관객에게도 익숙할 영화를 꼽자면 역시 〈인생은 아름다워〉부터 시작할 일이다. 홀로코스트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특유의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는 괴력을 가진 이탈리아의 감독 겸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의 작품. 공식적으로는 이탈리아 영화지만 그 해 아카데미 상을 휩쓸며 외국어 영화 취급을 받지 않았으니 헐리웃 영화로 보아도 좋지 않을까. 비슷한 소재의 헐리웃 영화 〈제이콥의 거짓말〉에서 로빈 윌리암스가 여전히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급은 〈인생은 아름다워〉가 한 수 위. 비슷한 시대의 수용소 일상을 다루는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87년작 (배트맨 시리즈에 이어 터미네이터까지 접수하고 있는 액션스타 크리스찬 베일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태양의 제국〉도 있지만 유태인이 나찌 수용소에 갇힌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다룰 수는 없겠다.

하지만 유태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1993년 〈쉰들러 리스트〉를 발표하며 기어코 수용소 영화를 만들어내고, 고대해 마지 않았던 아카데미 상을 거머쥔다. 근래 한국 관객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나찌 수용소 영화 역시 이 작품일 듯 하다. 감정선을 자극하는 존 윌리엄스의 OST와 함께 영화 핵심 장면을 편집한 뮤직비디오가 주류 팝보다 인기가 좋았고 같은 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같은 감독의 블록버스터 〈쥬라기 공원〉보다 흥행 성적이 더 좋았던 곳이 한국이다. 게다가 어지간한 영화광이 아니면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옛 배우들이 나오는 고전 헐리웃 영화보다 리암 니슨,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같이 지금도 유명세 높은 배우가 활약한 〈쉰들러 리스트〉가 널리 유명한 것은 당연하겠다. 그 후로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가져가며 한국에서도 흥행한 〈피아니스트〉가 제목처럼 나찌 독일 산하에서 홀로 남겨진 유태인 피아니스트를 통해 2002년 홀로코스트를 영화관으로 끌고 왔다. 작년은 유난히 나찌 독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았던 해로, 근래 헐리웃 액션영화를 양분하고 있는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벨라루시계 유태인으로 숲으로 도망온 유태인 집단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디파이언스〉가 대표적이다. 홀로코스트를 피해 숲으로 도망친 유태인들을 지휘해 독일군에 대항하는 한편, 종전시까지 감옥과 학교를 포함한 커뮤니티를 꾸민 영화같은 이야기가 실화하는 점이 더 놀랍다.

군인 대 군인, 연합군과 나찌
 <대탈주(1963)>
<대탈주(1963)>

헐리웃이 선호하는 나찌의 상대가 항상 민간 유태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전쟁 영화로 몰아간다면 연합군을 주인공으로 나찌와 싸우게 하는 쪽이 훨씬 많은 소재가 되었다. 실제로 전쟁 매니아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분야 중 하나가 2차 세계대전이다. 작년에는 톰 크루즈가 〈작전명 발키리〉를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 전쟁 말기 히틀러 암살 직전까지 갔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역을 맡아 실화를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스릴러를 소개했다. 한 때 흥행 스타로 톰 크루즈와 이름을 양분했던 톰 행크스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1998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존 밀러 대위 역을 맡아 전쟁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오마하 해변 상륙 장면을 찍었다. 이어서 톰 행크스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한 수작 드라마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제작했고, 스필버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배경을 가진 (일부 에피소드는 아무리 보아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마하 해변 상륙전을 그대로 재현한) 2차 세계대전 수작 게임 시리즈 〈메달 오브 아너〉를 제작했으니 두 사람에게 모두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2차 세계대전 전쟁 영화는 깊은 관련이 있는 셈이다.

