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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로 간 배우들, 잘 하고 있습니까?
2009년 8월 7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꿈의 무대 할리우드로

할리우드는 산업 규모나 영향력, 상징성 등에서 모든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의 꿈의 무대다. 맹목적으로 할리우드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 더 큰 무대는 더 큰 꿈을 심어준다. 특히 배우라면 이러한 무대에 서는 것은 큰 경험이다. 전 세계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할리우드 진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야하며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존의 배우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물론, 모든 배우의 꿈과 목표가 할리우드는 아니며, 할리우드로의 진출만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크고, 새로운 무대에서 설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혹적인 일이다.

최근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 중에는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있고, 작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규모를 따지기 이전에 다각도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한국에서 성공한 배우들이 메이저 제작사가 아닌,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면서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 시작이 어떠했든 진행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요즘 우리나라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다양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의지와 할리우드의 관심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금까지 할리우드는 중국과 일본의 배우들과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홍콩영화의 중흥을 이끌었던 배우와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감독과는 다르게 배우는 많은 장애가 있다. 특히 아시아계 배우들은 외모에 의해 캐릭터에 제한이 따른다. 기존 할리우드는 특별히 동양 캐릭터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백인과 그들의 문화가 중심이다. 하지만 최근 이야기의 고갈을 맞이한 할리우드가 동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양 문화의 신비로움에 매료됐고, 유구한 역사 속에 간직된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동양인 캐릭터의 비중도 높아졌다. 영어가 가장 서툴기로 유명한 아시아지만, 필요한 캐릭터들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을 기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치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시장을 뚫기 위해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들이 와이드 릴리즈를 통해서 전 세계 배급을 하고 있는데다가, 초특급 블록버스터에 자국 배우가 나온다고 더 많이 보고, 그렇지 않다고 안 본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한국 관객을 의식하기도 힘들다. 그런 전략이라면 중국을 노리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니까.
 조나단 드미 감독 <찰리의 진실>
조나단 드미 감독 <찰리의 진실>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주연급 역할을 해내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성룡이나 주윤발, 이연걸, 장쯔이 등은 주연급 캐릭터를 소화하며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기도 했지만, 우리는 이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이미 박중훈이 <아메리칸 드래곤>에서 마이클 빈과 공동 주연을 맡았고, 조나단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에도 출연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배우들의 입지는 여전히 조연이나 단역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닌자 어쌔신>에서 주연을 맡은 비나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따낸 이병헌 등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화려하게 발을 디딜 수 없다 해도 결국 누가 높은 위치까지 오르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바다 건너 이국땅으로 향한 배우들

비중으로 보면 11월 개봉 예정인 <닌자 어쌔신>의 비가 가장 크다. 래리, 앤디 와쇼스키 감독과 작업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조연을 거쳐 주연을 꿰차게 됐다. 캐릭터가 닌자 ‘라이조’라는 점이 어찌됐던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주연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비는 일본인 캐릭터 ‘태조’를 맡았다. ‘태조’에 이어 ‘라이조’까지 여전히 동양인 캐릭터는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비에 대해 현지에서는 “할리우드는 아시아 남자 배우들이 성공하기 힘든 곳이다. 영어가 안 된다면 말이 없는 닌자나 이민자 역할 밖에 할 게 없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지 언론이 한국 배우들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이는 이병헌이다. ‘한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수식어와 함께 “부드러운 역할이나 터프한 역할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며 추켜세웠다. 조쉬 하트넷과 함께 한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출연한 후 <지.아이.조>에서 ‘스톰 쉐도우’라는 닌자 역을 맡았다. 하지만 <닌자 어쌔신>이 개봉하기 이전 영화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영화이며, 여름 시즌을 겨냥한 본격적인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조연 중에서도 높은 비중이며, 현지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병헌은 <지.아이.조>의 3부작에 모두 출연하게 됐다.(물론 흥행 성적이 좋아야 속편이 제작된다) 하지만 이병헌은 애를 써가면서까지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할리우드와 작업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두 남자 배우는 제대로 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했다는 점, 또한 전 세계 배급을 통해 그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하지만 국내 톱클래스 여자 배우 중 한 사람인 전지현의 해외 진출은 이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블러드>는 이스트윙홀딩스에서 제작한 영화로 일본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영화 버전이다. 전지현 역시 기존의 한국 배우들처럼 일본인 캐릭터를 맡아 교복을 입고 검을 휘두르는 액션을 선보인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합작 영화로 정확한 의미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고 하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출연한 다니엘 헤니도 20세기 폭스라는 메이저 스튜디오와 작업했다.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다니엘 헤니는 몇 편의 영화를 거쳐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기본적으로 영어가 된다는 점, 완전히 동양적이지 않은 외모 등이 캐릭터의 확장성에 유리하게 작용한 경우다. 반면 한국의 대표 미남 배우 장동건은 아직 시원스러운 할리우드 입성을 하지 못했다. 컬처 언플러그드 스튜디오와 함께 <전사의 길>을 촬영했으나, 여전히 동양의 무사라는 캐릭터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영화가 공개되지 않아 캐릭터와 연기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지만, 케이트 보스워스, 제프리 러쉬 등과 함께 출연하며 적지 않은 비중을 보여준다는 소식이다.

