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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2011년 8월 10일 수요일 | 유다연 기자 이메일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라에몽, 코난, 케로로, 짱구, 유희왕 등 과거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일본의 인기 캐릭터들이 국내 스크린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엔 다수의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이미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국내 극장가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극장 상영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이다. 인기 TV 시리즈나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가 종종 극장용 영화로 제작되며, 대규모 스튜디오와 자금이 투입돼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다.

2000년대 후반, 활로 찾아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6년 1월 1일 전면 개방됐다. 이후 2008년을 기점으로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국내 진출이 활성화되며 스크린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2008년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도라에몽: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 <케로로 더 무비 :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 <명탐정 코난: 베이커 가의 망령> <에반게리온: 서(序)> <피아노의 숲> 등 지브리의 작품이 아닌,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포진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 극장판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이 신설된 것도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힘을 얻는 데 한몫했다.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수입될 수 있는 기저를 마련한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 ‘애니원’, ‘애니맥스’, ‘애니플러스’, ‘카툰 네트워크’ 등을 비롯해, ‘애니박스’는 아예 극장판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로 개국한 경우다. 2006년 8월 16일 시험방송을 시작해, 9월 1일 정식 개국을 한 대원방송의 ‘애니박스’는 현재 약 300여개의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OVA, TV 애니메이션 방송권을 소유하고 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4, 5, 6>을 비롯해, <포켓몬스터> <간츠> <유희왕 5D’s> <파워디지몬> 등 다양한 인기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내보냈다.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그간 일본 고유의 문화 관련 소재나 내용 등이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국내 스크린에 걸리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일본의 출판만화나 TV 시리즈 등 인기 콘텐츠가 수입되면서 국내에서도 팬층이 생겨났다. 그렇게 두터워진 국내 팬심은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국내 개봉 및 흥행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준 것은 2008년 국내에 상륙한 명탐정 코난과 도라에몽의 극장판을 꼽을 수 있다.

아오야마 고쇼의 만화가 원작인 명탐정 코난은, 15년 된 장수 인기 시리즈로 성인팬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2002년 일본에서 개봉한 극장판 6기 <극장판 코난 : 베이커가의 망령>이 2008년 5월 국내에서 개봉했다. 당시 124개관에서 상영된 작품은 12만 4,000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7억 1,150만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후, 2009년 개봉한 극장판 13기 <극장판 코난 : 칠흑의 추적자>부터는 일본과 국내 개봉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명탐정 코난과 같은 해 국내에 상륙한 도라에몽 극장판은 27기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마계 대모험 7인의 마법사>다. 이는 당시 30만 스코어를 기록하며 명탐정 코난 극장판과 함께 국내 극장판 애니메이션 열풍을 주도했다.

확실한 타깃, 휴일특수 마케팅, 인기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주로 마니아층 및 가족관객을 공략한다. 적게는 10만 명에서 많게는 70~80만 명을 불러 모으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원작 만화에서 비롯된 충성도 높은 팬심은 그 수가 적을지언정 예매율이 확실하다.

마니아층과 더불어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노리는 타깃은 가족관객이다. 동반관람을 하는 가족관객은 최소 2~3매의 티켓 예매가 보장된다. 가족관객은 대개 어린 자녀를 위한 관람이 대부분이다. 부모들은 영화 관람에 있어서도 자녀의 시청각 교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부모가 자녀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기는 대부분 자녀의 방학이나 명절 연휴인데, 그 시즌에 볼 영화가 드물다는 점도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올 여름방학 시즌 개봉작들만 봐도 유명 상업감독 및 스타 배우의 브랜드에 기댄, 막대한 규모의 제작비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가 대다수다. 따라서 원작 만화나 TV 시리즈,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로 어린 관객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30~40대 부모를 비롯한 가족관객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익숙한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점은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자체의 큰 매력이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일본 인기 캐릭터를 안방을 벗어나 시원한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팬들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마치 원작의 ‘별책부록’을 펼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펼친 ‘별책부록’은 마치 가끔씩 잡지에 딸려 나오는 퀄리티 좋은 화보처럼, 원작보다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원작만화의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스크린 나들이를 통해 광대한 우주로 대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의 주인공이 되는 식이다.
2011 여름방학에 찾아온 친구들은?

2008년부터 매년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극장판 시리즈를 개봉하는 도라에몽. 올해는 지난달 28일, 31번째 극장판 시리즈인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와 철인군단 날아라 천사들>이 개봉해 ‘도라에몽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1986년작 <도라에몽-노비타와 철인병단>을 리메이크한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와 철인군단 날아라 천사들>은 지난 7월 28일 국내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며, 개봉 첫 주 국내 박스오피스 10위에 랭크됐다. 또한, 8월 10일자 기준으로 누적관객 수는 13만 6,969명, 매출액은 약 9억 3,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명탐정 코난 역시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극장판 시리즈 15기이자, 15주년 기념 작인 <명탐정 코난 : 침묵의 15분>은 이달 3일 정식 개봉해 개봉 관객 3만 8,036명을 동원하며 역대 시리즈 중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다. 역대 극장판 중 이색적으로 겨울의 설국을 배경으로 하는 <명탐정 코난 : 침묵의 15분>은, 대도심 한복판의 폭탄 테러 위협을 코난이 명석한 두뇌와 기지로 막아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등의 극장판 시리즈가 좋은 성과를 내자, 그 흐름을 타고 또 한편의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들어왔다. 올해 처음으로 극장판이 들어온 <극장판 메이저 : 우정의 강속구>는 추석연휴를 겨냥, 9월 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장판 메이저 : 우정의 강속구>는 미쓰다 다쿠야의 야구만화 <메이저>를 원작으로 한다. 혼다 고로(시게노 고로)의 야구 일생을 다룬 성장만화 <메이저>는 주인공이 시련을 딛고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스포츠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2004년부터 일본 NHK 교육텔레비젼에서 TV 시리즈가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이번 <극장판 메이저 : 우정의 강속구>는 원래 오른손 투수였던 박찬이 왼손 투수에 도전하게 된 과정이 그려, 그간 히든스토리로 남아있던 비밀을 풀 예정이다.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며 시즌에 맞춰 국내 관객을 찾아오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제작편수도 적고, 대다수 흥행에 참패하던 국산 애니메이션은 최근 활기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뽀로로 극장판. 지난 7월부터 국내 TV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원작으로 한 극장판 3D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신나는 아이스 레이싱>이 제작에 들어갔다. 또한, 국내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홍길동 2084>도 8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 TV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산업의 발전에 따라, 이제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제작이나 흥행조건이 성숙했다고 보는 시각이 커졌다. 이처럼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에도 좋은 자극제가 된다.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점진적으로 시장의 저변확대를 이루고 관객 신뢰를 꾸준히 쌓아간다면, 지브리와 대등하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양 축을 이룰 날도 머지않았다.


2011년 8월 10일 수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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