당대의 액션스타 스티브 맥퀸을 필두로 제임스 가너, 리처드 아텐보로, 제임스 코번, 찰스 브론슨같은 60년대 마초들을 기용해 만든 〈대탈주〉나 프랭크 시나트라가 라이언 대령을 맡아 인상적인 엔딩 씬으로 이름을 날린 〈탈주특급〉, 90년대 이전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몇 번 씩은 보고 나온 〈나바론의 요새〉부터 베테랑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당시 신인이었던 콜린 파렐과 함께 찍은 2002년 영화 〈하트의 전쟁〉까지 직접적으로 나찌 독일과 대결하는 전쟁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연합군이 아니라 동부전선의 소련군을 주인공으로 한다면 2001년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스탈린그라드〉부터 시작해 더욱 많아질 터. 직접적인 소재를 떠난 작품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군사 매니아 중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2차 세계대전 (독일군) 매니아에 속하는 조지 루카스. 대표작 〈스타워즈〉의 수많은 장면이 나찌 프로파간다로 명성 높은 레니 리펜슈탈에게서 차용한 것이야 유명한 이야기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중전은 2차 세계대전 공중 총격전 느낌을 물씬 난다.(조지 루카스 계열 게임회사 루카스 아츠에서 제작한 〈X 윙〉과 〈타이 파이터〉 시리즈를 플레이해 본다면 더욱 분명하다) 제국군의 장교 복식은 나찌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한 바로 그 것. 친우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만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도 1편과 3편의 적은 나찌 인 것을 보면 조지 루카스에게 나찌는 내내 흥미로운 소재였다.

전후 나찌, 전범에 대하여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1998)>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1998)>

많은 나찌 관련 영화가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전후 국가 파탄 직전까지 갔던 바이에른 공화국을 2차 세계대전을 벌이고 전 유럽을 휩쓴 제 3 제국으로 만든 히틀러의 불가사의한 존재감은 과연 무시할 바가 못되고, 기록적인 전범도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슈퍼히어로 물같은 경우에도 〈엑스맨〉 첫번째 편에서는 매그니토의 돌연변이가 발현한 시기를 홀로코스트로 보고 있고, 같은 감독이 출세작 〈유주얼 서스펙트〉이후 (〈엑스맨〉에서 매그니토 역으로 열연한) 이안 맥켈런을 기용해 찍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이웃에 숨어있는 나찌 전범에 흥미를 가지게 된 영리한 소년의 일상이 악몽으로 빠지는 과정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나찌 전범과 관련된 이야기를 공포물로 만든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의 원작자 스티븐 킹 못지 않게 나찌 독일의 잔당들을 신비주의 음모자로 만드는 스릴러 소설가 아이라 레빈의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역시 70년대에 영화화 되어 인기를 끈 바 있다. 그에 비하면 명장 코스타 가브라스의 1989년에 찍은 〈뮤직박스〉는 훨씬 진지한 방식으로 나찌 전범을 다룬다. 나찌 전범으로 의심받아 재판에 오른 아버지를 변호하는 딸의 이야기. 젊은 시절 〈킹콩〉〈투씨〉로 절정의 미모를 선보였던 제시카 랭의 깊이있는 연기와 외모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전후 나찌를 다룬 영화로 개봉 대기 중인 작품이 둘 있어 흥미를 끈다. 하나는 나찌 독일 시절부터 육성한 초능력자가 성과를 거두어 현대 세계에 일반인과 섞여 살고 있다는 설정의 〈푸시〉로, 음모이론 등에서 널리 쓰인 나찌 독일 신비주의에 기대고 있는 영화다. 실제 영화는 나찌 독일보다는 그 이후 초능력자를 육성하고 그들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 정부 비밀조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또다른 영화는 나이 차 많은 남녀의 사랑으로 시작해 이를 나찌 전범 재판에 대한 처연한 현실로 몰고가는 독특한 작품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케이트 윈슬렛에게 안겨 준 바로 그 영화. 전범 재판을 소재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자존심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는 영화다. 항상 냉정한 얼굴을 잃지 않지만 감정 전달에 어긋남이 없는 랄프 파인즈와 불꽃같은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케이트 윈슬렛의 얼음과 불같은 조합이 단연 볼만하다.

작년부터 극장을 찾은 영화 중 나찌 독일을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가 의외로 많다. 오랫동안 헐리웃 소재로 쓰이며 넓은 스펙트럼을 확보한 영화에서 또 다른 지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잘 만든 영화를 볼 수 있는 관객의 특권이기도 하다.

2009년 3월 24일 화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20 )
loop1434
역시   
2010-07-03 11:43
kisemo
잘봤습니다   
2010-04-10 14:06
mckkw
음..   
2009-07-01 18:26
hyosinkim
기대되네요   
2009-04-02 19:08
movjoy
정말 기대됩니다. ^^   
2009-03-31 01:18
kwyok11
나찌 독일을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   
2009-03-30 15:13
lsk23
그래도 나름 재밌게 잘봤어여~   
2009-03-30 15:13
tezzz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09-03-3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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