최근에는 보다 폭 넓은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소식이 들려온다. 우선 우리말보다는 영어에 더 익숙한 GOD의 멤버 박준형이 <스피드 레이서>의 초단역을 거쳐 <드래곤볼 에볼루션>에서 야무치 역할을 맡았다. 역시나 일본 만화 원작에 한국인 배우라는 등식이 성립된 경우지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또한 강혜정이 크리스틴 유 감독의 <웨딩 팰리스>에 참여했다. <웨딩 팰리스>는 결혼이 급한 한국계 미국남자가 채팅을 통해 만난 한국여성과 사랑을 만들어가는 코미디로 CJ엔터테인먼트와 버티고엔터테인먼트의 합작 영화다. 강혜정은 한국인 여성 ‘나영’을 연기했다. 두문분출하던 최민수 역시 최근 미국에서 작업 중이다. 래리 리긴스 감독의 <서펜트 라이징>이라는 작품이 그것. 평소의 이미지답게 강렬한 정부 요원으로 출연하는 그는 촬영을 하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있다.

할리우드로 진출해 연기자로 변신한 가수들도 눈에 띤다. 할리우드 최초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하이프네이션>에 손담비가 캐스팅된 것. 최근 드라마 <드림>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 제법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이다. 배슬기 역시 출연한 영화의 영상이 공개되며 화재를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가 투자하고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 <피날레>는 이탈리아 마피아와 한국 갱단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배슬기는 한국 갱단 보스의 딸이자 검술에 능한 킬러 ‘시연’으로 출연한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브라이언도 할리우드에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다. 아직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액션 코미디로 3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을 맡아 지난 6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한국계 배우인 아론 유의 소개로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 외에도 <웨스트 32번가>의 정준호, <두 번째 사랑>의 하정우 등이 미국에서 작업했지만 할리우드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애매하다. 또한 <시집>으로 미국 무대를 밟은 송혜교는 비록 오우삼 감독과 함께 하려고 했던 <1941>이 무산됐지만, 새로운 차기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 가능성이 비춰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드라마 <로스트>로 큰 인지도를 얻은 김윤진 역시 할리우드 영화 출연에 기대를 걸 만한 배우다. 또한 한고은, 한채영, 이파니, 이나영, 권상우 등도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설마 <어거스트 러쉬>에서 구혜선이나 타블로처럼 나오는 수준이면 안 될 테지만 말이다.

사실 할리우드 진출은 배우들만의 일은 아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했던 강제규 감독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작업을 위해 계속 미국에 체류 중이다. SF영화로 알려진 이번 작품은 올해가 가기 전에 가시적인 진행 상황을 내놓을 전망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역시 영어 영화를 준비 중이다. 프랑스의 대표 제작사인 카날 스튜디오와 함께 하는 이번 작품은 클로드 소테 감독의 1972년 영화인 <맥스 앤 정크맨>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또 최근 <국가대표>로 연이은 흥행작을 내놓은 김용화 감독도 할리우드 진출이 거론되고 있다.

할리우드에 한류 바람, 가능할까?

아직 현지에서 한국 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다. 특히 아시아계 남자 배우들에게는 가혹한 곳이 할리우드다. 그들이 맡은 수 있는 캐릭터는 한정적이다. 굳이 동양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면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도 힘들다. 그나마 메이저 제작사의 작품인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했던 비도 영어와 연기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지.아이.조>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한 이병헌 역시 캐릭터의 한계를 보여줬다. 대사를 통해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서 아직 버거운 탓에 액션에 치중하는 캐릭터를 맡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하거나 닌자, 검객과 같은 액션 캐릭터에 치중된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전지현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영화의 흥행과 상관없이 매력적인 몸매에 긍정적인 점수를 얻었다.

한류의 근원이었던 드라마와는 달리, 할리우드 영화는 캐스팅을 거쳐 진출할 수 있다. 게다가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유창한 영어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연기를 더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들은 영어 대사를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이병헌의 경우도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촬영할 때, 연기보다 대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놓친 것이 많았다. 언어는 연기를 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 벽을 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하지만 힘들게 언어의 벽을 넘어서는 순간, 연기자로서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트란 안 홍 <나는 비와 함께 간다>
트란 안 홍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그나마 할리우드에서 한국 배우들에게 많은 점수를 주는 부분은 성실한 태도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소위 말하는 정신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국 배우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하게 발휘해왔다. 이런 점이 중국이나 일본 배우들보다 한국 배우들을 선호하게 만든 큰 이유 중 하나다. 할리우드 제작진은 한국의 스탭과 배우들에게 영화의 열정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의 틀 안에서 직업인으로 임하는 할리우드 인력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변질된 할리우드는 매사에 성실한 자세로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한국인 특유의 성품에 높은 의미를 둔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연기력을 요하는 부분보다는 몸을 쓰는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액션 캐릭터에만 발목이 잡혀 있다.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것과 함께 영어권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인의 긍정적인 부분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과 함께 작업하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이해와 함께 할리우드 시스템에도 적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일본의 대표 캐릭터나 정치적으로 그려지는 북한 요원 역할, 이민자 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아직은 규격화되고 한계가 그어진 상황이지만, 한국 영화가 더 많이 소개되고, 배우의 다양한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다면 폭 넓은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다.

어렸을 적,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자라왔던 소년 소녀들은 이제 할리우드를 무대로 새로운 꿈을 펼치고 있다.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추종해야 할 동경의 대상은 아니지만, 할리우드라는 큰 무대를 품어본다는 것은 분명 감독이나 연기자에게는 큰 의미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흐름은 이후 더 많은 이들에게 할리우드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는 계기도 된다. 단순히 많은 출연료와 개인적인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영화 시장의 한계를 넘어 가능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에 서는 것은 연기를 하는 연기자나, 그들을 보는 관객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다. 비록 그 시작은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힘겹지만, 그 끝은 화려하고 현란하길 바란다.

2009년 8월 7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45 )
k87kmkyr
노력이 많이 필여해요   
2010-04-29 13:21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24 16:20
naredfoxx
몸 멋지다~   
2009-12-31 23:43
sasimi167
잘 되었으면 좋겠다~   
2009-09-28 01:21
h39666
참으로 생각이 많으신 분이라고 생각되네요 ^^   
2009-08-17 20:47
mckkw
지금은 이병헌이 조금 앞선것 같은데 닌자 어쌔신이 개봉하면 어째될지...   
2009-08-17 14:28
stellar1008
화이팅이예요.. 처음이란 건 언제나 존재하자나여^^   
2009-08-17 00:47
movjoy
많이 많이 진출하길...   
2009-08-1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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